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정 감독 연출, 장리우 주연의 영화 <파란입이 달린 얼굴>은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여인의 서슬 퍼런 지독한 일상을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지만 보고 있으면 어딘지 아리고 소름 돋는 현실을 마주하게 된다.
<파란입이 달린 얼굴> 기본정보
감독: 김수정
출연: 장리우, 진용욱, 박병철, 윤부진, 신미영
개봉:2018
러닝타임: 111분
ott: 티빙/ 웨이브
<파란입이 달린 얼굴> 줄거리, 결말, 리뷰
_줄거리
서영은 지체 장애를 가진 오빠와 몸이 아픈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서영은 엄마를 보러 병원에 갈 때마다 병원비를 정산하라는 독촉을 받는다. 결국 서영은 더는 생존의 가망이 없는 엄마에게 자신을 위해 조용히 사라져 줄 것을 요구한다. 서영의 엄마는 아픈 몸을 이끌고 결국 병원에서 사라지게 되고 그 사실을 알게 되자 오빠인 영준은 다음은 몸이 불편한 자신의 차례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진다. 영준은 동생에게 버림받기 전에 결혼을 해서 집을 나가려고 하지만 마음에 둔 여성에게 거절당하고 좌절하고 만다. 서영은 오로지 생존에만 관심이 있다. 마트에서 일하던 서영은 물건을 팔기 위해서라면 거짓말도 스스럼없이 한다. 그것이 문제가 되어 마트를 그만두게 되고 새로운 직장에 가지만 그곳에서도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점차 서영은 사람들과 마음을 열고 친하게 지내게 되지만 노조를 만들려는 그들을 사장이 자르려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서영은 또다시 살아남기 위해 그들의 반대편에 서게 된다. 서영은 오로지 생존만을 위해 반응한다.
_결말
서영은 혼자 옷을 갈아입을 공간조차 없는 단칸방에서 오빠와 둘이 생활한다. 서영은 지적 장애를 가진 여자와 오빠를 결혼 시켜 집에서 내보내고 집을 팔아 엄마의 병원비 때문에 빌린 대출금을 갚으려 한다. 그러던 와중 재봉사로 일하던 영준은 일을 하다 졸아서 사고를 당하게 되고 혼자서 화장실도 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자신의 현실에 무너져 내리게 된다. 그런 영준에게 서영은 지적 장애를 가진 여자와 결혼하라는 말을 하고 영준은 서영이 보는 앞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영준이 죽자 서영은 집을 팔아 대출금을 갚고 회사로 거처를 옮긴다. 사람들이 퇴사해서 텅 빈 회사 안에서 서영은 홀로 탁구를 치는 상상을 한다.
_우리의 파란 입
파란색은 우울과 차가움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생존하기 위해서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서 따뜻한 말 한마디를 잊은 입을 우리는 파란 입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서영이란 인물은 극 중에서 극도로 말을 아끼는 인물이다. 필요한 말 이외에는 하지 않는다. 여기서 필요한 말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필요한 말이다. 누군가에게 건네는 따뜻한 인사말이나 칭찬 같은 것은 서영에게 사치로 느껴지는 듯 보인다. 서영은 마치 겨울 동안 살아남기 위해 극도로 에너지를 아끼는 동물처럼 자신에게 필요한 말 외에는 말하지 않는다. 그런 서영의 입에서 나온 말로 인해 엄마와 오빠가 죽고 홀로 남았다. 그런 서영이 영화 속에서 마지막으로 떠올리는 것은 탁구를 하면서 상대방을 떠올리는 일이다.
_왜 탁구인가
서영이 처음으로 다른 사람과 교류하게 되는 계기가 바로 탁구이다. 직장의 일터에서 탁구를 함께 친다는 의미는 자신들의 무리로 받아들여 주는 행위를 의미한다. 하지만 처음 그들은 서영이 자신의 어머니를 사지로 내몰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고 그래서인지 서영을 대놓고 따돌린다. 당연히 탁구 모임에도 끼워주지 않는다. 하지만 결국 서영도 함께 탁구를 치게 되고 그들 사이에 화해가 일어난다. 함께 밥을 먹고 아이스크림을 나누어 먹는 등 서영도 하나의 무리 속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게 된다. 탁구는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운동이다. 상대편에서 받아주는 사람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운동이다. 결말에서 서영이 탁구를 떠올리는 건 서영이 실은 사람들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함께 했던 시간들을 그리워한다는 걸 알 수 있다. 생계를 위해 독하게 홀로서기를 했지만 실은 상대방을 그리워하는 서영의 마음이 담겨있다.
_총평
영화 <파란 입이 달린 얼굴> 속 주인공 서영의 모습은 잔인할 정도로 처절하다. 삶의 끝자락으로 내몰린 서영의 모습은 굳은 결심을 한 사람처럼 흔들림 없이 냉정하고 매정하다. 그리고 그녀를 둘러싼 사람들도 그런 서영을 따뜻한 시선으로 이해하고 감싸주려 하기보다는 그녀를 탓하고 몰아세운다. 서영의 말로 인해 두 명의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서영의 파란 입은 영준이 마지막에 토해내는 붉은 피와 대비되어 더욱 선명하고 아리다. 영화 중간에 서영을 살인자라고 표현하는 부분이 나온다. 서영은 입으로 죄를 지어 가족을 죽음으로 내몰았으니 살인자로 보아야 할까. 아니면 스스로 살아남으려 발버둥 치던 불쌍한 중생으로 보아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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