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에서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이 집들이를 위해 월식이 일어나는 밤 석호와 예진의 집에 모이게 된다. 한창 음식 준비로 바쁜 부부는 딸 소영의 문제로 예민해진다.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딸은 자신만의 비밀과 영역을 지키려고 하고 엄마인 예진은 딸을 보호하려는 마음에 자꾸만 그 영역을 침범하고 만다. 유능한 정신과 의사인 예진이지만 딸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쉽지 않다. 딸은 어느새 자라서 완벽한 타인이 되어있다.
<완벽한 타인> 기본정보
감독: 이재규
출연: 유해진, 조진웅, 이서진, 염정아, 김지수, 송하윤, 윤경호
개봉: 2018
러닝타임: 115분
ott: 티빙 / 웨이브 / 왓챠/ 넷플릭스
<완벽한 타인> 줄거리, 결말, 해석
예진과 석호 부부에게 초대되어 온 친구들이 하나 둘 그들의 집으로 모인다. 무심하고 권위적인 태도를 보이는 남편인 태수와 순종적인 아내 수현, 사이좋은 부부 준모와 세경, 이혼 후 '민서'라는 애인과 사귀고 있는 영배가 예진과 석호가 새로 장만한 호화로운 고급빌라에 들어선다. 석호는 일찍부터 그들을 위해 고향 음식들로 진수성찬을 차려놓았다.
영화 <완벽한 타인>은 예진과 석호 부부의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 그것도 식탁이라는 제한된 장소에서 배우들 간의 대화가 주된 틀을 이루며 나아가는 영화다. 한자리에 모인 친구들은 마침 참석하지 않은 친구가 바람피운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다 서로 비밀이 없다고 주장하게 되고 예진은 그런 그들에게 식사가 끝나기 전까지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모든 걸 공개하자는 제안을 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안 하겠다고 하면 안 될 것 같은 이상한 분위기가 되자 어쩔 수 없이 각자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마지못해 올려놓게 되고 그때 준모의 핸드폰이 울리며 문자가 하나가 도착한다. "자기 몸이 그리워." 준모는 모르는 번호라고 잡아떼 보지만 곧 문자가 왔던 번호로 전화가 오자 세경은 화를 내며 준모에게 전화를 받으라고 다그친다. 당황하며 준모가 전화를 받는데 그건 다름 아닌 석호가 딸의 전화로 친 장난이었다.
<완벽한 타인>에서의 큰 주제는 '비밀'이지만 하나의 큰 이야기 줄거리는 없다. 대신 배우들 간의 속사포처럼 이어지는 대화로 우리 사회 안에서 현대인들이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서 하나씩 이야기 해나간다. 아이도 없이 돌싱으로 살아가고 있는 영배는 게이라는 비밀을 안고 있다. 친구들은 40년 동안 영배가 게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소수자로 살아가고 있는 영배는 왜 아이는 꼭 낳아야 하는지 왜 게이여서 차별받아야 하는지 묻고 있다.
영배가 '민서'라고 소개한 자신의 여자친구는 실은 '민수'라는 이름의 남성이다. 영배는 친구들이 혹여나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을 편견으로 상처 줄까 봐 저녁 식사 자리에 데리고 오지 못했다. 영배가 이혼을 한 이유도 자신이 게이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영배가 의도치 않게 그날 밤 커밍아웃 하게 된 것은 태수 때문이다. 태수는 텔레그램으로 수현 몰래 한 여성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는데 상대 여성은 밤 열 시가 되면 야한 사진을 보내오곤 한다.
이를 수현에게 들킬까 봐 겁이 났던 태수가 기종이 같은 영배의 핸드폰과 바꿔치기하게 된다. 민수를 자신의 법률 사무소에서 일하고 있는 사무장이라고 말한 태수는 그와 카톡을 주고받게 되고 점점 이야기가 묘하게 흘러가게 된다. 태수가 게이라고 오해한 수현은 그동안 태수가 자신에게 무심했던 이유가 그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분노한다. 한편, 수현이 자신의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실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안 태수도 수현에게 화가 나고 만다. 부부는 크게 다투게 되는데 그 와중에 수현의 sns에 올린 글을 본 태수가 수현을 다그친다.
현실에서 갑갑함을 느낀 수현은 sns을 통해 숨 쉴 구멍을 찾아왔지만 태수는 그런 수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답답한 건 석호도 마찬가지다. 석호는 유능한 성형외과 의사지만 장인에게는 번번이 무시를 당한다. 게다가 집과 병원을 담보로 투자한 사업은 사기를 당해서 애써 마련한 고급빌라가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정신과 의사인 아내를 두고 6개월째 몰래 심리 치료 중이다.
예진은 남편이 성형외과 의사지만 다른 의사에게 가슴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그녀의 아버지가 석호에게 수술을 맡길 수 없다며 다른 의사를 알아보았다. 석호는 자존심이 상하지만 애써 티를 내려 하지 않는다. 예진은 석호를 두고 그의 친구인 준모와 바람을 피우는 중이다. 준모는 세경과 신혼이지만 예진과 바람을 피우면서 동시에 채영이라는 여자를 임신 시킨 사실이 들통난다.
예진은 준모와 바람을 피우며 은근히 세경을 무시하고 수현 또한 세경을 따돌리려고 한다. 수현은 세경과 달리 예진과 자신의 사이는 돈독하다고 강조하지만 뒤에서는 집 자랑을 하고 유식한 척을 하는 예진을 재수 없다고 말하며 흉을 본다. 게임이 진행되고 각자의 비밀이 하나씩 드러날수록 점점 관계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아무런 비밀이 없이 벌거숭이처럼 서 있는 사람들은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관계로 나아간다.
그러나 월식이 끝나고 마치 월식의 마법처럼, 평행 우주처럼, 영화의 마지막에는 핸드폰 게임을 하지 않은 세상이 펼쳐진다. 서로의 비밀은 각자의 가슴속에 그대로 간직된 채로 평화롭게 저녁 식사가 마무리되고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다. 눈이 내리는 밤, 평화로운 하루가 끝이 난다. 사람 사이에는 적당한 비밀이 필요하다. 우린 어차피 완벽한 타인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결말에서 사람은 누구나 세 개의 삶을 산다고 말한다. 공적인 삶, 개인적인 삶, 그리고 비밀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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