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정보
감독: 윤단비
출연: 최정운, 양홍주, 박현영, 박승준, 김상동
개봉: 2020.8
수상내역: 20회 디렉터스 컷 어워즈(올해의 비전상)
26회 춘사영화제(신인감독상, 신인여우상)
8회 들꽃영화상(극영화 감독상)
57회 백상예술대상(영화 신인감독상, 영화 여자신인연기상)
21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신인감독상, 신인여우상)
35회 마르델플라타 국제영화제(심사위원 특별상)
42회 낭뜨 3대륙 영화제(골든 몽골피에(최우수작품상))
40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신인감독상, 영평10선)
8회 무주산골영화제(뉴비전상)
19회 뉴욕 아시아 영화제(언케이지드상)
49회 로테르담 국제영화제(밝은미래상)
45회 서울독립영화제(새로운선택상)
24회 부산국제영화제(넷팩상(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 한국영화감독조합상, 시민평론가상, KTH상)
OTT: 넷플릭스
영화 줄거리
남매는 아빠의 낡은 흰색 다마스에 짐을 싣고 이사를 간다. 도착한 곳은 새집이 아닌 남매의 할아버지 집이다. 할아버지는 더위를 먹고 병원에 가셔서 부재중이시다. 여름밤의 집 안은 고요하다. 그때 집 앞에 차가 들어오는 소리가 난다. 아빠가 할아버지를 병원에서 모시고 오셨다. 남매는 어색하게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건넨다. 할아버지는 아이들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하고 소파에 털썩 앉는다. 어색해 하는 남매를 보며 아빠는 눈치 보지 말라고 말하지만 정작 제일 눈치 보고 있는 건 어째 아빠 같아 보인다.
아빠는 쭈뼛거리며 아이들 방학 동안만 지낼 것이라고 말하지만 아빠도 영화를 보는 사람도 할아버지도 안다. 그건 거짓말이라는 것을 말이다. 저녁으로 배달 시킨 콩국수를 먹는 동안 아빠는 애들 눈치 보랴 할아버지 눈치 보랴 바쁘다.
옥주는 이층의 비어있는 방에 재빠르게 분홍색 캐노피 모기장을 친다. 동생인 동주가 금방 들어와 옆에 누우려 하자 이제부터 여기는 자신의 방이라며 동주를 내쫓는다. 동주는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함께 있는 방으로 갔다가 자신만의 공간을 찾아서 다시 나가보지만 무서운지 이내 인형을 끌어안고 나온다.
남매와 아빠가 찾아와 눌러 앉은 집에 어느 날 아이들의 고모가 할아버지의 병원 문제를 핑계로 찾아온다. 남편 문제에 대해 물어보자 어물쩍 넘어가는 고모도 어느새 이 집에 들어와 같이 살게 된다. 그로써 할아버지는 아들딸과 손자들과 함께 살게 된다.
남매의 아빠는 짝퉁 나이키 신발을 판다. 신발을 팔러 가는 길 차 안에서 운전을 하며 신발을 파는 연습을 해보지만 막상 신발을 늘어놓고 앉아서 기다릴 뿐이다. 아빠의 MBTI는 I로 시작하시는 것으로 추정된다. 잘 준비를 마친 고모에게 옥주는 동주 때와는 달리 모기장 안에 들어와서 함께 자자고 한다. 옥주가 자는 사이 고모는 집을 나가고 자고 있던 옥주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집의 문이 잠겨서 못 들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고모 손에 들린 맥주를 옥주에게 권하자 옥주가 조금 마신다.
이 영화에서 남매는 둘이다. 옥주와 동주 남매가 있고 아빠와 고모도 남매 사이다. 아빠와 고모는 둘 다 인생에서 무언가 실패하고 떠밀려 다시 옛집으로 돌아왔다. 둘 다 삶이 팍팍해 보인다. 고모는 한밤중 찾아온 남편과 대판 싸우고 소금을 가져다 달라고 해서 뿌리기까지 한다. 무슨 일이냐고 묻는 오빠의 질문에 고모는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가 말한다. 남편이 꼭 자신을 괴롭히는 요괴 같다고 말이다.
남편 때문에 깨달은 바가 있으신지 고모는 옥주에게 어릴 때부터 남자를 많이 만나보라는 금쪽같은 조언을 해준다. 옥주에게는 좋아하는 남자아이가 있다. 그 남자아이에게 아빠의 나이키 신발을 하나 가져다 선물도 해주었다. 옥주는 예뻐지고 싶다. 쌍꺼풀이 있으면 더 나을 것 같다. 아빠에게 쌍꺼풀 수술 비용을 빌려 보려고 하지만 단번에 거절당하자 옥주는 다른 계획을 세운다.
할아버지의 생일날, 모여 살게 된 이유야 어찌 되었든 가족이 있으니 좋다. 모두 모여 생일파티를 한다. 옥주는 할아버지에게 멋진 페드로 모자를 선물한다. 이 가족 중 어떤 일이 일어나도 해맑은 희망의 아이콘이 있으니 그것은 동주다. 동주는 늘 밝고 다정하고 사랑이 많다. 그런 동주가 스마트폰이 가지고 싶다고 하자 아빠는 춤을 추면 사주겠다고 한다. 동주는 열정의 개다리 춤으로 온 가족에게 웃음을 선사하지만 너도 알고 나도 알듯이 아빠가 스마트폰을 사주겠다는 것 또한 거짓말이다.
남매의 아빠와 엄마는 헤어졌다. 동주는 엄마가 보고 싶지만 옥주는 엄마를 만나고 싶지 않다. 동주에게도 만나지 말라고 한다. 자존심도 없냐며 만나면 죽여 버리겠다고 으름장까지 놓는다. 그런 누나의 말에도 불구하고 동주는 엄마를 만나 선물을 바리바리 들고 집으로 오고 결국 옥주와 육탄전을 벌인다.
쌍꺼풀 수술이 하고 싶은 옥주는 아빠 몰래 아빠의 다마스에서 신발 하나를 훔친다. 도서관에 가겠다고 집을 나가서는 낯선 사람을 만나 거래를 시도하지만 상대는 호락호락하지 않고 정품 인증을 해달라는 요구를 한다. 이에 당황한 옥주는 돈을 그냥 돌려줄 테니 없던 일로 하자고 하지만 상대는 물러서지 않는다. 당황한 옥주는 돈을 그대로 가지고 달아나 버리고 결국 경찰서에 잡혀가는 신세가 되고 말지만 경찰서로 옥주를 데리러 온 아빠는 옥주를 혼내지 않는다.
엄마를 죽어도 보지 않을 것처럼 말하는 옥주지만 실은 옥주도 엄마가 보고 싶다. 대신 그놈의 자존심이 문제다. 엄마가 밉다. 잠이 들려는 고모를 깨워 아직도 할머니가 보고 싶냐고 물어본다. 그 말은 자신도 엄마가 보고 싶다는 것이다. 언제까지 계속 이렇게 보고 싶을 것인지 모르겠다는 의미 같았다.
대체로 평화롭고 평범한 일상을 깨는 사건이 하나 발생한다. 할아버지가 갑자기 대변 실수를 하신 것이다. 그 일로 아빠와 고모는 요양원을 알아보게 된다. 옥주는 할아버지를 요양원에 보내는 게 싫다. 함께 살고 싶지만 옥주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그런데 아빠와 고모가 집까지 팔려고 내놓자 옥주는 그만 화가 나고 만다. 공원에 나가 남자친구를 만난 옥주는 그 애에게 이렇게 묻는다. “너네 집은 어때?”
집으로 돌아와 보니 대문간에 동주 혼자 덩그러니 앉아 있다. 동주가 할아버지가 쓰러지셔서 병원에 가셨다고 전해준다. 둘만이 보내는 밤, 옥주는 동주를 모기장 안에서 함께 자게 해준다. 아빠에게 전화가 오고 할아버지가 괜찮아지셔서 금방 돌아올 것이라 말한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옥주는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너무 평범해서 좋은 이야기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윤단비 감독의 경험에서부터 나온 이야기이다. 윤 감독이 어릴 적 야간 자율 학습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갈 때 친구가 먼저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꺼내놓자 친구들 모두 하나둘씩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꺼내 놓았던 경험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때 느꼈던 동질감과 안도감을 기억했다가 그 시절 차마 친구들에게 꺼내놓지 못했던 윤 감독 자신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영화 말미에 나오는 옥주의 대사 “너네 집은 어때?”가 이 영화의 키워드가 아닐까 싶다. 영화는 한 가족의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고 "우리 집은 이런데 너네 집은 어때?라고 묻는 듯하다. 영화 속에서는 같이 밥을 해 먹고 화단에 물을 주는 것처럼 일상적인 장면들이 잘 녹아 있다. 누군가는 윤 감독을 일상을 잘 표현하는 감독으로 유명한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비교하기도 한다. 나도 영화를 보면서 <아무도 모른다>의 연출이 떠오르기도 했다.
할아버지의 낡은 집
이 영화를 만들면서 윤단비 감독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영화 속에 나오는 주택을 구하는 일이었다고 한다. 영화 속에서 세월이 여기저기 묻어나는 낡은 목재가 주는 따뜻함이 영화의 느낌을 배로 살려주는데 실제로 이런 주택을 구하는 일은 아주 어려운 일이어서 꽤나 애를 먹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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