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우리(손석구)는 잡지사 기자다. 소설가를 꿈꾸던 그였지만 그가 잡지사에서 맡게 된 일은 '19금 칼럼' 쓰기다. 함자영(전종서)은 아빠의 와플 가게에서 일을 돕는다. 꿈은 자신만의 팟캐스트를 만드는 일이다. 박우리는 직장의 선배를 좋아한다. 하지만 그 선배는 남자친구가 있으면서도 우리와 하룻밤을 보내는 여자다. 자영에게는 애인이 없다. 애인을 만들어 보려고 산악회도 나가보고, 독서 모임도 나가보지만 매번 실패하기 일쑤다. 우리는 칼럼을 쓰기 위해 자영은 자꾸만 차오르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데이팅 앱을 써보기로 한다.
기본정보
감독: 정가영
출연: 전종서, 손석구
개봉: 2021.11
러닝타임: 95분
OTT: 티빙 / 웨이브 / 넷플릭스 / 왓챠
설날 아침 둘은 처음으로 만난다. 박우리의 닉네임은 직박구리, 함자영의 닉네임은 막자영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수상한 닉네임을 가진 두 사람은 평양냉면을 먹으러 간다. 헌혈을 하고 몸에 좋은 평양냉면을 먹는 게 자영의 설날 코스이기 때문이다. 직박구리인 우리의 입에는 평양냉면이 행주 삶은 물 같다. 게다가 막자영인 자영은 아침 댓바람부터 소주를 시켜 먹고 옆의 테이블에서 남기고 간 고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가져와 먹는다. 두 사람 안 맞아도 너무 안 맞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직박구리는 데이팅 앱의 수많은 남자 중 왜 막자영이 자신을 선택했는지 궁금하다. 막자영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준다.
"네가 제일 성병 안 걸린 것 같이 생겨서."
기사를 쓰려면 몸으로 뛰라는 상사의 말을 온 가슴으로 새겨들을 우리는 자영과 만난 첫날 원나잇을 하기 위해 '모텔로 향한다. 그리고 나온다.' 우리는 감질나게 베드신 없는 19금 기사를 써내고 칼럼은 조회 수 대박을 친다. 우리의 상사는 우리를 칭찬하며 5부작으로 진행할 것을 명령한다. 아무리 글을 쓰는 것이 직업이고 상사의 지시라지만 이것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하는 '연애' 아닌가. 영화 안에서 그런 것을 강요하는 부분이 갑질처럼 보였는데 그 부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고 코미디처럼만 그려져서 보는 입장에서는 좀 불편했다. 실제로 그런 일을 강요받는다고 상상해 보라.
자영은 우리를 만나고 온 뒤로 자꾸만 우리 생각이 난다. 아닌 척해도 자꾸만 우리의 연락을 기다리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는 자영을 술자리에 초대하며 박보검을 닮은 사람이 있으니 얼른 오라고 말한다. 자영은 박보검을 마다하고 우리를 만나러 간다. 우리와 자영의 술자리가 길어질수록 둘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낀다. 함께 있으면 즐겁고 좋다. 우리는 솔직한 자영이 흥미롭다. 자꾸만 더 알고 싶어진다.
우리의 칼럼은 점점 인기를 더해가며 조회 수 50만 회를 넘긴다. 우리는 이 사실을 자영에게는 말하지 못한 채 만남을 이어가게 되고 처음 5부작이던 칼럼은 사장의 특별 지시로 10부작으로 늘어나게 된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독자들을 더는 감질나게 하지 말고 솔직하고 화끈하게 쓰라는 주문이 들어온다. 자영을 생각하는 마음이 커져 갈수록 우리는 죄책감을 느낀다.
자영도 자신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고 있다는 사실은 까맣게 모른 채 우리에 대한 마음이 점점 부푼다. 우리는 더는 자영을 속일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먼저 말하려던 찰나 자영이 먼저 이 사실을 알게 되는 사건이 생기고 만다. 대관람차를 타기 위해 찾은 놀이공원에서
롤러코스터를 타기 전 맡겨 둔 휴대폰을 다시 가져가는 걸 깜빡한 우리 대신 자영이 가져다주려고 하는데 그때 잡지사에게 메시지가 온다.
자영은 우리의 칼럼의 존재를 알게 되고 화가 난 자영은 우리를 그대로 두고 자리를 떠난다. 우리가 뒤늦게 그 사실을 알고 쫓아가 자영을 잡아 세우고 사과도 하고 설명도 해보려고 하지만 자영이 받은 상처는 쉽게 아물어지지 않는다. 화가 난 자영은 사과를 하는 우리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칼럼에 '박우리 피해자'란 이름으로 댓글을 올리고 네티즌들은 우리의 신상을 털기 시작한다. 이 일로 우리는 직장에서도 나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하게 된다.
자영은 술에 취해 친구들에게 말한다. 내 이름이 나온 것도 아니니 나는 피해 본 것이 없다고 나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말이다. 그 말은 사실일까. 그렇게 말해도 되는 것일까. 변호사 역할로 나오는 친구도 말한다. 네 실명이 사용된 것도 아니니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도 없다고 말이다. <연애 빠진 로맨스>에서 '책임'이라고 나오는 부분은 잡지사 기자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된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전부다.
다시 설날이 돌아오고 설날 코스대로 평양냉면을 먹으러 간 자영은 그곳에서 1년 전 자신과 같은 모습으로 평양냉면과 옆 테이블의 음식을 먹고 있는 우리를 본다. 그를 발견하고 돌아서 나가는 자영을 뒤따라가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고 자영이 그것을 받아주는 것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이 모든 게 그냥 로맨스라는 식으로 끝나는데 과연 그래도 괜찮은 건지. '영환데 뭐, 코미디인데 뭐.'라고 생각해야 하는 건지 나는 끝까지 찝찝했다.
육체적으로 솔직한 사랑만 진짜 사랑인 것처럼 말하는 대사들도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데 아무런 뒷수습이 없는 것도 불편했다. 확실히 전종서와 손석구는 매력적인 배우들이다. 그들의 연기도 자연스럽고 보기 좋다. 하지만 '로맨스였으니까 다 괜찮아'라고 해도 되는 일인지.<연애 빠진 로맨스>에서 빠진 건 연애뿐만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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