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그림자>는 일본의 인기 소설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단편 소설집 <키친>에 수록된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주인공 사츠키와 히이라기의 상실과 애도의 과정을 통해 위로를 전하는 영화로 <달빛 그림자>는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지만 내러티브보다는 이미지, 동작, 음향, 은유 등이 더 큰 부분을 차지한다. 마치 현대 무용극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영화로 잔잔한 힐링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달빛 그림자> 기본정보
감독: 에드문드 여
출연: 고마츠 나나, 미야자와 히오
개봉: 2022. 4
러닝타임: 92분
OTT: 쿠팡 플레이 / 티빙 / 웨이브 / 왓챠
영화의 줄거리와 해석 결말
히토시와 사츠키는 연인 사이다. 히토시에게는 남동생인 히이라기가 있는데 히이라기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음식을 만들어 주는 자신만의 의식을 가지고 있다. 히토시의 집에 초대되어 히이라기가 만들어 준 양배추 롤을 맛있게 먹는 사츠키의 모습을 관찰하는 히이라기는 사람의 먹는 모습을 보면 대강 그 사람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는 재주를 가졌다. 그날부터 히이라기와 그의 여자친구 유미코, 히토시, 사츠키 이렇게 네 사람은 영원히 떨어지고 싶지 않은 절친한 사이가 되었다.
유미코는 마치 시인 같은 소녀다. 춤을 추는 유미코는 '소리 알갱이'라든지 '몸 전체에 흐르는 강'과 같은 표현을 할 줄 안다. 이 소녀는 아름다운 몸짓으로 춤을 춘다. <달빛 그림자>에서 배우들의 움직임은 일상의 것이라기보다는 다소 과정 되거나 과하게 절제되며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마치 잘 짜인 안무를 추는 듯한 동작들로 움직이는 배우들의 몸짓을 보는 일이 흥미롭다. <달빛 그림자>는 현실 세계와 그 너머의 죽음의 세계가 조우하게 되는 영화다. 비일상적인 몸짓들이 영화의 판타지적인 요소와 어울린다.
네 사람의 즐거운 시간이 영원할 것 같은 날들이 이어지던 어느 날 사츠키는 히이라기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는다. 자신이 잠든 사이에 유미코를 바래다주러 나간 히토시와 유미코가 사고를 당해 둘 다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다. 이날부터 둘의 삶은 죽음에 붙들린다. 각자의 방법대로 상실을 겪어내고 있지만 쉽지 않다. 사츠키는 먹는 일도 잊은 채 점점 말라간다. 먹는다는 것은 살아있음을 가장 크게 느끼게 해주는 행위다. 가까운 사람을 잃고 나면 나는 살아서 먹는다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이 있다. 그것이 죽음의 반대편에 있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먹지 않는 사츠키, 그럼 히이라기는 어떨까. 히이라기는 유미코의 세일러복을 입고 다닌다. 유미코는 종종 세일러복의 깃을 올려 소리에 집중하곤 했었다. 히이라기는 유미코를 따라 해 본다. 두 사람은 히토시의 집에 있는 우물을 파 주었던 미츠루 아저씨가 우물에 대해서 말하는 걸 들으러 가기로 한다. 미츠루 아저씨가 말한다. 물은 깊은 곳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나는 이 말을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서 못 보더라도 더 깊은 곳에서는 여전히 연결되어 있는 것이란 의미로 해석했다. 미츠루 아저씨의 말을 들으러 간 그곳에서 두 사람은 목소리를 모으는 '우라라'라는 신비한 여인을 만난다. 마치 저승사자처럼 검은 옷을 위아래로 휘감은 이 여자는 사츠키의 목소리를 녹음한다. 사츠키는 히토시를 잃고 난 뒤 처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말하게 되고 오랜만에 굉장한 허기를 느끼게 된다.
사츠키와 히이라기는 우라라에게 '달빛 그림자 현상'에 대해 아느냐고 물어본다. '달빛 그림자 현상'이란 보름달이 뜬 밤의 끝에 해가 뜨기 전 죽은 자와 만날 수 있게 되는 현상으로 많은 우연이 겹쳐야 겨우 일어날 수 있다고 한다. 네 명이던 시절에 그들은 종종 이 현상에 대해서 이야기하곤 했는데 '달빛 그림자 현상'에서 죽은 자와 만나기 위해서는 안내인이 있다고 알고 있는 둘이 혹시나 우라라가 안내인이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에 묘한 표정을 짓기만 하는 우라라는 모레 밤, 해가 뜨기 전에 강가의 다리로 나오라고 한다. <달빛 그림자> 속에서 우라라는 계속 정체불명의 기묘한 존재로 나온다. 우라라는 검은 옷차림을 봤을 때 죽음의 세계와 연결해 주는 안내인이 아닐까. 사츠키는 히토시와 만나고 싶다. 하지만 히이라기는 유미코를 만날 자신이 없다. 그날 바래다주지 못한 자신을 용서해 주지 않을 것 같아 두렵다. 히이라기는 집으로 와서 유미코의 옷을 세탁한다. 죽은 사람의 옷을 세탁한다는 것은 그 안에 베여있는 그 사람의 체취와 흔적을 지운다는 의미다. 옷을 다 세탁하고 보니 세탁기 안에 있어야 할 옷이 사라지고 없다.
우라라의 안내를 받아 강가에 모인 두 사람은 해가 뜨기 전 각자 유미코와 히토시와 만나게 된다. 둘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 사츠키와 히이라기는 빵집에 들러 빵을 함께 맛있게 먹는다. 곁에 있던 우라라는 감쪽같이 존재를 감추고 없다. 빵을 먹고 돌아오는 길 사츠키는 히토시에게 마음을 전한다. 사츠키는 이렇게 계속 상실의 상태에 머물 수는 없다. 아무리 사랑했던 존재를 잃었어도 살아있는 사람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달빛 그림자>는 상실과 애도의 과정을 시적으로 그리며 위로의 말을 전하고 있다. 한마디로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라는 것이다. 누군가를 잃어 본 아픔이 있는 사람이라면 '달빛 그림자 현상'을 그리고 '우라라'를 기다리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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