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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어나더 어스 Another Earth> 리뷰, 줄거리, 결말, 해석

by 영화로운_ 2023. 4.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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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다는 17세에 MIT에 합격한 장래가 촉망되는 사람이다. 로다는 자신의 삶이 언제나 지금처럼 순조롭게 흘러갈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파티에서 만취한 로다는 그대로 차를 끌고 집으로 향하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지구와 가까운 곳에 행성이 하나 발견되었고 그 행성에 생명체가 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운전 중이던 로다는 운전대를 잡은 채로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밤 하늘에 지구처럼 푸르른 점이 하나 떠 있다.

어나더 어스 / another earth / 디즈니 플러스 / 티빙

기본정보

감독: 마이크 카힐
출연: 일리엄 파포더, 브릿 말링
러닝타임: 92분
OTT: 티빙 / 디즈니 플러스

 

영화 줄거리, 해석, 결말

 

운전을 하면서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어 푸른 별을 쳐다보던 로다는 그대로 정차 되어 있던 차를 들이받는다. 차 안에는 작곡가 존 버로우와 그의 임신한 아내 그리고 그의 어린 아들이 타고 있었다. 이 사고로 존 버로우는 가족을 잃게 되고 로다는 감옥에 가게 된다. 로다와 존 버로우의 인생이 한순간에 무너지면서 탈선해 버린다.

 

4년 후, 로다는 출소해서 부모님의 집으로 돌아온다. 더 이상 '17세 MIT' 합격생이 아닌 로다지만 그녀의 별에 관한 관심은 여전하다. 부모님에게 손을 벌릴 수는 없다. 로다는 직업 소개를 해주는 곳을 찾아간다. 로다는 육체노동이 하고 싶다. 육체노동을 하며 번잡한 마음을 다스리고 싶다. 로다는 지금도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없다. 로다는 사고가 났던 자리를 찾아가 보는데 그곳에서 한 남자가 로봇 장난감을 소중히 내려두고 가는 걸 본다. 

로다는 한 고등학교에서 청소하는 일을 하게 된다. 화장실의 온갖 낙서를 박박 문질러 지우면서 바닥을 쓸면서 마음을 잡으려고 해도 자꾸만 밀려드는 후회와 죄책감으로 늘 고통스럽다. 로다는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 처음에는 작은 점처럼 보였던 행성이 이제는 점점 더 크고 선명하게 보인다. 마치 지구를 거울로 보고 있는 것 같다. 

어나더 어스 / another earth / 디즈니 플러스 / 티빙

또 하나의 지구로 보이는 이 행성으로 갈 사람을 뽑는다는 소식이 들린다. 로다는 다른 지구로 가는 항공권을 얻기 위해 'united space venture'라는 곳에 에세이를 보낸다. 그곳에 가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다. 그곳에 가면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 그녀에게 있지 않았을까. 내가 만일 용서받지 못할 죄를 지었고 그 죄책감에 괴롭다면 나 역시도 아무도 나를 모르는 곳으로 떠나고 싶을 것이다.

 

로다는 장난감을 두고 가던 버로우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그녀는 버로우에 대해서 인터넷에서 조사해 보게 된다. 그가 예일대의 교수였다는 것과 유명 작곡가라는 사실과 사고 직후 오랫동안 혼수상태에 놓여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로다는 그가 인생에 가장 행복한 정점에 있을 때 한순간에 그를 나락으로 떨어뜨린 것이다. 

 

로다는 어느 날 버로우의 집을 찾아간다. 막상 그를 보자 로다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자신이 누구인지 말하고 싶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로다는 자신은 가사도우미를 연결해 주는 회사의 직원이고 지금 무료 청소 행사를 하고 있으니 받아보라고 둘러댄다. 로다는 하다못해 그의 집이라도 치워주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까칠하게 됐다며 돌아가라고 하고 들어가 버린 버로우는 금방 다시 나와서 정말 무료가 맞냐고 물어본다. 로다는 그의 집에 들어가 청소를 시작한다.

그의 집 상태는 엉망이다. 술잔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먹다 남은 음식과 그릇이 아무렇게나 놓여있다. 세상 모든 것이 다 헛되다는 듯한 버로우의 표정과 그의 집 상태가 그의 마음이 얼마나 어지럽고 괴로운 지 말해주고 있다. 로다가 청소를 마치고 돌아가려 할 때 버로우는 다음 주에 같은 시간에 또 올 수 있냐고 물어본다. 로다는 엉겁결에 버로우의 집에 가사도우미로 채용된다.

어나더 어스 / another earth / 디즈니 플러스 / 티빙

사람들은 또 다른 지구에 대한 갖가지 이론을 내놓는다. 그중에서도 조운 탤리스 박사가 다른 지구와 교신을 시도한다. 탤리스 박사는 교신에 성공하는데 그곳에서 들려오는 음성은 또 하나의 탤리스 박사의 목소리다. 또 다른 지구에는 나와 같은 존재가 살고 있다. 그들은 같은 날 태어나고 같은 인생을 살았다. 마치 분신처럼 , 거울처럼 평행선을 긋고 있는 또 다른 지구의 소식에 사람들은 그들이 우리를 공격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패닉에 빠진다. 여기저기에서 온갖 가설이 난무하고 사재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구 바깥에 나와 같은 존재가 나와 같은 인생을 살고 있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공존일까? 공멸일까? 

 

한편 버로우는 극심한 두통에 시달린다. 교통사고의 후유증일까. 로다는 두통에 시달리는 버로우에게 아름다운 이야기 하나를 들려준다. 

 

"이것은 최초의 우주 비행사 유리 가가린의 실화이다. 유리 가가린은 최초로 우주 비행선을 타고 드넓은 우주로 나간 사람이다. 광활한 우주와 달리 그가 지내야 할 공간은 좁디좁았다. 그는 처음으로 지구가 파란 별이라는 것을, 지구의 둥근 곡선을 눈으로 마주한 사람이다. 그런 감동도 잠시 우주선 안에서 틱틱 거리는 소음이 들리기 시작한다. 제어판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 가가린은 제어판을 뜯어냈다. 하지만 소리는 계 되었다. 가가린이 무슨 짓을 해봐도 소리는 없어지질 않았다. 잠시라면 참을 수 있겠지만 이 협소한 공간에서 괴로운 소음과 함께 25일은 더 버텨야 했다. 가가린은 이성의 끈을 놓을 지경이었다. 그때 가가린은 생각했다. 발상의 전환을 했다. 

 

"이 소음을 사랑하는 거야"

 

그는 소음이 음악이라고 계속 생각했다. 어느새 진짜로 소음은 음악으로 바뀌어 있었다. 가가린의 귀에 틱틱 거리는 소음 대신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가가린은 음악소리와 함께 우주 비행을 계속했다."

 

영화에서는 왜 가가린의 이야기를 집어넣었을까. "소음을 사랑하기", 가족을 잃은 버로우의 고통의 소음과 한 가정을 파멸로 이끌었다는 로다의 죄책감의 소음을 사랑하게 되고 받아들이게 되어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로다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버로우의 두통은 잦아들고 로다는 청소를 계속한다. 빨래를 개는 로다를 바라보는 버로우의 눈빛이 지금까지와는 다르다. 버로우는 빨래를 개는 로다의 손놀림을 바라보다 그녀가 빨간 스웨터를 집어 들자 갑자기 화를 낸다. 옷의 냄새를 맡아 보는 버로우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옷에 남아 있던 사랑하던 사람의 체취는 씻겨 나가고 세제 냄새만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어나더 어스 / another earth / 디즈니 플러스 / 티빙

며칠 뒤, 버로우가 로다의 집 앞으로 찾아온다. 그는 며칠 전 자신이 불같이 화를 낸 것에 대해 사과를 하려고 찾아온 것이다. 로다가 그 옷을 빨면 안 된다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었겠는가. 버로우는 로다를 공연장으로 데리고 가 자신의 연주를 들려준다. 한 사람만을 위해 연주한다는 것. 그것은 상대를 소중하게 여긴다는 의미다. 둘은 사랑에 빠진다.

 

버로우는 로다가 자신의 가족을 죽음으로 몰고 간 사람이라는 걸 까맣게 모른다. 그 이유는 로다가 사고를 냈을 당시 미성년자였기 때문에 신상을 알 수 없었던 것이다. 버로우는 로다에게 자신의 사고 이야기를 들려주고 로다는 죄책감에 괴로워한다. 이미 사랑에 빠졌는데 언젠가 그에게 자신이 누군지 이야기해야만 한다. 한편 학교에서 함께 일하던 분이 보이질 않는다. 다른 직원이 그가 스스로 눈과 귀에 표백제를 들이부었다고 말한다. 그분은 처음으로 로다의 괴로움을 알아봐 준 사람이었다. 그를 병문안 간 로다는 그에게 왜 그랬냐고 묻는다. 그는 로다라면 알 것이라고 말한다. 그에게도 감당할 수 없는 죄책감이 있었던 것이다. 로다는 그의 손에 "forgive"라고 적어준다. 그는 눈물을 흘린다.

 

용서, 그건 로다가 자신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을 용서하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로다의 마음이었을 것이다. 로다가 자신을 용서하는 건 도덕적으로 맞는 일인가. 로다는 계속 죄책감으로 자신의 인생을 망치며 살아야 하는가. 쉽지 않은 판단이다. 로다는 'united space venture'로부터 연락을 받고 자신이 선발대에 뽑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로다는 다른 지구에 가고 싶다. 그곳의 자신은 지금의 자신이 저지른 실수를 하지 않았을지 그러면 자신의 삶이 어떠할지 궁금하다. 하지만 버로우는 이미 사랑에 빠진 로다에게 가지 말라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로다는 제2의 지구에 대한 새로운 뉴스를 듣게 된다. 서로 같은 모습을 하고 있던 두 개의 지구가 서로를 발견하게 되면서 동시성이 깨졌다는 뉴스였다. 로다는 자신이 하늘의 별을 바라보던 날을 떠올린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에서 그 별을 바라봄으로 인해 동시성이 깨져 버렸다는 걸 알게 된 로다는 어쩌면 다른 지구에서는 버로우의 가족이 살아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로다는 그 길로 버로우에게 달려가 자신 대신 제2의 지구로 가라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자신이 바로 사고를 낸 장본인이라는 고백도 한다.

 

얼마 뒤, 버로우는 로다 대신 그의 가족을 만나기 위해 떠난다. 로다는 하늘에 떠 있는 다른 지구를 바라보며 그곳에 있을 버로우를 떠올린다. 이제 로다는 조금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러던 중 그녀의 집 앞에 그녀와는 다른 모습을 한 또 다른 로다가 서 있는 걸 발견한다.

 

우리와 완전히 똑같은 행성이 있다면 우리는 우리 자신을 제1의 지구라고 부를 수 있을까? 저쪽 입장에서 보면 우리가 제2의 지구이고 제2의 가능성이지 않을까. 우리는 살면서 많은 후회를 하고 다른 삶을 꿈꾸기도 한다. 정말로 나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내가 나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면 나의 존재 가치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이렇게 시적인 SF 영화도 있구나 하면서  <어나더 어스>를 봤다. 아름다운 영화다. 기존의 SF의 방식에 질렸다면 이 영화를 강력 추천한다.

 

 

사진출처_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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