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애니 <공각 기동대>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했었다.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먼 미래에서는 인간을 인간이라고 규명할 수 있는 건 오로지 기억뿐이겠구나. 사람의 장기는 나이가 들고 병이 듦에 따라 인공 장기로 대체되어 남는 건 겨우 뇌의 일부뿐이라면, 이미 인공지능은 인간의 뇌를 훨씬 넘어서고 인간과 로봇의 사이의 경계가 희미해지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건 인간에게는 추억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들이 있다는 차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더 나은 선택>은 인간과 로봇에 관한 이야기는 아니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이야기여서 어쩌면 더 처참한 이야기다.
<더 나은 선택> 기본정보
감독: 제니퍼 팡
출연: 재클린 김, 제임스 얼바니악, 프레야 아담스
러닝타임: 90분
OTT: 넷플릭스
<더 나은 선택> 영화 줄거리, 결말 그리고 후기
현재로부터 먼 미래, 과학이 지금보다 훨씬 발전한 세상, 미국의 한 동네에 그웬과 그녀의 딸 쥴스가 살고 있다. 엄마 그웬은 '고급 인생과 인생 센터'라는 곳의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의 일은 회사의 얼굴이 되어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등 홍보 일을 하는 것이다. 오랫동안 낮은 급여로 일해 왔다고 생각한 그웬은 회사의 데이브에게 전화해 연봉 협상을 시도한다. 하지만 그녀의 뜻과 다르게 회사는 중년의 나이가 된 그녀를 더는 원치 않는다. 회사에서는 더 젊고 건강한 모델을 원하고 있고 벌써 찾고 있는 중이다.
하루아침에 그웬은 실업자가 된다. 아무리 과학이 발전하고 AI가 우리의 일자리를 다 뺏어도 뺏어가지 못하는 것이 있으니 그건 엄마들, 특히 한국 엄마의 교육열이다. (그웬은 코리안 아메리칸이다.) 그웬은 쥴스를 사립학교에 보내고 싶다. 쥴스가 좋은 환경에서 기회를 잡기를 원한다. 미래의 쥴스가 돈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아무 일이나 하게 하고 싶지 않다. 그웬의 욕심과는 달리 주머니 사정은 여의치 않다. 회사에서도 잘리고 직업을 소개해 주는 곳에서도 영 소식이 없다. 그웬을 입학 시키기 위한 돈을 마련할 방도가 없다. 싱글맘인 그녀는 무엇이든 해야 한다.
회사로 찾아가 보았지만 벌써 자신의 보안 카드가 먹통이다. 회사 직원은 그녀를 불러 왜 회사가 그녀를 원하 지 않는 지 중년 여성으로 살아가는 게 어떤 일인지 고통스러운 현실을 묻지도 않았는데 디테일하게 말해주며 그웬을 심리적으로 몰아간다. 불안한 그웬은 직업소개소에 다시 전화를 걸어 보지만 전화를 받는 이의 말투가 영 심상치 않다. 그웬은 전화 너머의 누군가에게 인간이냐고 묻는다. 그러자 그는 인간은 무엇이냐고 묻는다. 그웬은 목이 마르다거나 피가 몸에 흐르냐고 묻고 AI는 그게 네가 생각하는 인간의 정의냐고 반문한다. 모르겠다는 대답에 AI는 그 대답이 훨씬 인간적이라고 말한다.
4차 산업 혁명 이야기가 막 나오고 AI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뉴스가 처음 나오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인간과 AI를 근본적으로 가를 수 있는 것, 인간이 더 나은 존재라고 말할 수 있는 것에 대한 많은 질문들을 쏟아냈다. 그중 나의 호기심을 끈 말은 AI는 '모른다'라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건 컴퓨터 입장에서는 치명적인 오류다. 하지만, 인간은 모르는 것을 망설임 없이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이다. 감독은 이 장면을 왜 그렸을까? 무엇이 인간이고 무엇이 나인가에 대한 질문은 그웬을 향한 것이기도 하고 관객을 향한 것이도 한 게 아닐까.
그웬은 고심 끝에 회사에서 계획하고 있는 실험적인 시술을 받기로 한다. 시술은 젊은 육체에 그웬의 의식을 이식하는 것으로 그웬은 젊은 육체를 얻고 시술을 받은 경험자로서 계속 회사에서 일할 수 있을 것이다. '고급 건강과 인생 센터'의 직원인 데이브는 그웬에게 이 시술은 긴 과정과 끊임없는 고통이 따른다고 경고하며 그녀를 만류해 보지만 그웬은 이것이 그녀가 쥴스를 위해 무언가 해줄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웬은 차분하게 자신이 월급을 인상 받으려면 외모를 바꿔야 한다고 쥴스에게 설명해 준다. 함께 사진을 보며 마음에 드는 얼굴을 고르기도 한다. 시술을 마치고 나면 숨쉬기가 힘들고 기억하는데 어려움이 있을지 모르니 도와달라는 부탁도 한다. 그웬의 외모로 보내는 마지막 크리스마스 날 쥴스는 엄마의 얼굴을 그려 선물로 준다.
그웬과 쥴스는 시술대에 누워 있는 여자를 바라본다. 곧 시술이 시작되고 그녀에게서 기억들이 빠져나와 젊은 여자의 몸으로 들어간다. 젊은 여성의 모습이 된 엄마와 쥴스는 서로에게 의지하며 적응해 나간다. 새로운 그웬은 회사에서 홍보 모델로 계속 활동한다. '고급 건강과 인생 센터'의 매출은 급상승해서 시술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줄을 선다.
쥴스는 새로운 엄마의 모습에 아무리 적응해 보려고 해도 아무래도 눈앞의 여자는 내 엄마가 아닌 것 같다. 새로운 그웬도 그녀 자신에게 적응을 못하는 것 같다. 쥴스는 새로운 그웬에게 내 엄마 어디에 있냐고 묻자 새로운 그웬은 쥴스를 거칠게 제압한다. 새로운 그웬은 딸에게 애정을 가질 수 없다. 딸을 위해 한 선택인데 감정적으로 쥴스에게 집중할 수 없다. 데이브와의 통화에서 떨어져 있는 게 나을 거란 말까지 한다.
사실 새로운 그웬이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데이브는 새로운 그웬을 데리고 가서 원래의 그웬과 했던 대화를 들려준다. 시술은 단순히 히 의식을 하나의 몸에서 다른 몸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아직 그런 기술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의식을 서로 연결함으로써 '의식의 쌍둥이'를 만드는 것이다. 같은 의식을 가진 사람이 두 사람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문제가 하나 더 있다. 뇌에 많은 에너지를 쏟게 하는 이 시술에서 젊은 뇌는 살아남을 수 있지만 중년인 그웬은 결국 죽게 될 것이란 것이다.
새로운 그웬이 이 이야기를 기억하지 못하는 건 딸을 위해 그 기억을 빼주길 원했기 때문이다. 데이브에게도 쥴스에게 말하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쥴스는 새로운 그웬에게 엄마를 죽였냐고 묻고 그녀는 이건 다 네 엄마가 한 짓이라며 네 엄마는 죽었다는 잔인한 말을 하지만 쥴스는 엄마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새로운 그웬이 아파할 때 옆에서 정성껏 돌봐준다.
쥴스는 어느 날 엄마가 있을 때와 똑같이 내가 왜 살아있는지 모르겠다는 질문을 새로운 그웬에게 하고 그녀는 자연스럽게 마치 예전의 그웬처럼 대답한다. 비록 진짜 그웬은 죽었지만 새로운 그웬과 쥴스는 다시 하나의 가족이 된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끊임없이 나 자신을 형성하는 건 무언가 생각하게 된다. 평소에 늘 바쁜 우리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그저 앞에 놓인 일들만 해결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한 번쯤은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다만, 영화에서 하늘에서 폭발이 일어나는 장면, 환경에 대한 문제점을 거론하는 장면, 노숙하는 여성, 쥴스가 실은 불륜으로 낳은 아이라는 설정은 나에게는 굳이 왜 넣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굳이 의미를 붙여서 연결하자면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영화에서 자세히 다룰 만큼 충분히 나오지 않고 그저 약간의 상징처럼 처리가 돼서 보는데 약간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어서 아쉬웠다. 그리고 그웬이란 인물이 정말 죽는 것 밖에 선택지가 없었을까, 왜 그렇게 극단적으로 생각했을까에 대한 질문이 남는다.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겟 아웃>조던 필 감독의 SF영화
영화 <놉> 리뷰, 조던 필의 UFO, "눈 마주치지 마!" (스포일러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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