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으로 사진을 남기는 세 사람 민영, 정희, 산나는 절친한 친구이자 삼행시 클럽의 일원들이다. 그들은 수능 100일을 앞두고 수험 준비에 전념하기 위해 삼행시 클럽을 잠정 해체하기로 한다. 세 사람은 햇빛과 친숙 해지기, 책상과 머리의 간격 5cm 유지하기, 과다 에너지를 현명하게 소비하기 등 행동 강령을 세우고 본격적인 수능 공부에 돌입한다.
<성적표의 김민영> 기본정보
감독: 이재은, 임지선
출연: 김주아, 윤아정, 손다현, 임종민
개봉:2022
러닝타임: 97분
ott: 넷플릭스
<성적표의 김민영> 줄거리, 결말, 리뷰
수능 날, 소지품 검사가 이루어지는데 갑자기 정희 앞에 앉은 남학생의 얼굴이 울상이 된다. 그는 조심스레 손을 들고 수능 시험의 필수품인 손목시계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며 감독관에게 빌려줄 것을 부탁해 본다. 하지만 감독관은 자신도 시간을 체크해야 한다며 거절하고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인다. 그때 어떻게 된 일인지 정희가 자신의 시계를 그에게 빌려준다. 수능 시험이 치러지는 동안 정희는 문제를 풀 생각은 안 하고 창밖만 응시하고 앉아있다.
수능이 끝나고 정희는 시계를 돌려받으려고 하지만 남학생은 책상에 엎드려 우는지 일어날 생각을 않는다. 정희는 시계를 두고 그냥 나가버린다. 정희는 민영에게 전화를 걸어 보지만 PC방에서 게임에 빠져있는 그녀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정희는 홀로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시간이 지나 민영은 대구대에 진학했고 정희는 테니스장에서 알바를 시작했다. 테니스장 사장의 아들은 우연히도 정희가 수능 날 시계를 빌려준 남학생이다.
정희는 다시 삼행시 클럽이 하고 싶다. 정희는 출근을 하면 홀로 일을 한다.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공을 줍고 화장실도 청소하고 사무실에서 멍하니 앉아 있기도 한다. 산나는 하버드로 유학을 갔다. 대학을 가며 서로 멀리 떨어져 지내게 된 셋은 영상 통화로 삼행시 클럽을 부활 시킨다. 하지만 민영이 자꾸만 늦는다. 산나는 영어로 지은 삼행시를 친구들에게 읽어준다. 그녀는 사랑에 빠져있다. 민영은 예전과 다르게 삼행시에 영혼이 빠져있다. 그녀는 더 이상 시 따위에는 관심이 없다.
날이 더워지고 정희는 테니스장에서 빙수를 만들어 파는 업무도 함께 하게 된다. 테니스장의 아들은 정희에게 이곳에서 일하는 것이 어떤지 묻고 테니스장의 사무실에는 상상력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한다. 그러자 정희는 급하게 집으로 가서 때 이른 크리스마스 장식들을 가져와 작은 컨테이너 박스로 된 사무실에 상상력을 불어 넣는다.
삼행시 클럽이 영상 통화를 하는 날, 영상 속 산나의 모습은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그녀는 지금 아메리칸 스타일을 하고 있다. 정희와 산나가 아무리 기다려도 민영이 들어오지 않자 산나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시차 때문에 정희와 민영과 다르게 대낮에 시간을 내야 하는 자신에게 너무 배려가 없다는 이유로 산나는 삼행시 클럽을 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정희의 업무 중 중요한 일과는 테니스 장을 벗어난 공을 주우러 다니는 일이다. 테니스 장 너머에는 산으로 이어지는 길이 있고 정희는 테니스 공을 줍다가 숲을 응시한다. 정희는 자신의 그림 실력을 살려 테니스 장의 전단지를 만들어 사장에게 이야기해보지만 사장은 영 달갑지 않아 한다. 정희는 그날 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해고되고 만다. 일자리를 잃은 정희는 집에 있는 것이 불편하고 혼자 밖에 나와 저녁을 먹는데 민영에게서 전화가 온다. 민영은 자신은 지금 서울에 있다며 방학을 했으니 놀러 오라고 한다. 민영과 통화를 하던 중 정희는 벽에 붙어 있는 그림 공모전 포스터를 본다.
집에 와서 정희는 캐리어에 짐을 싸고 다음날 민영이 있는 서울로 향한다. 정희가 민영의 집에 도착했지만 민영은 집에 없다. 뒤늦게 나타난 민영이 정희의 캐리어를 보고 놀라자 정희는 '미니 백'이라고 말한다. 민영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노트북으로 자신의 성적을 확인하고 경악한다. 그 옆에서 정희가 캐리어의 짐을 푼다. 정희의 '미니 백'에는 민영과의 추억이 쌓인 물건들이 가득하다.
민영은 물건들의 정체와 그 추억에는 관심이 없고 자신의 엉망인 성적표를 고치기 위해 담당 교수에게 메일을 쓰는 데만 혈안이 되어있다. 민영은 교수에게 성적을 고쳐달라는 메일을 보내고 영화를 보러 나가지만 민영은 뭘 해도 계속 재미없다는 듯 시큰둥 하기만 하다. 영화도 보지 않고 시간만 때우다 집으로 돌아와 보니 교수에게서 답장이 와 있고 민영은 교수의 답장에 다시 답장을 보내 어떻게든 사정해 보려고 하고 정희가 이를 돕고 나선다.
정희가 상상력을 발휘해서 글을 쓰고 있는데 민영이 정희에게 누가 교수에게 그렇게 메일을 쓰냐며 정희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다. 친구를 불러놓고 제대로 된 음식조차 없는 냉장고 속 그나마 먹을만한 푸딩은 다른 사람 줄 거라며 먹지도 못하게 한다. 정희는 민영을 두고 홀로 나가 떡볶이를 사 온다. 떡볶이집 사장님이 정희에게 학생이냐고 묻자 정희는 잠시 생각한 뒤 자신은 때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다.
정희는 민영의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누군가 버린 상을 하나 주워 민영과 함께 가지고 가서 함께 떡볶이를 먹는다. 민영은 여전히 성적표와 사투 중이다. 정희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민영은 초대한 정희는 신경도 안 쓰면서 알바만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 정희를 한심하다는 듯 깎아내린다. 정희는 가끔씩 숲속으로 들어가 혼자 사는 생각을 해보곤 한다. 민영은 대구대 사람들은 너무 '한국인'이라며 서울로 편입할 거라고 한다.
민영은 여전히 자신의 노트북만 들여다보고 있고 정희는 심심하다. 정희는 민영이 방치해둔 화장대를 조립한다. 정희는 혼자 놀기 시작하고 민영은 교수에게서 온 답장에 다시 좌절하고 만다. 민영은 더 나아가 이어폰까지 끼고 옆에 있는 정희를 무시한다. 정희는 민영에게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란 시트콤에 나온 한 여행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그런 여행을 하고 싶다고 말해본다. 민영은 가만히 듣더니 바보 같다고 말하고 정희는 바보여서 좋은 거라고 말한다.
현실적인 민영과 꿈을 꾸는 정희, 민영은 정희가 한심해 보인다. 정희는 자신에게는 자신만의 현실이 있는 거라며 그건 소중하다고 말한다. 정희는 민영의 계속되는 무례한 태도에 폭발하고 약속하고 놀러 온 건데 왜 이래야 하냐며 따진다. 민영은 미안했는지 정희와 같이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민영은 정희가 샤워를 하러 들어간 사이 그녀에게 말도 없이 정희를 홀로 두고 대구로 가버린다.
정희는 민영의 오빠의 과 잠바를 입고 책상에 앉아 대학생처럼 공부하는 척을 해본다. 신께 기도를 올리고 민영의 다이어리를 보기도 한다. 그곳에는 이미 지나가 버린 그녀들의 추억과 현재의 민영이 있다. 실은 민영이 아이돌이 되고 싶어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정희는 민영이 없는 집에서 홀로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정희가 가지고 온 짐 속에는 햇반도 있다. 둘은 고등학생 시절 밥으로 경단을 만들어 파는 상상을 해 본 적이 있다. 정희는 여전히 소중히 생각하고 민영은 이미 멀리 떨어져 나온 과거의 상징, 햇반으로 만든 경단.
정희는 홀로 햇반으로 경단을 만들어 상 위에 올려두고 <김민영의 성적표>를 남긴다. 정희는 그녀의 패션 센스, 인간관계, 배려 등에 대한 인간 김민영에 대한 성적표를 남겨두고 먹지 말라던 푸딩을 먹어버리고 민영의 집을 나선다. 정희는 그림을 두 개 그려 하나는 자신의 이름으로 하나는 민영의 이름으로 응모하고 두 작품 모두 당선된다. 정희의 그림 숲의 정령에는 숲속에서 홀로 약초를 캐고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영화는 마지막에 정희의 상상대로 숲에 홀로 들어가 약초를 캐며 사는 모습을 담는다. 하지만 고개를 드니 정작 약초를 캐는 여자는 민영이다. 인생이란 참 알 수 없는 것이다.
누구나 한 번쯤은 그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영화에서처럼 고등학생에서 누군가는 대학생으로 누군가는 취업으로 길이 갈린다든지, 대학을 졸업하고 누군가는 취업을 하고, 누군가는 취준생으로 남는다든지, 이렇게 인생의 한 챕터를 넘어갈 때마다 분명 한자리에서 있었는데 점점 모양을 달리해가는 친구가 더는 함께 할 수 없을 만큼 멀어지는 경험을 말이다. 그것을 딱히 누구의 탓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영화에서는 민영이 무례하게 구는 것처럼 표현되지만 민영에게 있어서 인생에 중요한 것이 달라졌을 뿐이다. 우리는 종종 그런 상대를 발견하고 상처받기도 한다. 하지만 돌아보면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인생이 흘러가며 점점 모양을 바꿀 뿐이다. 그러니 옆에 내가 아무리 모양이 변해도 그 변천사를 다 받아들이고 함께 있어주는 친구가 있다면 아주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
영화 <성적표의 김민영>은 고등학생에서 성인이 되면서 각자 인생의 갈림길에서 다른 선택지를 받은 세 친구가 다른 인생 형태의 인생을 살게 되면서 각자의 입장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내용을 담담하게 그렸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영화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가장 어려운 게 인간관계다. 아마도 우리는 살면서 계속 누군가에게 마음속으로 성적표를 받고 있을 것이다. 이 시기를 지나온 사람들이라면 추억을 되새기며 아직 이 시기를 지나기 않은 사람이라면 조금의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는 영화가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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