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하나의 병원이 있다. 병원의 이름은 마리아 사랑 병원이다. 병원의 직원들은 구내식당이 맛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점심시간이면 환자들을 내팽개치고 밖으로 식사를 하러 나긴다. 병원의 직원들은 엑스레이실을 좋아한다. 그곳은 그들에게 은밀하게 사랑을 나누는 장소로 사용되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엑스레이실에서 사랑을 나누던 중 그 장면을 누군가 엑스레이로 찍게 된다. 딱 그 부위만.
기본정보
감독: 이옥섭
출연: 이주영, 문소리, 구교환, 천우희
개봉:2019.9
수상내역: 7회 들꽃영화상(극영화 감독상)
23회 판타지아 영화제(베스트 데뷔상 특별언급)
14회 오사카 아시안 필름 페스티벌(대상)
44회 서울독립영화제(관객상)
23회 부산국제영화제(올해의 배우상, 시민평론가상, KBS독립영화상, CGV 아트하우스상)
OTT: 넷플릭스
영화 줄거리
누가 그 사진을 찍은 걸까 아니 그보다 사진 속의 주인공은 누구인가를 놓고 병원 안의 모든 사람들은 탐정이 되지만 점점 오리무중에 빠지게 되고 주인공 윤영(이주영)은 혹시나 그 사진의 주인공이 자신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엑스레이 사진을 집으로 훔쳐 와 남자친구인 성원(구교환)에게 보여주며 자신들 같지 않냐고 묻자 그는 자신들이 맞는다고 말한다. 절망하는 윤영, 더는 창피해서 병원을 못 다닐 것 같다. 사직서를 써야겠는데 한자의 획이 너무 많다.
마지막 출근을 위해 이 병원만의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출근카드를 찍은 윤영은 부원장(문소리)를 만나러 간다. 부원장은 누군가 윤영이 엑스레이를 훔쳐 가는 걸 보았다고 말한다. 윤영은 자신이 사진의 주인공으로 의심을 받자 억울한 마음이라도 든 건지 병원을 계속 다니겠다는 말을 남기고 부원장실을 나간다.
다음날 윤영이 출근했을 때, 병원 안은 텅텅 비어있다. 윤영과 부원장 외에 아무도 출근을 하지 않은 것이다. 다들 엑스레이의 주인공이 자신이라고 생각해서 창피해서 나오지 못한 것일까. 윤영과 부원장은 함께 직원들에게 전화를 건다. 모두 짜기라도 한 듯 몸이 아파서 결근한다는 대답이 돌아오자 부원장은 불신에 빠진다. 어떻게 모든 직원이 한 번에 다 같이 아플 수 있단 건지 그녀는 믿을 수 없다. 모두를 의심하는 부원장과 달리 윤영은 사람들이 진짜로 아플 수 있지 않냐고 말해준다. 부원장은 과거 그녀가 겪은 일을 윤영에게 들려준다. 부원장이 아이일 때 아파트 놀이터에서 시소를 타고 있었는데 어떤 아이가 아버지에게 떠밀려 떨어지는 장면을 보게 된다. 그 사건은 무슨 영문인지 어린 부원장이 시소의 반대편에 타고 있던 아이를 날려 버린 일로 알려지고 ‘살인미수’라는 죄목으로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게 된다. 부원장은 사실을 정정하지 않았다고 말하며 아무리 발버둥 쳐도 사람들은 자기들이 믿고 싶은 대로 믿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윤영은 부원장에게 ‘믿음 교육’을 제안한다. 정말 아픈지 안 아픈지 한 번 직접 찾아가 눈으로 확인하자는 것이다.
첫 번째 당첨자는 병원 직원 김진성이다. 둘은 허락도 받지 않고 무단으로 열쇠공 아주머니를 불러 대문을 따고 들어간다. 진짜로 땀에 절어 거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진성을 발견한 부원장은 믿음을 회복하고 다음 집에는 가지 않기로 하고 병원으로 돌아온다. 그때 병원으로 급하게 들어오는 차가 한 대 있었다. 차에서 내린 남자는 피를 철철 흘리는 배를 부여잡고 “사과를 깎아 먹다가….” 하는 누구도 믿을 수 없는 말을 한다. 사과를 깎아 먹다 배를 찔렸다는 남자의 배에서는 총알 하나가 나오고 부원장의 믿음은 다시 흔들린다.
윤영은 종종 메기를 보러 간다. 어항 속에 가만히 들어 있는 메기를 보는 걸 좋아하는 윤영을 위해 메기는 최대한 가만히 있어 본다. 평소에는 조용히 있던 메기가 갑자기 요동치며 튀어 오르자 메기의 아빠(권해효)는 곧 지진이 일어날 거라며 소란을 떤다. 지난번에도 메기가 튀어 오른 후 지진이 났었다는 것이다. 사람들을 설득해 대피하며 메기 아빠는 앞으로 일어날 지진보다 메기의 지진 예지 능력에 의심을 품게 되고 결국 지진은 일어나지 않는다. 메기 아빠는 퇴원할 때 메기를 버리고 간다. 지진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대한민국 곳곳에 싱크홀이 발생하는 일이 생기고 싱크홀을 메꾸기 위해 인력이 필요했으므로 백수였던 성원에게도 드디어 일자리가 생긴다.
성원은 싱크홀 복구 현장에서 어째 일보다 잠을 많이 자는 것 같고 게다가 어느 날인가는 소중한 백금 반지까지 잃어버린다. 반지의 이름은 맥심으로 같이 일하는 동료들과 소중한 맥심을 찾아 헤매지만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 맥심을 잃어버리고 며칠 후 성원은 동료 발가락에 끼워진 맥심을 발견한다. 그때부터 성원은 그 동료를 도둑놈으로 의심하게 되고 반지를 되찾는데 성공하지만 그 반지는 진짜로 동료의 발가락 반지였을 뿐 맥심이 아니었다.
그 사이 윤영은 성원의 전 여자친구를 만난다. 그녀는 윤영에게 고백한다. 성원에게 맞은 적이 있다고 그때의 기억 때문에 아직도 괴롭다고 말이다. 윤영은 전 여자친구의 말을 선뜻 믿을 수 없다. 윤영은 성원에게 맞은 적이 없다. 하지만 마음속에 한 번 싹튼 의심은 점점 커지고 성원에 대한 윤영의 믿음이 흔들린다. 괴로운 그녀는 부원장에게 이 사실을 털어놓는다. 부원장은 자신이라면 성원에게 직접 물어보겠다고 말해준다. 심란한 윤영은 메기를 더욱 자주 찾는다.
전위적이고 평화적인 재개발 반대 시위에도 불구하고 윤영과 성원이 사는 동네는 재개발이 결정되고 윤영은 이사를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성원은 낮에 시간이 날 때마다 윤영이 이사 갈 집을 보러 다니는데 마침 딱 좋은 집을 발견하고 윤영을 부르게 된다. 급한 마음에 성원의 안내대로 빠르게 자전거를 몰던 윤영이 급하게 자전거를 세운다. 눈앞에 천 길 낭떠러지 같은 계단이 펼쳐져 있고 그 아래에 성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손을 흔들어 보이는 성원을 보자 윤영은 성원이 자신을 죽이려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윤영은 점점 전 여자친구의 말을 믿게 되고 성원을 불신하게 된다. 결국 둘은 다툼 끝에 헤어지게 되고 윤영은 홀로 이사를 가게 된다. 마지막으로 성원을 찾아온 윤영이 성원에게 여자 때린 적 있냐고 묻자 성원은 어떠한 죄책감도 후회도 없는 담담한 얼굴로 “어, 때린 적 있어,”라고 말한다. 마치 “응, 밥 먹었어.”라고 말하듯이 말이다. 그 순간 윤영이 데리고 온 메기가 어항에서 힘차게 튀어 오르고 성원의 발밑이 꺼지면서 성원은 거대 싱크홀 속으로 사라진다.
영화 속 끊어진 믿음의 벨트?
이옥섭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이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주된 주제는 '믿음'이라고 한다. 사람 간의 어떻게 믿음이 쌓이고 깨지는지 또다시 어떻게 조합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엑스레이 사건을 통해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게 되는 사건을 시작으로 부원장의 깊은 불신과 '믿음 교육'으로 겨우 되찾은 믿음이 다시 한 남자의 뱃속에서 나온 총알 하나로 무너지는 과정 윤영과 성원의 믿음이 깨어지고 헤어지는 과정과 메기와 메기 아빠까지 영화 속의 믿음의 벨트는 연결될 듯 자꾸만 끊어지고 구덩이에 빠지는 자와 구덩이에서 나오는 자 사이의 운명이 갈린다. 영화 속에는 다양한 한국 사회의 문제점이 나타난다. 무분별한 재개발 문제, 싱크홀 발생, 청년 취업난 같은 문제들이 그것이다. 그럼에도 영화를 하나로 묶어주는 커다란 줄기는 '믿음'이라는 하나의 키워드다.
아름답고 귀여워!
이 영화는 귀엽다. 그리고 매우 아름답다. 장면 하나하나가 아름다운 하나의 오브제를 만들듯 각도와 색감, 배우의 동선까지 세심하게 연결되어 있다. 화려함은 없지만 디테일은 풍부하다. 꼭 영화를 보며 확인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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