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에게 고함 작전을 시작한다. 성공하기 전까지 멈춰 서는 안 된다."
1933년 일제 강점기 시대의 경성에는 <흑색단>이란 조직이 활동하고 있다. 조직원들은 유령이라는 이름 하에 각지에 숨어 활동한다. 이번에 유령에게 전달된 임무는 "차기 총독 경성 입성, 조선 신궁에서 제거하라."
<유령> 기본정보
감독:이해영
출연: 설경구, 이하늬, 박소담, 박해수
개봉: 2023.1
러닝타임: 133분
OTT: 티빙/ 왓챠 / 웨이브
<유령> 줄거리, 결말, 후기
영화 <유령>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건 화려하고 동화적인 미장센이다. 화려한 의상과 비현실적으로 아름답게 꾸며진 거리와 건물 내부의 모습은 여타의 일제 강점기를 다룬 영화들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유령>의 미장센은 영화의 스토리가 실제 사건이나 역사적 고증보다는 하나의 지어낸 '이야기'라는 느낌을 처음부터 강하게 준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박차경이 있다. 그녀는 조선 총독부 보안 정보 수신계에서 일한다. 박차경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그녀의 이름은 난영이다. 난영은 유령으로 활동하고 있다. 난영은 총독을 제거하라는 임무를 받고 만찬에 잠입해 그를 사살하려 하지만 실패하고 도망을 치다 죽임을 당한다. 차경은 눈앞에서 난영의 죽음을 지켜보게 된다.
<유령>은 여성이 중심이 되는 서사다. 동성 연인의 죽음으로 그녀의 뜻을 이어받아 유령으로 활동하는 차경(이하늬)과 정무총감 직속 비서로 전반부와 후반부를 나누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또 다른 중심인물인 유리코(박소담)가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유령>안에서 남성 캐릭터들은 겁에 질려 벌벌 떤다거나 차경과 유리코를 의심하는 역할을 담당하며 상대적으로 힘이 약하다.
총독 암살에 실패하고 유령을 찾으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이때 리더의 자리에 선 건 경호 대장인 타카히토 카이토(박해수)다. 무라야마 쥰지(설경구)는 그의 어미니가 조선인이었단 이유로 의심을 받고 있다. 영화 전반부는 타카히토가 모은 조서인들을 한 호텔에 가두고 누가 유령인지 가려내는 밀실 추리극 느낌을 준다. 일제 강점기 영웅담보다는 마치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극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각자 자신의 이득을 위해 상대를 유령으로 몰고 가는 서스펜스가 이어지지만 이야기가 산발적이고 빌런들의 힘이 약하다. 영화의 후반부에 가면 후반부에서 실체를 드러내기 위한 밑 작업이라는 것을 알 수는 있지만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에서 약 한 시간 이상이 지루하게 이어지고 중반을 넘어서면서도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는 느낌은 아쉽다.
타카히토는 가장 약해 보이는 백호(김동희)를 불러 심문하지만 백호는 끝까지 입을 열지 않는다. 백호가 누가 유령인지 알고 있다고 확신하는 타카히토는 그가 입을 열지 않자 모두가 보는 앞에서 무참히 살해한다. 이를 지켜본 유리코가 갑자기 테이블을 건너와 타카히토를 공격하면서 이야기를 급격한 변화를 맞는다.
박소담이 연기한 유리코라는 인물은 정무총감의 직속 비서로 자신이 마치 정무총감이라도 된 것처럼 안하무인으로 행동하며 그의 애인 역할을 하던 여인이다. 가장 사치스럽고 유령이랑은 거리가 멀어 보이던 유리코가 갑자기 타카히토를 공격하면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한편 무라야마는 차경에게 자신이 유령이라고 말하며 차경 또한 유령인지 묻지만 차경은 그에게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다.
무라야마가 유령이라는 말은 거짓이다. 그가 먼저 유령을 잡아내 좌천된 자신의 지위를 되돌리고 싶은 개인적인 욕심이었을 뿐이다. 유리코와 차경의 액션으로 이야기는 반전을 맞지만 강렬한 액션보다는 미장센에 더 신경을 쏟은 느낌이 드는 장면들이 많다. 장면이 아름다운 건 나쁜 건 아니지만 영화의 가장 중심부가 되는 액션 신마저 '그림'에 힘을 빼앗기고 있는 느낌이 든다.
유리코는 차경을 도와 그녀를 도망치게 해주지만 차경은 그녀를 혼자 남겨둘 수 없다. 타카히토에 의해 고문실로 끌려간 그녀를 차경이 구해내 경성으로 도망치는데 성공한다. 여기에서도 두 사람의 액션이나 악역과의 심리전보다도 여성들끼리의 연대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유령>이란 영화를 전체적으로 보면 일제강점기 시대의 영웅 서사라기보다는 여성들의 연대의 서사라고 보는 게 더 맞을 것 같다.
차경과 유리코를 쫓아 경성으로 온 무라야마는 잔인한 계획을 세운다. 총독의 취임식을 여는 척하면서 그 자리에 모이는 유령들을 전멸하고자 한다. 하지만 유령들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일본인 아버지와 조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무라야마는 누구보다 조선을 부정하는 인물이다. 그는 사람들 앞에서 조선에는 미래가 없고 조선은 이미 죽어서 관속에 들어가 있는 나라라고 말하며 조선인들을 향해 총을 겨눈다.
그때 유리코와 차경이 나타나 사람들을 구한다. 무라야마와 차경 사이의 격투가 시작되지만 이 또한 액션신으로 훌륭하다고 볼 수 없다. 결국 무라야마는 몇 번 싸워보지도 못하고 두 여인에 의해 처참하게 살해되고 새로운 총독 또한 두 여인에 의해 암살된다. 여기서 감독은 마치 서부극에서나 볼 법한 이미지를 끌어다 쓰는데 극의 몰입에 오히려 방해가 됐다.
<유령>은 전체적으로 보면 나쁜 스토리는 아니다. 하지만 중반부까지 이야기를 너무 지루하게 끌고 가는 점과 지나치게 미장센에 충실해서 마치 뮤직비디오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줘서 서사에 오히려 짐이 된다는 점이 아쉬웠다. 또한, 유리코와 차경의 연대가 더 강한 빛을 발하려면 상대인 빌런의 역할이 중요한데 이 또한 빌런끼리 더 싸우는 느낌이 들어 배우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영화다.
*영화의 카메오 비비(BIBI)
<미장센도 스토리도 훌륭한 영화>
영화 < 헤어질 결심 > 리뷰, 탕웨이 X 박해일 , 정보, 결말, 줄거리,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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