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소년이 수갑을 찬 채 법정에 들어선다. 출생신고조차 되어 있지 않은 자인은 자신의 나이조차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의사의 진단에 의하면 아마 열두 살에서 열세 살 가량이 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할 뿐이다. 아직 어린아이 티를 벗지 못한 아이는 누군가를 칼로 찌르고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다. 아이는 수감 도중 생방송에 전화를 걸어 부모를 고소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법정에서 만난 아이와 부모, 소년은 부모의 죄를 이렇게 밝힌다. "나를 태어나게 해서요"
<가버나움> 기본정보
감독: 나딘 라바키
출연:자인 알 라피아, 요르다노스 시프로우, 보루와티프 트레져 반콜, 하이타 아이잠
개봉:2019
러닝타임: 126분
ott: 티빙 / 웨이브 / 넷플릭스
<가버나움> 줄거리, 결말, 리뷰
엄마의 심부름으로 이곳저곳으로 약을 구하러 다니는 자인은 그렇게 모은 약을 들고 집으로 간다. 집에서는 엄마가 자인이 모아온 약을 빻아서 물에 탄 뒤 옷에 담가 말린다. 자인의 가족은 그렇게 말린 세탁물을 감옥으로 들여보내고 돈을 받아 생활한다. 학교에 다니지 않는 자인은 아침이면 동생들을 이끌고 거리로 나가 주스 장사를 한다. 주스 장사는 밤이 늦도록 이어진다.
밤이 되면 한공간에 동생들과 뒤엉켜 잠을 잔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여동생 사하르의 자리에 피가 묻어있는 걸 자인이 발견한다. 사하르가 생리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인은 사하르를 데리고 화장실로 가 피가 묻은 팬티를 빨아서 입히고 자신의 티셔츠를 벗어서 생리대 대신 쓰라고 한다. 자인은 사하르를 위해 생리대를 훔쳐준다. 생리가 시작되어도 생리대 살 돈조차 없다는 것보다 두려운 것은 이제 여자가 된 여동생을 부모님이 아사드에게 시집보낼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기엔 동생은 아직 너무 어리다.
자인의 부모는 그를 학교에 보낼지 말지를 놓고 언쟁을 벌인다. 그들은 자인을 교육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학교에 가면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는 공짜 물품들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도 다른 아이들처럼 학교에 다니고 싶은 자인은 오전에는 학교에 가고 밤에는 장사를 해보겠다고 하지만 부모는 자인의 말에는 관심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자인은 이제 11살밖에 되지 않은 어린 여동생이 화장을 곱게 하고 아사드의 옆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자인은 모두가 잠든 틈을 타서 커다란 봉투에 사하르의 옷가지를 싸서 사하르를 깨운다. 자인은 차편을 알아보러 나가고 그 사이 사하르는 부모에 의해 어디론가 끌려간다. 자인은 부모를 막아서 보려고 애쓰지만 부모의 무자비한 폭력만이 날아들 뿐이다. 어린 자인이 아무리 막아보려고 해도 역부족이고 사하르는 결국 아버지 어깨에 업힌 채로 어디론가 끌려가고 만다.
법정에 선 사하르의 부모는 그 모든 게 딸을 위한 일이었다고 변명한다. 가정을 꾸린 것을 후회한다고 말하는 아버지에게는 아이들을 향한 미안한 마음보다는 자신에 대한 연민이 더 흘러넘친다. 아버지는 자신도 부모를 잘못 만나서 이렇게 되었을 뿐이라며 가난의 대물림을 탓하며 울부짖지만 자인의 표정은 차가울 뿐이다.
결국 집은 나온 자인은 버스 안에서 이상한 할아버지를 만나게 되고 그를 따라 차에서 내리게 된다. 자인이 내린 곳은 놀이공원으로 자인은 그곳의 거리에서 아무렇게나 하룻밤을 보내고 일거리를 찾아 나선다. 자인은 일거리를 찾다가 놀이공원에서 일하는 티게스트와 만나게 된다. 티게스트는 불법 체류자로 그녀의 진짜 이름은 라힐이지만 그녀는 신분증을 위조할 때마다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게 돼 곤 한다.
라힐은 놀이공원의 공용 화장실 한 칸에 요나스를 눕혀두고 일을 한다. 라힐이 일할 동안 요나스를 맡아 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라힐은 자인을 집으로 데리고 와서 씻겨주고 음식도 준다. 그리고 다음날부터 자인은 요나스를 돌보는 일을 시작한다. 체류증의 만료가 다가오는 라힐은 새로운 신분증이 필요하다. 신분증을 전문으로 위조해 주는 아스프로를 찾아가지만 그가 요구하는 돈은 라힐에게 너무 많은 돈이고 아스프로는 돈 대신 요나스를 요구하지만 라힐은 어떻게든 자신의 아이를 지키고 싶다.
라힐은 돈을 마련하기 위해 자신의 긴 머리카락을 파는 등 여러 수단을 모색한다. 그러던 중 라힐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경찰의 단속에 붙잡혀 그대로 감옥에 가게 되고 자인과 요나스 어린아이 둘만 집에 남겨지게 된다. 모유를 못 먹게 된 요나스를 계속해서 울기만 하고 냉장고를 뒤져봐도 먹을 것이 없자 자인은 얼음에 설탕을 뿌려 요나스에게 먹이고 자신도 먹는다.
요나스를 집에 혼자 두고 나갈 수 없는 자인은 동네 아이에게 스케이드보드를 빼앗아 그곳에 커다란 냄비를 달고 요나스를 태워서 끌고 다니며 라힐의 행방을 찾는다. 그러다 자인은 꽃을 파는 시리아 난민 소녀와 만나게 되고 그녀에게 얻은 정보를 이용해 시리아 난민인 척 거짓말을 해서 난민촌의 푸드뱅크에 가 요나스에게 필요한 물품을 얻는데 성공한다.
아스프로는 라힐과 벌써 이야기가 끝났다며 요나스를 달라고 요구하지만 자인은 요나스를 지키고 싶다. 극도의 빈곤 상태에 시달리던 자인은 엄마가 하던 대로 거짓말로 약을 구해와서 약을 탄 물을 길거리의 사람들에게 팔기 시작한다. 어느 날 자인이 집에 돌아와 보니 집에 자물쇠가 달려 있다. 집세를 내지 않자 집주인이 와서 세간을 모두 밖에 내놓고 문을 자물쇠로 걸어 버린 것이다.
길거리로 나앉은 자인과 요나스, 자인은 점점 지쳐가고 요나스를 길 한복판에 두고 가보려고 하지만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결국 자인은 아스프로에게 요나스를 보내고 자신은 서류를 준비해서 다른 나라로 가기로 결심한다. 아스프로는 자인에게 출생증명서처럼 신분을 증명할 만한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자인은 자신의 신분증을 가지러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간다.
집으로 돌아온 자인을 보고 엄마는 불같이 화를 낸다. 자인도 화를 내며 자신의 서류를 내놓으라고 하지만 자인의 존재를 증명할 서류는 어디에도 없다. 아빠는 우리는 그냥 벌레고 누구도 우리에게 관심이 없다며 서류 없는 인생을 받아들이라고 소리치며 자인에게 나가라고 말한다. 아빠가 보여준 서류 중에는 병원에서 받아 온 서류가 있고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낀 자인은 누가 병원에 다녀온 것이냐고 묻지만 모두 묵묵부답이다.
사하르는 이제 없다. 11살, 너무 어린 나이에 임신한 사하르는 하혈을 심하게 했고 병원에 가보았지만 출생증명서조차 없는 사하르를 받아주는 병원은 없었다. 결국, 아이는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아보지 못하고 병원 앞에서 짧은 생을 마감했다. 하지만 어린 소녀의 죽음 앞에 부모도 그녀의 남편이라는 성인 남자인 아사드까지 책임을 느끼는 사람은 없다.
사하르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자인은 그 길로 칼을 들고 아사드의 집으로 향한다. 자인은 아사드를 칼로 찌른 죄로 5년형을 받고 복역 중이다. 감옥은 어른과 아이의 구별도 없고 여자와 남자의 구별도 없는 생지옥이다. 그런 곳에 열두 살 난 자인도 있다. 자인을 발견한 라힐은 요나스는 어디에 두고 네가 이곳에 있냐고 울부짖지만 자인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자인을 면회 온 엄마가 자신의 임신 사실을 알리면서 아들에게 사탕 봉투를 건넨다. 지금 있는 아이들도 제대로 돌보지 못하면서 또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이 어이가 없는 자인은 엄마의 말이 칼처럼 자신을 찌르는 것 같다. 자인은 다시는 자신을 찾아오지 말라는 말을 남기고 사탕이 든 봉투를 쓰레기통에 던져 버린다.
자인은 교도소 안의 전화로 생방송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부모를 고소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다. 부모에게 무엇을 바라냐는 판사의 말에 자인은 애를 그만 낳게 해달라고 말한다. 애가 또 태어나면 자신처럼 될 것이라고 말한다. 부모는 끝까지 자신들은 잘못이 없고 이 사회 탓이라고 말한다. 자신들도 그렇게 자라왔다고 말한다.
한편 요나스는 경찰에 의해 발견되어 추방 당하려던 라힐의 품으로 돌아간다. 자인은 처음으로 자신의 신분증을 위해 사진을 찍으며 활짝 웃어 보인다.
영화 <가버나움>은 레바논의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군상을 자인이라는 어린 소년을 통해 그린 영화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실제 현지인으로 영화의 현실성을 더한다. 자인 역의 자인 알 라피아는 실제 시리아 난민 소년으로 베이루트 지역에서 생계를 위해 일하다가 제작진에 의해 발견되어 캐스팅되었다고 한다. 또한 라힐을 연기한 요르다노스 시프로우또한 실제 불법 체류자로 영화 촬영 기간 동안 체포되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가버나움'의 뜻은 갈릴리 바다 북쪽에 있는 팔레스타인의 도시로 예수가 고향인 나사렛에서 옮겨 산 곳으로 갈릴리 전도의 중심지가 된 곳으로 '카파르나움'이라고도 불린다. 뜻은 '위로의 마을'이라는 뜻으로 예수가 이곳에서 가난한 자들과 약한 자들을 위해서 많은 기적을 일으켰다고 한다.
가버나움 속의 이야기는 지금도 현실에서 발생하고 있는 진짜 이야기다. 시리아 난민이나 내전 속에서 방치되어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먼 나라의 이야기지만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하는 이야기임에 분명하다. 영화는 그런 사실적 이야기를 현실감 있게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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