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대저택에서 헌터가 하루종 일 하는 일은 음식을 해놓고 남편인 리처드를 기다리며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는 일이 거의 전부다. 리처드가 돌아오고 함께 저녁을 먹는 자리에서 헌터는 남편에게 대화를 시도하지만 리처드는 그녀의 말을 건성으로 듣고 곧 다시 회사일로 통화를 하는 등 하루 종일 리처드를 기다렸을 헌터를 건성으로 대한다. 헌터는 혼자 떠드는 느낌에 외로움이 밀려오지만 누구에게도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스왈로우> 기본정보
감독: 카를로 미라벨라 데이비스
출연: 헤일리 베넷, 오스틴 스토웰, 데니스 오헤어, 엘리자베스 마벨, 데이비드 라쉐
개봉:2020
러닝타임: 95분
ott: 왓챠
<스왈로우> 줄거리, 결말, 리뷰
헌터는 자신이 임신했다는 사실을 리처드에게 알린다. 헌터의 임신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가족들은 헌터에게 말을 걸기도 하지만 곧 헌터의 이야기를 중간에 끊어 버리고 사업 얘기에 몰두한다. 가족의 대화에서 밀려난 헌터는 눈앞에 놓인 잔의 얼음들을 바라본다. 투명하고 작은 얼음 알들을 바라보던 헌터는 충동적으로 손으로 잔에 있는 얼음을 꺼내 씹어 먹기 시작한다.
한가한 오후 시간, 헌터가 집에서 홀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연락도 없이 불쑥 시어머니가 집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온다. 놀란 헌터에게 시어머니는 임신한 헌터에게 도움이 될 거라며 자기 계발서를 하나 건네준다. 시어머니는 마치 인형의 머리처럼 가지런한 헌터의 단발머리를 쓰다듬으며 리처드는 긴 머리를 더 좋아한다며 길러 보라고 한다. 헌터는 시어머니에게 점심 식사를 함께 할 것을 권하지만 그녀는 거절하고 가버린다.
시어머니가 주고 간 책의 제목은 "기쁨은 얻는 재능"이다. 헌터가 아무 장이나 펼쳐보니 거기엔 이런 문구가 쓰여있다. '매일 새로운 것을 시도하라' 헌터는 작은 유리 보석함을 열어 그 안에 든 빨간 유리구슬 하나를 꺼낸다. 헌터는 천천히 그것을 입으로 가져가고 마치 그것이 작은 알사탕인양 꿀꺽 삼켜 버린다. 헌터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진다.
오랜만에 기분이 좋아 보이는 헌터를 보고 리처드는 무슨 일인지 묻는다. 헌터는 낮에 있었던 일을 말하려다 말고 그저 자신이 자랑스럽게 느껴진다고만 말한다. 다음 날 아침, 리처드는 아침부터 헌터가 고급 실크 넥타이를 다리는 법을 몰라 자신의 넥타이를 망쳤다며 그녀를 타박한다. 헌터는 용변을 본 뒤 고무장갑을 꺼내와 안에서 유리구슬을 찾아낸다. 그녀는 그것을 잘 씻어서 소중히 들고나와 선반 위에 전시하듯 올려둔다.
시어머니가 헌터에게 전화해 집으로 오라고 말한다. 그녀는 대화 중 헌터에게 자신의 아들을 만나 헌터의 신세가 폈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다. 큰 사업체를 꾸리는 부자인 리처드의 가족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하고 집 안에만 있는 헌터를 대놓고 무시한다. 헌터는 그럴 때마다 외로움을 느끼지만 거짓 웃음으로 가리곤 한다. 시어머니는 헌터에게 행복한 건지, 행복한 척하는 건지 묻는다. 헌터는 행복하다고 대답한다.
시댁에 다녀온 후로 헌터는 화풀이하듯 미친 듯이 청소기를 돌린다. 카페트가 뚫려 나갈 듯 청소기를 돌리고 있는데 안에 무언가 걸려 청소기가 멈춘다. 흡입구 안을 들여다보니 작은 압정 하나가 걸려 있다. 헌터는 그것을 가지고 가 잠시 바라보다 삼키려고 하다 금방 뱉어낸다. 혓바닥에는 상처가 남았다. 포기하나 싶었던 그녀는 다시 돌아와 압정을 삼키고 만다. 만족스러운 웃음과 고통의 눈물이 동시에 흘러나온다.
남편은 밤이 늦었는데 헌터에게 상의도 없이 술에 만취해서 회사 동료들을 집으로 데리고 왔다. 헌터는 창밖으로 그들을 바라보다 갑자기 복통을 느끼고 화장실로 간다. 헌터가 나오지 않자 리처드가 헌터를 데리러 왔다. 화장실 안에 있는 헌터를 부르지만 헌터는 문을 열 수 없다. 압정이 배출되면서 피가 나와 변기를 더럽혔다. 헌터는 급하게 압정을 꺼내고 피를 닦아낸다.
손님들에게 인사를 하러 가려고 하는데 헌터는 자신의 치맛자락에 피가 묻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얼른 싱크대로 가서 급하게 치맛자락을 빨기 시작한다. 그때 회사 동료인 에런이 들어와서 엉뚱하게도 헌터에게 안아달라는 요구를 한다. 왜냐고 묻는 헌터에게 그는 외롭다는 대답을 하고 잠시 망설이던 헌터는 그를 꼭 안아준다. 헌터를 그를 안아주며 이상하게도 자신이 위안을 받는 느낌을 받고 되레 그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헌터의 이식증(먹으면 안 되는 것들을 먹는 증상)은 날로 심해진다. 그녀는 건전지를 삼키고 여느 때보다 생기가 돈다. 시어머니가 준 책을 읽으며 한 페이지를 뜯어 염소처럼 삼켜 버리기도 한다. 선반 위에는 날이 갈수록 그녀가 삼키고 배출한 물건들이 늘어간다. 임신한 헌터가 리처드와 초음파 검사를 하러 간 날, 의사는 검사 도중 초음파에서 아기 외에 다른 것들이 보이는 것을 발견한다. 헌터는 그대로 수술실로 옮겨지고 그녀의 위장에서 아직 배출되지 못했던 건전지나 옷핀 등이 나온다.
이 일로 인해 그녀의 이식증은 리처드와 그의 가족에게 모두 알려지게 된다. 리처드는 화를 내지만 헌터는 자신이 왜 그러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다. 헌터를 고치기 위해, 아니 뱃속의 자신들의 자손을 지키기 위해 시아버지까지 헌터의 치료에 나선다. 시아버지는 자신이 돈을 낸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반드시 성과가 있어야 한다며 마치 사업 이야기를 하듯 말한다. 상담을 받게 된 자리에서 시아버지와 리처드는 헌터가 그들의 소유물인 양 그녀를 혼자 두려고 하지 않지만 상담사는 강경하게 헌터와 둘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헌터는 상담사에게 자신의 이식증이 별일 아닌데 다들 소란을 피운다는 듯 말하며 그저 입안의 감촉이 좋아서 그랬다고 말한다. 시어머니는 헌터의 식습관을 고쳐보겠다며 직접 와서 과일주스까지 만들며 헌터의 일상을 파고든다. 시어머니는 헌터의 마음에 관심을 두기보다 그녀의 '습관'을 '교정'하려 든다. 남편과 시어머니 한술 더 떠 간병인까지 고용해 헌터를 감시하도록 한다.
간병인으로 고용된 루아이는 시리아의 내전으로 미국으로 온 남자다. 그는 헌터의 이식증을 보고 당신이 전쟁터에 있었으면 그런 마음의 병에는 걸리지 않았을 것이라며 헌터의 마음의 병을 마치 헌터가 먹고 살만하고 편하니까 걸렸다는 듯, 그녀를 다 안다는 듯 무시하는 발언을 한다. 헌터는 그의 말을 듣고 화장실에 가겠다고 하고 루아이는 몸수색까지 한다. 헌터는 화장실로 들어가 그 안에 숨겨두었던 봉투에서 물건을 꺼내 삼킨다.
상담사는 배터리를 삼킨 일에 대해 헌터에게 말하며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죽을 수도 있었다고 말하지만 헌터는 자신감에 찬 기분이 든다며 여전히 별일 아니었다는 듯 말한다. 헌터는 상담이 끝나고 나가려다 자신과 어머니 사이의 일을 말하고 싶다고 말하지만 곧 괜찮다며 그냥 나가 버린다. 그날 밤, 리처드의 생일 파티가 열리고 헌터는 리처드가 사람들에게 자신의 이식증에 대해 말하고 다녔다는 사실에 대해 알게 된다.
배려심이 없는 리처드의 행동에 화가 난 헌터가 그에게 따져보지만 리처드는 자신의 생일 파티를 망치지 말라고 말하고 그냥 가버린다. 게다가 얼마 전 자신에게 안아 달라고 했던 동료 에런이 다른 여자에게 가서 자신에게 했던 것과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본다. 그러니까 그에게 헌터가 아니었어도 상관없었던 일이었던 것이다. 헌터의 외로움은 한층 더 깊어만 간다.
다음 상담에서 헌터는 상담사와 모녀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녀는 이야기하기 전 상담사에게 별일 아니니 대단한 일로 만들지 말라는 말을 먼저 한다. 그녀의 아버지는 친아버지가 아니다. 헌터의 어머니는 젊은 시절 당해서는 안 되는 일을 당하게 되고 그 일로 헌터를 임신하게 된다. 범인은 잡혀 감옥에 갔다. 헌터는 아직도 범인 즉, 자신의 친부의 모습이 담긴 신문기사에서 오려낸 작은 사진을 아직도 가지고 다닌다.
집에 돌아온 헌터는 우연히 리처드가 상담사와 통화하고 있는 걸 듣게 된다. 상담사는 그동안 상담 내용을 리처드에게 모두 말해주고 있었던 것이다. 상담사는 리처드에게 헌터의 모녀 이야기를 해준다. 상담사는 리처드에게 헌터의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며 세심한 관찰을 요구한다. 하지만 리처드는 이런 말을 듣고도 헌터를 홀로 두고 운동을 나가버린다. 집을 나서면서 가지고 싶은 게 있으면 뭐든 사주겠다고 말한다. 헌터에게 지금 필요한 건 드레스나 팔찌가 아닌데 리처드는 마치 그녀를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리처드가 나가고 헌터는 숨쉬기조차 힘들 만큼 괴로움을 느낀다. 괴로움에 몸부림치던 그녀는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가 버린다. 루아이가 그녀를 찾아 침대 밑으로 들어가고 괴로워하는 헌터를 그가 위로해 준다. 그러가 둘은 함께 그 안에서 깜빡 잠이 들고 만다. 먼저 잠이 깬 헌터는 주방으로 가서 급하게 무언가 찾는다. 작은 드라이버를 찾아낸 헌터는 그것을 그대로 삼킨다.
곧 잠에서 깨어난 루아이가 헌터를 찾아보니 헌터는 거실에서 경련을 일으키며 괴로워하고 있다. 결국 병원으로 옮겨진 헌터는 수술로 뱃속에서 드라이버를 꺼내게 된다. 병원에서 나온 헌터를 리처드의 가족은 정신병원으로 보내려고 한다. 아이가 태어날 때까지 그녀를 안전하게 감시할 만한 곳으로 보내기 위해서다. 리처드는 그녀가 정신병원에 가지 않으면 이혼할 것을 요구한다. 헌터는 어쩔 수 없이 동의서에 서명한다.
병원으로 떠나기 전, 그녀는 충전기를 놓고 왔다며 집으로 다시 들어간다. 그때 루아이가 그녀를 따라 들어오고 그는 헌터가 도망갈 수 있게 도와준다. 헌터는 숲을 달려 도로까지 나와 지나가는 차를 잡아타고 한 모텔로 온다. 모텔에 들어가기 전 그녀는 모텔 화단의 흙을 양손 가득 퍼서 코트 주머니에 넣는다. 헌터는 리처드에게 전화를 걸어 그를 행복하게 해주려고 모든 게 너무 성급했다며 그를 떠나겠다고 말한다. 리처드는 헌터에게 네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냐며 깎아내리기 시작하고 격분해서 그녀를 무시하는 발언을 하고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오라고 말한다. 전화를 끊은 헌터는 핸드폰을 부숴 버리고 티브이를 보며 가져온 흙을 마치 팝콘처럼 집어먹기 시작한다.
다음 날, 모텔에서 나온 헌터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엄마에게 가고 싶다고 말하지만 엄마는 지금 방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그녀를 오지 못하게 한다. 헌터는 거칠게 전화를 끊어 버린다. 엄마의 집에 갈 수 없게 된 헌터는 차를 다시 얻어 타고 누군가의 집으로 향한다. 그곳은 그녀의 친부, 바로 범인의 집이다. 마침 그곳에서는 파티가 열리고 있고 안에 집안으로 들어가 그가 사는 모습을 보자 헌터는 구토를 하고 만다.
그녀의 친부인 윌리엄은 낯선 헌터에게 누구에게 초대받아서 왔느냐고 묻고 헌터는 질 맥코이, 즉 그녀의 어머니를 기억하느냐고 묻는다. 이에 놀란 윌리엄은 헌터에게 자신의 인생을 망치러 온 것이냐고 묻는다. 헌터는 화를 내며 그건 자신의 마음에 달린 거라고 그를 몰아붙인다. 왜 그랬냐는 헌터의 질문에 윌리엄은 마치 그런 짓을 하면 자신이 신처럼 느껴졌다고 말한다. 그러다 잡혀 감옥에 갔고 자신은 쓰레기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한다.
헌터는 윌리엄에게 우리가 닮았느냐고 묻는다. 윌리엄은 모르겠다고 말한다. 윌리엄은 헌터에게 너는 내가 아니라고 말하며 헌터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해준다. 헌터는 병원을 찾아가 약을 처방받는다. 쇼핑몰에서 혼자 식사를 하고 약을 먹으려다 헌터는 잠시 망설인다. 그러고는 약을 입안에 넣는다. 잠시 후, 화장실에 간 헌터는 피를 쏟아낸다. 아마도 헌터는 유산을 시키는 약을 먹은 것이다. 화장실을 나온 헌터의 표정이 홀가분하다. 거울 앞에선 헌터는 전과는 다른 표정을 하고 있다.
영화는 마지막에 헌터가 떠난 화장실을 오랫동안 비추며 끝을 맺는다. 주인공인 헌터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떠나고 남은 화장실에서 평범하게 오가는 여성들의 모습을 오랫동안 비춘다. 나의 주관적인 해석으로는 우리의 일상적인 공간인 화장실을 길게 비추면서 우리의 바로 옆에 누군가가 이렇게 힘들어하고 있음을 관심을 필요로 하고 있음을 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누군가는 그저 볼일을 보고 손을 씻고 화장을 고치는 공간에서 누군가는 인생의 새 출발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잠깐 내 옆의 누군가가 심적으로 힘든 상황은 아닌지 내가 놓치고 있는 생명은 없는지 생각해 보게 되는 장면이었다.
영화<스왈로우>의 대부분의 장면은 부부가 사는 호화로운 저택을 무대로 펼쳐진다. 미장센이 상당히 아름다운 영화다. 이 영화로 트라이베카 필름 페스티벌에서 여우주연상을 타기도 한 주인공 헤일리 베넷의 연기가 영화의 몰입도를 더한다. '이식증'이란 소재로 존재의 괴로움을 담은 영화다. 미장센이 훌륭한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과 심리학적 증상들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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