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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어느 가족> 줄거리, 정보, 해석, 결말

by 영화로운_ 2023.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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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서 물건을 훔치는 아빠와 아들로 보이는 두 남자는 돌아오는 길에 한 여자아이를 발견한다.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는 2월의 날씨에 아파트 밖에 방치되다시피한 다섯 살 난 아이를 그냥 두고 갈 수 없는 아빠는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온다. 가족은 아빠와 노부요, 할머니, 아키, 쇼타 다섯 가족이다. 마트에서 훔쳐 온 음식들로 배를 채우는 가족들은 서로 어떤 관계일까.

어느 가족-고레에다 히로카즈

<어느 가족> 기본정보

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출연: 릴리 프랭키, 안도 사쿠라, 마츠오카 마유, 키키 키린, 죠 카이리, 사사키 미유
개봉: 2018
러닝타임: 121분
ott: 티빙/ 웨이브/ 왓챠/ 넷플릭스

 

 

<어느 가족> 줄거리, 결말, 리뷰

노부요와 아빠인 오사무는 유리를 집에 다시 데려다주러 간다. 하지만 집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심상치 않다. 아무래도 아이는 그 집에서 잘 지내고 있었던 것 같지 않다. 노부요는 충동적으로 유리를 다시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다. 이렇게 그날부터 가족은 유리까지 여섯 식구가 된다. 복지사가 집에 방문하면 할머니는 아이들부터 밖으로 내보낸다. 공식적으로 할머니는 이 집에 혼자 살고 있다. 나머지 가족들은 할머니의 연금을 나누어 쓰면서 살고 있다. 

어느 가족-고레에다 히로카즈

그들은 할머니의 연금을 뜯어 먹고 있는 걸까. 아니면 할머니와 함께 살아주는 걸까. 결국에 영화가 끝나면 할머니가 나머지 다섯 식구를 주워 모은 듯해 보인다. 마치 엉성하게 조립된 듯 보이는 가족이지만 그들의 생활은 언뜻 보면 평범한 가족처럼 보인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지 않는다는 사실과 물건을 훔친다는 사실만 빼면 화목하고 건강한 가족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 있다는 것과 물건을 훔친다는 건 빼놓고 생각하기 힘든 문제다. 그들이 어떻게 가족의 형태를 이루었는지도 피하기 힘든 문제다. 언뜻 가족의 아빠와 엄마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 같아 보이는 오사무와 노부요지만 아이들은 그들을 아빠나 엄마로 부르지 않는다. 그저 위치 상, 나이 상, 그들이 그런 역할을 떠맡은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진심으로 아이들을 아끼지만 부모가 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부모가 되기에 부족한 건 쇼타와 유리의 친부모들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친부모로부터 구해진 아이들이다.

 

친부모이지만 아이를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학대하는 쪽과 비록 아이에게 좋은 환경과 교육을 제공해 주지 못하지만 품 안에 꼬옥 안아주는 지금의 가족 중 어느 가족이 진짜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 영화는 끊임없이 묻는다. 유리를 데리고 온 지 머지않아 뉴스에 대대적으로 유리의 실종 소식이 보도되지만 가족은 학대받았던 유리를 되돌려 보낼 생각이 없다. 유리 또한 돌아갈 마음이 없다.

유리의 진짜 이름은 쥬리다. 가족들은 뉴스를 통해 유리가 아니라 쥬리라는 사실을 안다. 유리는 분명 자신의 입으로 자신의 이름은 유리라고 가족들에게 말한다. 유리가 자신의 본명이 아닌 다른 이름으로 자신을 소개한 건 어린 유리 자신조차도 자신의 상황을 외면하고 싶은 마음의 표현으로 보인다. 유리는 쥬리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이참에 가족들은 유리의 길었던 머리를 단발로 자르고 이름도 린으로 바꾸고 쇼타의 여동생이 된다.

 

어느 날 아빠와 아이들은 낚시 가게에 가서 낚싯대를 훔쳐 나온다. 쇼타는 '스위미'란 것에 대해 오사무에게 말한다. 쇼타는 '스위미'는 작은 물고기들이 모여서 참치처럼 큰 물고기들을 물리치는 일을 말한다고 오사무에게 알려준다. 큰 물고기를 이기기 위해 뭉친 작은 물고기들은 쇼타의 가족에 대한 비유다. 그들은 스스로 뭉쳐서 사회와 가난, 더 나아가 아동 학대라는 커다란 물고기와 싸워 나가고 있는 작은 물고기들인 것이다.

어느 가족-고레에다 히로카즈어느 가족-고레에다 히로카즈

여름이 되어 아이들에게 여름 옷을 마련해 주기 위해 도둑질을 시도하는 노부요와 할머니에게 린은 새 옷을 사고 싶지 않다는 말을 한다. 린은 새 옷을 산 뒤에 때리지 않을 것이냐고 묻는다. 진짜 가족과 함께 살 때 엄마는 린에게 새 옷을 사주고 나면 때리곤 했던 것이다. 노부요는 린의 갈색 머리에 어울리는 노란 수영복을 훔쳐다 준다. 새 수영복이 마음에 든 린은 노부요와 함께 목욕을 하면서도 수영복을 벗지 않는다. 린은 노부요의 팔에서 자신과 똑같은 상처를 발견한다. 세탁소에서 일하는 노부요의 팔에는 다리미에 데인 상처가 있다. 그걸 본 린은 자신의 팔의 상처도 똑같이 생겼다고 한다. 누가 그 상처를 만들었을까. 노부요는 린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사랑하니까 때린다는 건 거짓말이라는 걸 알려준다.

 

긴 여름밤, 다 함께 옥수수를 삶아 먹고 바다에 가서 해수욕을 즐기는 모습은 여느 행복한 가정과 다름이 없지만 부실 공사처럼 지어진 가족의 모습은 점점 무너지기 시작한다. 바다에 다녀온 뒤, 할머니는 잠을 자다 노환으로 숨을 거두고 만다. 할머니의 연금으로 생활하던 가족은 할머니의 장례를 치를 돈조차 없고 결국 할머니를 집의 바닥을 파고 묻게 된다.

 

쇼타에게는 물건을 훔치기 전 하나의 의식이 있다. 쇼타는 오사무와 노부요에게 물건의 훔치는 일의 정당성에 대해 계속 질문을 하고 린에게는 도둑질을 시키지 않는다. 쇼타의 의식은 아이가 이미 도둑질이 잘못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쇼타는 마트에 물건을 훔치러 가며 린을 밖에 있으라고 하지만 어린 동생들은 오빠나 누나를 따라 하기 마련이다. 곧 따라 들어온 린이 과자를 훔쳐 먹자 쇼타는 린을 감싸려고 일부러 오렌지 한 다발을 들고 도망을 치고 그 뒤를 직원들이 쫓는다.

얼마 가지 못해 직원들에 둘러싸인 쇼타는 담 아래로 뛰어내리고 다리가 부러지며 병원에 가게 되고 쇼타와 가족의 정체가 알려지게 된다. 오사무와 노부요는 쇼타를 병원에 둔 채 린을 데리고 도망치려 하지만 그전에 먼저 경찰에게 붙잡히고 만다. 린은 다시 학대를 일삼는 '진짜 가족'에게 돌아가게 된다. 쥬리로 돌아간 린은 친모와의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다. 한편, 쇼타는 퇴원 후 시설에 들어가게 된다.

 

노부요는 전과가 있는 오사무를 대신해서 혼자 한 짓이라고 자백을 하게 된다. 그녀를 취조하던 경찰은 노부요에게 엄마가 되고 싶었던 것이냐고 묻고 아이들이 그녀를 무어라 불렀냐고 묻게 되고 노부요는 그 말에 무너져 내려 눈물을 흘린다. 엄마이지만 단 한 번도 엄마인 적 없었던 노부요는 자신들이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혼란스럽다. 

 

노부요는 5년형을 받고 복역하게 된다. 오사무와 쇼타는 서로 만나 낚시를 하기도 하고 함께 하룻밤을 보내기도 한다. 오사무는 쇼타에서 아빠에서 아저씨로 돌아가겠다고 말한다. 자신이 아버지가 될 자격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오사무의 마음이 무너져 내리고 아빠라고 한 번도 부르지 않던 쇼타는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처음으로 '아빠'라고 소리 없이 그를 불러 본다. 

 

노부요는 쇼타에게 그를 어디서 데리고 왔는지 말해준다. 쇼타가 친부모를 찾을 수 있게 도와주려는 것이다. 가족을 그리워하는 쥬리는 자신을 처음 발견했던 그 자리에서 아직도 가족을 기다린다.

칸 영화제 <황금 종려상>을 수상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어느 가족>은 가족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서 묻는 영화다. 영화는 부족하지만 서로를 아끼는 가족과 학대와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진짜 가족을 비교해서 보여주면서 어느 가족이 진짜 가족에 가까운지 가족의 구성원은 서로에게 어떤 의미를 가져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일상을 잘 잡아내기로 유명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답게 그들의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일상이 담담하고 섬세하게 그려져 있다. 키키 키린부터 아역까지 모두의 호연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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