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진창인 어두운 방 안에서 홀로 출근 준비를 하는 아오야마의 얼굴에는 생기가 없다. 도살장 끌려가듯 출근한 회사에서는 아침부터 다 함께 체조를 하고 규칙을 외운다. 마치 군대와 다름없다. 영업부서의 에이스인 이가라시는 오늘도 영업 실적 1위를 달성해 상을 받았다. 반면 아오야마는 거래처로부터 클레임을 받고 부장에게 혼이 났다.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기본정보
감독: 나루시마 이즈루
출연: 후쿠시 소우타, 쿠도 아스카, 쿠로키 하루
개봉:2017
러닝타임:114분
ott: 티빙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 줄거리, 결말, 리뷰
벌써 3개월째 150시간의 야근 중이지만 수당은 일절 없다. 오늘도 변함없이 야근 중인데 집에서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온다. 아오야마는 자신도 모르게 어머니에게 화풀이를 하고 전화를 끊는다.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전철 플랫폼 위에 서 있을 때 늦은 밤 부장에게서 전화가 온다. 아오야마는 부장의 전화를 받지 않는다. 산다는 건 뭘까. 내가 살아 있긴 한 걸까.
아오야마는 자신이 살아있는 것 같지 않다. 그때 전철이 역내로 진입한다는 안내 방송이 들리고 아오야마는 천천히 플랫폼의 안전선인 노란 선 안으로 발을 옮긴다. 지하철이 들어오는 순간 아오야마의 몸이 레일 위로 기우는데 그 순간 한 남자가 달려와 아오야마를 승강장 쪽으로 낚아챈다. 아오야마를 구한 남자는 밝게 웃으며 자신을 아오야마의 초등학교 동창생 야마모토라고 말한다.
얼떨결에 야마모토와 함께 술을 마시러 가게 된 아오야마는 초등학교 동창생인 다카시에게 전화를 걸어 동창생 중에 정말 야마모토라는 사람이 있는지 묻는다. 다카시는 동창생 중 "야마모토 켄이치"라는 사람이 있다고 말해주고 아오야마는 일단 그 말을 듣고 안심하게 된다. 술자리가 끝나고 아오야마는 야마모토에게 명함을 불러주고 둘은 전화번호를 주고받는다.
아오야마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놀라 베란다로 나와 보니 집 앞 나무 위에 야마모토가 올라가 있다. 자신의 집인 줄 어떻게 안 걸까. 야마모토는 밖으로 나온 아오야마를 데리고 근처 마트로 가서 카트 하나를 훔쳐 아오야마를 태우고 신나게 달리기 시작한다. 신이 난 야마모토와 달리 아오야마는 겁에 질리고 결국 카트의 바퀴가 하나 빠지면서 둘은 옆으로 고꾸라지고 만다.
처음엔 아이 같은 짓이라고 생각한 아오야마도 어느샌가 신나게 한바탕 논 기분이 든다. 야마모토는 망가진 카트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고 태평하게 아오야마에게 하늘을 보라고 말한다. 언제 하늘을 마지막으로 본 건지, 아오야마도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때, 아오야마는 죽지 않고 살아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잠깐이지만 하게 된다.
야마모토는 아오야마를 쇼핑에 데리고 가서 화려한 색감의 넥타이를 골라주며 영업에 대해 일장연설을 늘어놓는다. 하와이안 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다니는 야마모토가 어째서 영업에 대해서 그렇게 잘 아는 건지 궁금한 아오야마가 물으니 자신도 예전에는 아오야마처럼 빡빡한 회사에서 일했다고 한다. 지금은 필요할 때마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백수로 지내고 있는 중이다.
평소와 달리 화려한 넥타이를 한 아오야마는 어쩐지 생기가 도는 듯하다. 반년동안 공들인 큰 계약 건의 마무리도 눈앞에 있다. 아무래도 야마모토의 덕인 것 같다. 그런데 다카시에게 전화가 와서 진짜 야마모토는 지금 뉴욕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그의 페이스북을 보니 자신과 술을 마시고 있는 눈앞의 야마모토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있다. 아오야마는 야마모토에게 이를 따지고 야마모토는 사실대로 이야기한다. 자신이 착각했는데 분위기가 무르익어 이야기를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친구가 되어버린 둘은 그대로 친구가 되기로 한다. 야마모토의 진짜 이름은 야마모토 준이다.
오랫동안 공을 들인 제과회사의 포스터 종이 발주가 잘못되어 회사에 클레임이 들어오게 된다. 커다란 계약 건에 발주가 잘못되면서 아오야마는 위기를 맞고 그때 이가라시가 나서서 담당자와 함께 이야기하러 가준다. 분명 자신은 제대로 했다고 생각했는데 발주서를 실수로 잘못 보냈다고 생각하자 아오야마는 심하게 자책하기 시작하며 밤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다. 부장의 괴롭힘이 점점 도를 넘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결국 제과 회사와의 계약 건의 담당자는 아오야마에서 이가라시로 넘어가게 된다. 부장은 아오야마를 쓸모없는 사람 취급하며 심하게 몰아세우고 사람들 앞에서 무릎을 꿇리고 사죄하도록 만든다. 진이 빠질 대로 빠진 아오야마가 집으로 돌아가려고 지하철을 타려는데 야마모토와 만나게 된다. 오늘은 술을 마시고 싶지 않다는 아오야마를 설득해 둘은 함께 밥을 먹으러 간다.
축 쳐져 있는 아오야마의 모습을 보고 야마모토는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묻는다. 아오야마에게 이야기를 들은 야마모토는 누군가 데이터를 고친 것 아니냐며 이 일로 제일 득을 보는 사람을 생각해 보라며 아오야마를 믿어주고 응원해 준다. 그리고 야마모토는 아오야마에게 회사를 관두고 다른 일을 찾아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다. 쉽지 않다며 절망하는 아오야마에게 야마모토는 죽는 것과 회사를 그만두는 것 둘 중에 뭐가 더 쉽겠냐며 첫 만남의 일을 상기시킨다.
정신이 피폐해진 아오야마의 집안은 갈수록 쓰레기장으로 변한다. 아오야마는 어느 날 역에서 나오다가 야마모토를 발견한다. 늘 밝게 웃는 얼굴만 보았는데 축 처진 얼굴로 어딘가로 버스를 타고 가는 그를 보자 낯설게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아오야마는 자신이 야마모토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오야마는 야마모토가 타고 갔던 셔틀버스를 타본다. 그런데 그 버스는 한 묘지로 가는 셔틀버스였다. 야마모토는 왜 묘지에 간 걸까.
아오야마는 집에 와서 야마모토에 대해 검색해 보기 시작한다. 그러다 그가 3년 전 이미 죽은 사람이라는 걸 발견한다. 자신처럼 일에 시달리다 회사 옥상에서 투신한 사람이다. 기사까지 있다. 그럼 이제까지 자신이 만난 야마모토는 자신을 구하려는 유령인 걸까. 아침 일찍 회사에 가보니 이가라시가 자신의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있다. 아오야마가 인사를 건네자 갑자기 화를 내며 이제 담당자가 바뀌었으니 데이터를 내놓으라고 한다. 한편, 아오야마는 야마모토가 진짜 유령인지 아닌지 헷갈리기 시작하고 회사에서는 부장이 아오야마를 더욱 정신적으로 몰아간다.
견디다 못한 아오야마는 회사의 옥상으로 향한다. 그런데 어찌 알았는지 야마모토가 뒤에 와서 아오야마를 부른다. 야마모토는 조심스럽게 아오야마의 곁에 다가와 자신뿐만이 아니라 아오야마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해 살아가라고 말한다. 가족들을 생각하라며 아오야마가 죽으면 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가 얼마나 슬퍼할지 생각해 보라고 말해준다. 결국 아오야마는 옥상에서 내려오고 대신 엄마가 먹고 싶다던 도쿄의 케이크를 잔뜩 사서 고향에 간다.
아오야마는 부모에게 회사를 관두고 싶다는 뜻을 전한다. 부모는 아오야마를 따뜻하게 감싸준다. 엄마는 한때 아버지의 실패로 힘들었을 때를 떠올리며 그때 모두 함께 죽고 싶었지만 아오야마가 어떤 어른으로 자랄지 보고 싶어서 열심히 살았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부모에게도 힘든 시기가 있었지만 아오야마를 위해 참고 견뎌준 것이다.
아오야마는 야마모토를 회사 근처의 카페로 불러낸다. 아오야마는 야마모토에게 친구가 되어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그리고는 벌떡 일어나 잠깐 기다려 달라며 이렇게 말한다.
"잠깐만 회사 좀 그만두고 올게"
회사로 간 아오야마는 부장에게 퇴사의 뜻을 밝힌다. 부장은 격분해서 소란을 피우지만 아오야마는 흔들리지 않는다. 떠나는 아오야마를 이가라시가 뒤쫓아 나간다. 이가라시는 아오야마의 발주서를 고친 건 자신이라며 점점 자신의 에이스 자리를 넘보는 것 같은 아오야마를 보면서 두려웠다고 말한다. 매일같이 두려움에 떨며 회사에 나온 건 다만 아오야마뿐만이 아니었다. 아오야마는 이가라시를 이해하고 용서해 준다.
야마모토가 창밖으로 보니 아오야마가 서류 가방을 돌리며 신나게 뛰어온다. 마치 어린아이 같다. 아오야마가 카페에 도착하니 야마모토의 모습이 사라지고 없다. 진짜 야마모토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아오야마는 뒤늦게 자신을 늘 챙겨주던 야마모토는 정작 무슨 생각을 하면서 있었을까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아오야마는 야마모토 준의 기일을 블로그에 올린 사람에게 메일을 보내 야마모토에 대해서 묻게 된다.
야마모토는 한 보육원 출신이다. 야마모토는 쌍둥이로 그의 진짜 이름은 야마모토 유다. 죽은 사람은 그의 쌍둥이 형제인 야마모토 준이었다. 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한 사람은 학교 교사가 되어 또 한 사람은 의사가 되어 바누아투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는 게 꿈이었다. 대학시험을 보던 날, 준은 마침 심한 감기에 걸리게 되고 시험에 떨어지게 된다. 18세까지 밖에 있을 수 없는 보육원에서 재수를 하는 일은 엄두도 낼 수 없고 결국 그는 급하게 취직을 하게 되는데 그곳은 다름 아닌 블랙회사 (직원들을 심하게 괴롭히는 회사)였다.
블랙회사에 다니게 된 야마모토 준은 결국 그다음 시험에도 떨어지게 되고 회사 일에 시달리던 그는 회사 옥상에서 투신해서 생을 마감하게 된다. 야마모토 유는 아오야마의 얼굴에서 지난날 준의 얼굴을 보았던 것이다. 보육원의 원장인 레이코가 유를 대신해서 아오야마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며 사진 한 장을 전해준다. 거기에는 밝게 웃는 아이들이 있고 사진 뒤에는 "내 천사들과 함께 너도 웃지 않을래?"하고 적혀 있다. 유는 아오야마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바누아투에 있는 야마모토는 아이와 밤하늘을 보며 말한다. "희망은 없어지지 않아. 다만 보이지 않을 뿐이지." 아오야마도 괴로운 일이 있어도 계속 살아가 보기로 결심한다.
아오야마는 야마모토와 함께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바누아투로 향한다. 그에게 내려진 첫 업무 지시는 '술래잡기'다.
영화 <잠깐만 회사 좀 관두고 올게>는 퇴사를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사람이라면 이해가 되는 영화일 것이다. 그 안에 있을 때는 회사가 전부라고 느껴지지만 밖으로 나오고 보면 또 다른 삶이 기다리고 있다. 퇴사하고 싶을 때 보면 더 퇴사하고 싶어지는 영화다. 아오야마도 회사 일에 괴로워하면서도 죽는 것 외에 회사를 나온다는 생각을 못한다. 두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의 대사처럼 죽는 것과 퇴사하는 것 중 뭐가 더 쉬울까. 인생은 플랜 B, C, D... 가 있어야 좋다는 걸 그리고 힘든 사람이 옆에 있을 때 때를 놓치지 말고 잡아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걸 일깨워 주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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