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한 소녀가 사랑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해 가는 이야기다. 문학을 좋아하는 18세 소녀인 아델은 어느 날 우연히 간 게이바에서 엠마를 만나게 되고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된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단순히 퀴어 영화가 아닌 아델과 엠마가 처음 만나 사랑을 하고 싸우고 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사랑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통의 사랑 이야기이다.
" 난 여자고, 이건 내 이야기야."_<가장 따뜻한 색, 블루> 도입부에서 문학을 인용하는 장면이다. 앞으로 우리가 보게 될 이야기가 어떤 이야기인지 문학작품의 입을 빌려 말해주고 있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 기본정보
감독: 압델라티프 케시시
출연: 아델 에그자르코풀로스, 레아 세이두
개봉: 2014.1
러닝타임: 180분
OTT: 왓챠 / 웨이브 / 티빙
영화의 줄거리, 결말 그리고 후기
아델의 학교에서 토마라는 남학생이 아델을 유심히 지켜본다. 토마는 아델에게 관심을 보이고 둘은 데이트하기로 한다. 토마와 관계를 나누었지만 정작 집에 돌아온 아델의 머릿속에는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파란 머리를 한 여자가 가득하다. 아델은 자신이 가짜처럼 느껴진다. 토마와 관계를 나눈 후 오히려 슬픔과 혼란을 느끼는 아델에게 친구는 자기 학대는 그만하라고 말해준다.
결국 솔직해지기로 결심한 아델은 토마에게 이별을 고한다. 층계참에서 여자인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충동적으로 서로 키스하게 되고 아델은 다음 날 그 친구를 찾아가 다시 키스를 하게 된다. 하지만 친구는 어제 일은 그냥 한순간의 충동이었다고 아델이 이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일지 몰랐다고 말한다. 아델은 점점 더 큰 혼란을 느낀다. 아델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친구가 실의에 빠진 아델을 데리고 게이바에 간다. 그곳에서 혼자 어쩔 줄 모르고 있는 아델에게 한 중년 남자가 다가와 말한다.
"사랑은 그저 사랑일 뿐이야!" <가장 따뜻한 색, 블루>란 영화가 보여주고 있는 게 바로 이것이다. 동성 간의 사랑이든 이성 간의 사랑이든 만나고 사랑하고 헤어지는 사랑은 그저 사랑일 뿐이라는 것이다.
아델은 바로 옆의 레즈비언 클럽으로 가고 그곳에서 운명적으로 파란 머리의 여자 엠마와 만난다. 엠마는 아델에게 다가와 먼저 술을 사주며 말을 건다. 순수미술을 전공하는 대학생인 엠마는 문학소녀인 아델과 그렇게 첫 만남을 가진다. 엠마는 아델의 학교로 찾아오고 함께 공원으로 간 엠마는 아델의 얼굴을 그린다. 아델은 만나는 사람마다 다 그려주냐고 질문하고 엠마는 아니라고 한다. 이미 엠마에게 아델은 특별한 존재로 다가온 것이다. 서로의 관심사를 나누던 중 엠마는 사르트르의 말을 인용한다. '본질은 행동으로 만든다.' 우리는 아델이 엠마를 만나는 행동을 통해서 본질에 다가서는 과정을 보고 있는 것이다.
엠마와 함께 가는 걸 본 친구들은 아델을 몰아세우기 시작한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더러운 레즈비언'이라는 막말을 서슴지 않고 내뱉으며 아델이 무슨 큰 죄라도 지은 것처럼 화를 낸다. 어제까지 친구라고 불리던 사람들이 갑자기 아델을 죄인처럼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나는 레즈비언이 아니라고 큰소리치지만 아델은 이미 엠마로 인해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았다. 하긴, 레즈비언이고 아니고 가 무슨 큰 대수일까. 영화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대사를 통해 남자와도 여자와도 관계를 가졌다는 말을 한다. 모든 사랑을 평등하게 표현하려고 하는 감독의 노력이 보인다.
엠마의 집에 초대된 아델은 자연스럽게 행동하는 반면 아델의 집에 엠마가 초대되었을 때는 서로 이성애자인 척한다. 부모님이 받아들이든 안 받아들이든 간에 아델은 엠마와 함께 하면서 점점 자신을 찾아간다. 시간이 지나고 함께 살게 된 둘은 어느 날 파티를 열고 엠마는 사람들에게 아델을 소개해 준다. 아델이 하루 종일 요리한 음식들을 열심히 서빙하는 동안 엠마는 어째 파티에 온 리즈라는 여성과의 대화에 계속 빠져 있는 것 같다. 아델은 다른 사람과 대화하면서도 자꾸만 엠마와 리즈가 신경 쓰인다.
자신의 꿈에 열정적인 엠마에 비해 문학적 재능이 있으면서도 유치원 교사된 것에 만족하는 아델이 엠마의 입장에서는 답답하다. 글을 쓰라는 엠마의 말이 아델에게는 강요처럼 들리고 엠마를 세상의 전부처럼 여기는 아델을 보면서 엠마는 점점 숨이 막힌다. 둘 사이가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아델은 엠마 모르게 다른 남자들과 조금씩 만남을 가지기 시작한다. 어느 날 남자와 데이트를 마치고 집 멀리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왔는데 엠마가 문 앞에서 자신을 쏘아보고 있다.
엠마는 이때부터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한다. 처음엔 거짓말로 얼버무리던 아델은 엠마가 거짓말쟁이라며 화를 내자 이실직고하게 된다. 하지만 자신은 그저 외로워서 그랬을 뿐이라며 엠마의 이해를 원해 보지만 엠마는 불같이 화를 내며 아델을 당장에 집 밖으로 내쫓아 버린다. 아델은 문 앞에서 울며 매달려 보지만 소용이 없고 한밤중 홀로 거리로 나온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에서는 파란색이 많이 등장한다. 엠마는 처음 만났을 때, 파란 머리에 파란 눈동자 파란 청재킷을 입고 있고 아델도 파란 옷을 자주 입고 영화 곳곳에 파란색 소품이 쓰인다. 엠마와 헤어졌지만 아직 그녀를 잊지 못한 아델이 아이들과 함께 간 해변에서 입고 있는 수영복의 색은 붉은색 아델은 파란 바닷속으로 들어가 생각에 잠긴다. 엠마를 떠올리고 있는 걸까. 하지만 늘 함께 오던 공원에 이젠 아델 혼자뿐이다.
엠마와 오랜만에 다시 만난 아델은 푸른 드레스 차림이다. 엠마도 푸른색 옷차림이다. 아델은 아직 엠마를 잊지 못했고 다시 만나고 싶다며 엠마에게 매달리지만 엠마는 이미 리즈, 리즈의 아이와 셋이 가족을 만들었다. 엠마는 리즈와 행복하다. 아델을 애틋하게 여기는 마음은 여전하지만 이제 엠마에게 아델은 지나간 사랑이다. 아델은 엠마에게 카페에서 먼저 나가달라고 한다.
얼마 후, 아델은 엠마의 전시회를 찾는다. 엠마가 아델을 초대했다. 한껏 멋을 부린 아델은 새파란 드레스를 차림이다. 전시회에 초대되어 갔지만 엠마는 아델 대신 리즈와 계속 함께 있다. 아델은 하릴없이 전시회장을 둘러보다 엠마에게 인사도 없이 자리를 뜬다. 아델은 이번에는 스스로 엠마에게서 멀어져서 걸어 나간다.
이 이야기는 엠마와 아델이 아니라 여자와 남자로 바꾸었어도 남자와 남자로 바꾸었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이야기다. 단지 사랑일 뿐인 이야기라서 좋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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