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밤, 이나무라 택시 회사를 운영하는 코하루는 술에 취해 비틀 거리는 남편을 자신의 택시로 들이 받는다. 가족에게 폭력을 휘두르던 아빠로부터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살인을 선택한 코하루는 다이키, 유지, 소노코, 삼 남매에게 이제 자유롭게 살아도 된다고 말하며 15년이 지나면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긴다.
<하룻밤> 기본정보
감독: 시라이시 카즈야
출연: 사토 타케루, 스즈키 료헤이, 마츠오카 마유
러닝타임:123분
ott : 웨이브
<하룻밤> 줄거리, 결말, 리뷰
이나무라 택시는 여전히 영업 중이다. 다이키는 아내와의 별거로 잠시 집으로 돌아와 있는 중이고 소노코는 여전히 그 집에서 살고 있다. 도쿄에 가서 성인 잡지의 기자가 된 유지는 연락이 잘 닿지 않는다. 코하루가 집을 떠난 지 15년이 지난 어느 날, 그녀는 약속한 대로 집으로 돌아온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된 어머니를 마주한 장남 다이키는 당황해 문을 닫아 버리고 만다. 곧 집 안으로 들어온 코하루는 다이키와 막내딸인 소노코를 품에 안지만 다이키는 이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다이키는 유지에게 전화를 걸어 어머니가 돌아왔다는 소식을 전하려고 하지만 유지는 그의 말을 듣자마자 아무 말도 없이 전화를 끊어 버리고 만다. 남편을 살해한 죄로 감옥에 갔던 엄마는 출소한 후 바로 집으로 돌아오지 않고 여러 곳을 전전하며 생활했었다. 그러다 약속한 15년이 되고 삼 남매의 곁으로 돌아온다.
유지가 도쿄에서 집으로 돌아온다. 유지는 집 안에 들어서자 과거의 기억이 물밀듯 흘러나온다. 아버지에게 심하게 학대를 당하던 지난날들이 바로 유지의 눈앞에서 지금 일어나는 일처럼 펼쳐진다. 그동안 한 번도 아버지의 묘에 가보지 않았던 유지는 묘를 찾아가 보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신의 발에 묻은 흙을 비석에 닦고 돌아온다.
삼 남매의 엄마가 돌아오자 마을 사람들은 다시 그들을 괴롭히기 시작한다. 택시며 건물 벽이며 코하루의 살인에 관한 기사로 도배되어 있다. 다이키와 소노코는 급하게 종이들을 떼어내며 15년 전의 일을 떠올린다. 15년 전에도 똑같이 마을 사람들이 택시 회사로 찾아와 낙서를 하고 전단지를 붙이는 등 부모 없이 남겨진 삼 남매를 괴롭혔었다.
이나무라 택시에 새로운 사원이 한 명 들어온다. 술도 도박도 하지 않는다는 성실해 보이는 그의 이름은 도시타다. 그는 떨어져 살고 있는 아들 카즈키와 오랜만에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겉으로 보면 평범해 보이는 부자지간이지만 알고 보면 도시타는 전직 야쿠자 출신이다. 그가 몸담았던 조직에서 야쿠자 생활을 떠나 택시 운전을 하며 생활하는 그에게 마약 운반책을 강제로 맡기자 도시타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소노코는 엄마가 돌아온 것이 기쁘기만 하다. 소노코는 엄마가 폭력적인 아버지로부터 자신들을 자유롭게 해주었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을 위해 엄마가 기꺼이 희생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고마워한다. 코하루는 남매의 사진이 담긴 앨범을 보다 소노코의 사진에 "빙수를 욕하던 날"이라는 사진을 보고 이유를 묻는다. 소노코는 코하루가 출소하던 날 코하루를 마중하러 갔었다. 하지만 출소 시간을 알 수 없었던 소노코는 근처에서 시간을 보내다 빙수를 먹게 되고 그 사이 코하루는 출소해 어디론가 가버렸다. 소노코는 다시는 엄마를 만났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장남인 다이키의 아내는 그와 이혼을 원한다. 아내인 후미코는 그를 찾아와 이혼 서류를 두고 가버린다. 한편, 유지는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기사를 몰래 쓰고 있다. 마약 배달책 일을 맡게 된 도시타는 조직에서 보낸 누군가를 택시에 태우게 되는데 그는 다름 아닌 자신의 아들 카즈키였다. 얼마 전 만났을 때 영락없는 어린 소년이었던 카즈키는 돌변하여 도시타를 탓하며 이 모든 게 아버지 탓이라 말하고 도시타는 울부짖는다.
유지는 소설가가 되고 싶다. 지금처럼 성인 잡지에서 볼품없는 기사만 쓰다 끝나고 싶지는 않다. 어머니에 관한 기사를 제대로 써서 소설가로 발돋움하고 싶다. 유지는 마음속으로 어머니를 원망하고 있다. 아버지의 학대는 견디기 어려웠지만 어머니가 살인범이란 사실과 어린 나이에 부모 없이 홀로 남겨져야 했던 절망은 마음속에 큰 상처로 남아있다.
하지만 코하루는 아이들에게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 사과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되면 남매의 마음이 길을 잃고 말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을 사람들의 괴롭힘은 점점 더 심해지고 후미코도 이 사실을 알게 된다. 다이키는 지금까지 어머니에 대한 사실을 아내에게 숨겨왔다. 후미코는 시어머니가 살인범이었다는 사실보다 남편이 자신을 신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더 견딜 수 없다.
아들과 한바탕 소동을 벌이고 술에 만취한 채 택시를 몰고 돌아온 도시타는 코하루를 자신의 차에 태워 어디론가 떠난다. 택시 회사의 "음메짱"이라 불리는 직원이 소노코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남매는 차를 몰아 도시타와 코하루를 찾아 나선다. 코하루는 운전을 하며 계속 술을 마시는 도시타에게 이제 그만하고 돌아가자며 설득해 보려고 하지만 도시타의 절망은 극에 달해 있다. 그는 부모는 허공에 떠노는 존재 같은 것이라며 모든 게 자신들의 탓이라고 그대로 바다에 함께 빠져 버리자고 한다.
도시타의 차가 바다로 향하던 순간 뒤따라 온 유지가 그의 차를 들이 받아 차를 멈춰 세운다. 유지는 화를 참지 못하고 도시타에게 달려든다. 도시타는 오열하며 아들과 함께 보냈던 그 즐거웠던 밤은 무슨 의미였냐며 묻자 코하루는 그저 '하룻밤'일뿐이라고 말한다. 남들에게는 특별할 것 없지만 나에게만 특별한 하룻밤이 있고 그럼 그것으로 된 것이라고 말한다.
밤이 지나고, 미용사를 꿈꾸던 소노코는 엄마의 머리를 잘라 주겠다며 분주하다. 소노코를 기다리며 마당에 가만히 앉아있는 백발의 어머니를 남매가 가만히 바라본다. 유지는 쓰고 있던 기사를 모두 지우고 도쿄로 돌아간다.
영화<하룻밤>은 학대를 일삼던 아버지를 살해한 어머니에 대한 남매의 복잡한 감정을 보여주며 부모와 가족 간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는 영화다. 다만 아쉬웠던 부분은 유지가 소설가가 되고 싶지만 현실에 부딪히는 부분은 이해하지만 굳이 왜 엄마의 기사를 써야만 하는지 맥락 상의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좋은 기사라면 어머니에 관한 기사가 아니라도 많이 있는데 왜 꼭 어머니에 대한 기사를 쓰려고 하는지 말이다.
영화 속에서 사실을 말하고 싶었다고 말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단지 그것만으로는 설득력이 부족해 보였다. 영화 말미에 "하룻밤"이라는 것의 의미에 대해서도 대사로 설명해 주지만 다소 부족해 보여서 아쉬웠다. 시나리오 상의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연기자들의 호연 덕에 보는데 지루하지 않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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