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노미야 타키가 죽었다. 평생을 독신으로 산 그녀의 집을 친척들이 정리하다가 대학노트 하나를 발견한다. 타케시는 그것이 그녀의 자서전이다. 죽기 전 그녀와 타케시는 자서전을 쓰고 있었다. 타케시에게 타키는 이모할머니다. 타케시는 우연히 타키가 쓰고 있던 노트를 보고 자서전을 한 번 써보라고 하고 종종 들러 교정을 봐준다.
기본정보
감독: 야마다 요지
출연: 마츠 다카코, 바이쇼 치에코, 쿠로키 하루, 요시오카 히데타카, 츠마부키 사토시
개봉: 2014
수상내역: 38회 일본 아카데미상 (우수 여우조연상)
베를린 영화제 (여우주연상)
OTT: 왓챠
영화 줄거리와 이 영화를 보는 시각
눈이 세차게 날리던 날, 18세의 타키가 가정 형편상 집을 떠나 도쿄에 하녀 생활을 하러 간다. 1930년대의 일본에는 웬만큼 사는 가정집에서 하녀를 두는 일은 흔한 일이다. 타키는 처음에는 혼고란는 소설가의 집에서 하녀 생활를 시작하지만 곧 그 집의 부인의 소개로 도키코의 집으로 가게 된다.
도키코의 집은 빨간 기와를 얹은 작고 예쁜 집이다. 타키는 그 집을 좋아한다. 전쟁 중이었지만 매일 즐거웠다고 나이 든 타키는 기억한다. 그에 대해 타케시는 역사를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쓰라고 충고한다. 전쟁 중이었고 밖에서 난징 대학살이 일어났는데 어떻게 매일이 즐거웠냐는 타케시에 말에도 타키는 글을 바꿀 마음이 없다. 당시 일본 내에서는 난징 함락의 소식에 사람들의 마음이 들뜨고 백화점에는 사람들의 행렬이 줄을 잇는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난징이 함락되고 전쟁이 끝나면 중국의 많은 아이들에게 장난감을 팔 생각을 하며 들뜬 평범한 일상을 사는 일본인에게는 일본 제국주의의 어두운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영화의 끝으로 갈수록 전쟁이 길어지면서 점점 생활에도 변화가 찾아오지만 그들의 마음 어디에도 나라를 비판하는 마음은 보이지 않는다. 영화의 미장센 또한 마치 동화 속이나 연극 무대 같아 보이는 이유도 바깥의 공포스러운 현실과 동떨어진 삶을 보여주는 장치로 보였다. 영화의 배경은 1930~40년대로 우리나라가 한창 일본의 치하에 있을 때였다. 우리나라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고통에 시달리고 있을 때 일본에서는 이렇게 평화로운 일상이 있었다는 걸 생각하면 아마 이 영화를 보는 시각은 일본 자국민이나 다른 나라 사람과 비교했을 때 한국인은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 안에서 일본이 행한 행위를 미화하고 있지는 않다. 오히려 아무런 비판의식이 없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보여주고 타케시의 말을 빌려 역사에서 실제로 어떤 이야기가 일어났는지 솔직히 말해야 한다고 하는 젊은 세대와 과거를 그리워하는 나이 든 세대의 의식의 충돌이 보여진다.
역사적인 부분을 차치하면, 이 영화는 로맨스 영화이기도 하다. 어느 날 도키코의 집에 주인집 남자의 회사에 다니는 이타쿠라라는 남성이 오게 된다. 도키코는 그에게 처음부터 호감을 가지게 되고 여러 일로 인해 점점 이타쿠라와 함께 하는 시간들이 생겨나면서 이타쿠라에 대한 마음을 키워가게 된다. 이러면 안 된다고 스스로 강하게 부정도 해보고 그에게 맞선도 주선해 보지만 그를 향한 마음을 지울 수 없어 괴롭다.
반면, 타키는 이타쿠라를 향한 도키코의 마음을 눈치채고 도키코의 남편이 눈치채지 않도록 중간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타키도 이타쿠라에게 마음이 있는 걸까. 이 영화를 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타키도 이타쿠라를 좋아해서 괴로웠고 그래서 평생 독신으로 지냈다고 해석하지만 나는 그 부분이 조금 애매하다. 영화 안에서 타키가 이타쿠라에게 좋아하는 호감을 표현하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시집을 안 가고 도키코의 집에서 한평생 하녀로 살고 싶다고 말하는 장면과 도키코의 남자 같은 여자 친구인 무츠코가 타키를 야릇하게 어루만지며 위로하는 장면과 “좋아하면 안 될 사람을 좋아한다.” 라고 고백하며 우는 타키를 보면서 타키가 좋아하는 사람은 도키코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 시절, 좋아해서는 안 될 사람이 주인집 사모님의 애인뿐만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 부분은 나의 생각이니 이견이 있을 수 있다.
도키코와 이타쿠라가 위험한 관계를 아슬아슬하게 이어오던 와중에 전쟁이 길어지자 원래는 면제 대상이었던 이타쿠라에게까지 소집영장이 나온다. 이타쿠라는 도키코의 집에 찾아와 소집영장을 보여주며 작별 인사를 한다. 둘은 서로를 끌어 안는다. 그때 도키코의 남편이 오고 이타쿠라는 급하게 가버린다. 떠나는 이타쿠라에게 남편은 “발밑을 조심하게 길이 어두우니까.”라고 말하고 도키코는 얼른 그에게 손전등을 건네준다. 도키코는 이타쿠라의 어둠을 밝히고 싶다.
도키코는 그래도 마지막으로 한 번 이타쿠라의 얼굴이 보고 싶다.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서려는데 타키가 와서 말린다. 타키가 동네에 소문이 날 수 있다며 제발 한 번만 참아달라며 애원한다. 대신 편지를 써서 집으로 직접 와달라고 써주면 자신이 전해주고 오겠다고 설득한다. 화를 내며 집으로 들어간 도키코는 편지 써서 타키에게 건넨다. 이타쿠라는 결국 오지 않는다.
긴 전쟁 속 국가가 어려워지면서 집에 하녀를 두는 일이 어려워졌다. 타키는 그녀가 사랑했던 작은집을 떠나 고향마을로 되돌아간다.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지만 훗날 도쿄 대공습 당시 빨간 지붕의 작은집은 폭격을 맞고 도키코와 그의 남편은 마당의 방공호에서 서로를 안은 채 시신으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자서전은 여기서 끝이 난다. 타키는 자신이 너무 오래 살았다며 눈물을 흘린다. 모든 기억과 후회를 안은 채 나만이 오래 살아남았다는 느낌인 걸까. 코로나를 겪으면서 내가 하나의 커다란 역사 속에 살고 있다는 걸 실감한다. 인간은 멀리서 보면 모두 역사 속 등장인물일 것이다. 모두가 하나씩 자신의 자서전을 쓸 수 있을 것이다. ‘너무 오래 살았다’라는 감정은 어쩌면 살면서 모두가 한 번쯤 느끼게 될 감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있어!
영화 속 노년의 타키 역을 연기한 배우 바이쇼 치에코는 지브리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노인이 된 소피 역의 성우다. 게다가 <작은집>의 OST도 <하울의 움직이는 성>과같이 히사이시 조가 맡아서 애니메이션의 대표곡인 <인생의 회전목마>를 변주한 듯한 음악이 나온다. 영화를 보는 내내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 오버랩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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