세상에는 어쩔 수 없이 불행해지는 사람들이 있다고 믿는다. 그저 살려고 발버둥 쳤을 뿐인데 운명의 굴레에 끌려가다 눈을 떠보니 나락에 서 있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고 말이다. 비난할 수도 탓할 수도 없는 그런 운명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가진 것이 얼마나 크고 소중한지 불행을 겪는 이를 보고서야 조금 깨달을 때 어쩐지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하다. 여기 세상의 온갖 불쌍함을 다 끌어안고 있는 가족이 있다.
기본 정보
감독: 이상문
출연: 라미란, 정일우, 김슬기, 백현진, 서이수, 박다온
개봉: 2022.11
러닝타임: 129분
OTT: 티빙 / 웨이브 / 왓챠 / 쿠팡 플레이
영화 줄거리 (결말 스포 없음)
길을 따라 걷고 또 걷는 가족, 그들이 향하는 곳은 고속도로의 한 휴게소다. 휴게소로 향하는 길 위에서 식사도 대충 때우고 힘들면 벤치에 쉬기도 한다. 가까스로 휴게소에 도착한 가족 중 아빠인 기우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말을 건다. 자신이 지갑을 잃어버려서 집까지 갈 수 있는 주유비가 필요하다며 2만 원을 빌리려 한다. 어떤 사람은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빌려주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꼬치꼬치 캐묻기만 하고 가버리기도 한다.
빌린 돈으로 가족은 밥을 사 먹는다. 컵라면은 하나씩 사 먹고 남은 돈은 지갑에 넣어둔다. 잠은 휴게소 한편에 텐트를 치고 잔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텐트 치고 자는 게 행복이라며 큰소리치는 아빠가 대책 없어 보인다. 배고프다는 아들 택이에 말에도 배가 고프다고 생각하면 고프고 안 고프다고 생각하면 안 고픈 거라고 말해주는 아빠는 생각이 없는 걸까, 해줄 말이 없는 걸까.
해가 뜨고 아직 잠속을 헤매는 가족을 깨우는 사람이 있다. 휴게소를 관리하는 공무원이 와서 취사금지 구역이라며 당장 텐트를 철거하라고 말한다. 공무원의 엄포에도 기우는 꿈쩍도 않고 다시 잠을 청한다. 엄마인 진숙은 아이들을 데리고 화장실에 가서 머리도 감기고 세수도 시킨다. 밥은 하나만 시켜서 온 가족이 나눠 먹는다.
가족 중 딸인 은이는 배가 고프다. 화장실에 가 물로 배를 채우려는데 옆에서 그 모습을 본 영숙이 은이를 말린다. 기우는 영숙에게 다가가 돈을 빌리려고 시도를 한다. 영숙은 그가 어딘가 의심스럽지만 아이들과 지숙을 보자 마음이 흔들린다. 주유비 2만 원에 밥 사 먹으라고 5만 원까지 주고 영숙이 떠나려는데 기우가 영숙을 잡는다. 돈을 꼭 갚을 테니 명함을 달라는 것이다. 나중에 이 명함이 어떤 결말을 가져올지 이때는 아무도 모른다.
또다시 가족들이 텐트를 치고 밤을 보내자 공무원이 당장 철거하겠다고 하고 그를 막으려는 기우와 육탄전을 벌인다. 그러다 그만 텐트가 부러지고 만다. 지도를 놓고 다른 휴게소로 옮기려고 하는데 막내 택이는 걷는 게 너무 싫다. 게다가 진숙은 임신 중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가족은 다시 길을 떠나고 한 폐건물을 찾아 잠을 청한다. 불안한 마음에 은이는 무서운 꿈을 꾸고 만다.
영숙은 중고 가구 매장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어딘지 우울해 보이는 영숙에게는 아픔이 있다. 영숙은 아이를 잃었다. 아이를 수목장한 곳에 다녀오는 길에 들른 휴게소에서 기우와 지숙의 가족을 다시 본다. 다른 사람에게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돈을 빌리는 모습을 보고 영숙은 기우를 지켜본다. 그 사이 아이들은 숨바꼭질을 하다가 트럭에 치일 뻔하고 이를 영숙이 구한다. 아이들을 데리고 기우에게 가서 따지지만 기우는 영숙을 진짜 몰라보는 것인지 몰라보는 척을 하는 것인지 안면몰수이고 이에 화가 난 영숙이 경찰에 기우를 신고한다.
경찰에 신고하는 영숙을 보고 가족은 줄행랑을 친다. 그 뒤를 영숙이 쫓는데 진숙이 뛰다 넘어진다. 진숙은 그대로 무릎을 꿇고 앉아 영숙에게 한 번만 봐달라고 울며 애원한다. 누군가에게 자존심을 모두 버리고 그렇게까지 애원할 수 있다는 건 어떤 상황일지 너무 마음이 아픈 장면이었다. 뒤늦게 가족들과 만난 진숙은 안도감에 아이들을 먼저 끌어안는다. 그런데 기우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 어딘가 정신이 빠진 것처럼 혼잣말을 하며 흥분하는 기우를 말리며 진숙은 울부짖는다.
텐트를 두고 몸만 도망친 가족은 다른 휴게소에서 화장실에서 쪽잠을 잔다. 화장실에서 자던 은이가 밖에서 노숙 중인 아빠에게 와 학교에 다니고 싶다고, 공부를 하고 싶다고 말한다. 아빠가 자기가 해봤는데 별로라고 말하자 은이는 자기도 해보고 별로라고 말하고 싶다는 가슴 아픈 말을 한다.
기우를 신고한 사람은 다만 영숙뿐만이 아니고 경찰도 기우를 찾고 있었다. 휴게소에 경찰이 찾아와 기우가 잡혀가게 되자 진숙은 아이들을 데리고 와 가족이니 함께 가게 해달라고 하고 가족이 모두 경찰서로 가서 조사를 받게 된다.
조사 결과 기우는 이미 다른 죄로 수배 중이었다. 게다가 주소도 정확하지 않으니 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경찰은 기우를 구속한다. 기우는 끌려가고 남은 진숙과 아이들이 빗속에서 경찰서 앞에 쪼그려 앉아 있다. 그들을 그냥 지나쳐 나가려던 영숙은 갑자기 차를 멈추고 진숙에게 다가가 함께 가자고 제안한다. 아픔이 아픔을 알아본 것일까.
영숙은 진숙과 아이들에게 가구점에 딸린 조그만 방에서 지내게 해준다. 고기도 구워 밥도 내어준다. 하지만 영숙의 남편은 낯선 그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당장 내보내라고 하지만 영숙은 그럴 마음이 없다. 영숙은 진숙에게 은이를 학교에 보내자고 한다. 아이들을 문구점으로 데리고 가 학용품과 장난감도 사준다. 영숙은 공부를 하는 은이를 보고 자신의 아이가 떠올라 눈물을 흘린다.
유치장에 있는 기우는 점점 정신을 놓는 것 같고 혼자서 자꾸만 말을 한다. 그에 화가 난 함께 있던 남자가 기우를 괴롭히자 기우는 그의 손가락을 거칠게 물어뜯는다. 결국 혼자 격리된 기우는 잠시 후 거품을 물고 쓰러져 경련을 일으키고 놀라서 들어온 경찰의 다리를 물고 도주를 한다.
영숙은 진숙에게 임신한 지 몇 개월이나 되었냐고 묻는다. 진숙은 대답을 얼버무린다. 진숙은 병원에 가본 적이 없다. 영숙은 그 길로 당장 진숙을 병원으로 데리고 간다. 검사 결과, 진숙의 아이는 역아로 조산기가 있다는 진단을 받는다.
진숙이 진료를 받고 있을 때 영숙의 남편 도환이 택이를 데리고 가구점 일을 나갔다가 택이가 다치는 사고가 난다. 아이를 왜 다치게 만들었냐고 화를 내는 영숙을 도환이 데리고 나간다. 도환은 진숙과 아이들을 데리고 있는 것이 아이를 잃은 슬픔을 채우려는 것 아니냐며 당장 내보내라고 화를 내지만 영숙은 싫으면 당신이 나가라고 되받아친다.
기우는 점점 상태가 안 좋아지고 무전취식을 하고 도망을 가기도 한다.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던 기우는 거울에 붙은 대출 광고를 미친 듯이 뜯어내다가 주머니 속에서 영숙이 주고 간 명함을 발견하게 된다. 기우는 영숙의 가구점 근처까지 찾아와 은이와 만나게 된다. 배가 고프다는 아빠의 말에 은이는 밥을 가져다주고 기우는 은이의 노트를 빌려 진숙에게 쪽지를 전한다.
쪽지를 전해 받은 진숙은 그날 밤 기우를 기다리고 진숙과 아이들을 찾아온 기우에게 우린 여기서 어떻게든 살아볼 테니 제발 가달라고 울며 부탁한다. 그렇게 쫓겨난 기우는 더욱 정신을 놓게 되고 단란하게 모여 저녁을 먹고 있는 영숙의 부부와 진숙과 아이들 앞에 기괴한 모습을 하고 불을 들고 나타나고 영화는 온갖 슬픔을 안고 타오르는 결말로 치닫는다.
결말은 열려 있다.
영화의 말미에 보면 여러 가지 해석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장면이 있다. 정신줄을 놓아버린 기우와 아이들을 지키고 싶은 진숙, 그들은 어떻게 될지 영화로 확인해 보자.
사진 출처_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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