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후기, 줄거리, 정보, 로맨스 영화 추천

옅은 분홍빛 벚꽃이 사방으로 흩날리는 교정, 영화의 주인공인 시가는 학교 선생님이다. 시가는 교무실 자신의 책상 안에 사직서를 넣어놓고 고민 중이다. 그러던 와중 얼떨결에 노후화가 돼서 철거가 결정된 학교 도서관의 장서 정리를 떠맡게 된다. 시가는 도서관의 문을 열기 전 잠시 망설인다. 도서관에는 한 소녀와의 추억이 담겨 있다. 시가는 그녀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도서관 안으로 들어가자 마치 그때의 그 소녀가 시가를 부르는 것 같다. 야마우치 사쿠라, 그녀가 아직도 그곳에 있는 것 같다. 

기본 정보

감독: 츠키카와 쇼
출연: 하마베 미나미, 키타무라 타쿠미, 오구리 슌, 키타가와 케이코
개봉: 2017.10
수상내역: 41회 일본 아카데미상 신인 배우상, 신인 배우상, 화제상(작품 부문)
OTT: 티빙

 

영화 줄거리 ,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지금은 선생님으로 일하는 그 학교에 학생으로 다니던 12년 전, 시가는 아이들과 잘 어울리는 소년이 아니었다. 늘 혼자 책을 읽고 타인과의 벽을 쌓고 지내는 아이다. 맹장염에 걸려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을 때 시가는 병원 로비 바닥에서 ‘공병 문고’라고 쓰인 노트를 하나 발견한다. 노트의 주인은 같은 반 여자아이인 야마우치 사쿠라다. 시가는 사쿠라와는 말도 나눠본 적 없는 단지 클래스 메이트일  이었는데 그녀의 노트를 읽게 되면서 우연히 그녀가 중병에 걸려 죽어간다는 엄청난 비밀을 알게 돼버린다.
 
어느 날 문득 사쿠라가 시가에게 말한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식인 습관이라도 든 것이냐며 놀라는 시가에게 사쿠라는 맑은 얼굴로 말한다. 옛날에는 사람들은 아프면 다른 동물의 췌장을 먹음으로써 그로부터 에너지를 얻어 병이 낫기를 바랐다고 한다. 즉, 췌장을 먹는다는 건 췌장의 주인의 영혼이 먹은 사람의 안에서 살게 된다는 것이다. 사쿠라는 모두에게 사랑받는 인기 많은 여학생이다. 반면 시가는 누구와도 관계를 맺지 않는 방식으로 자신을 지켜오고 있었다. 사쿠라의 공병 문고를 우연히 읽게 되고 그녀가 곧 죽게 된다는 비밀을 알게 되면서 시가의 일상은 그녀로 인해 변하게 된다. 

시가는 학교 도서관의 도서 위원이다. 도서를 철저히 분리하는 일을 좋아한다. 사쿠라는 그를 따라 도서 위원이 되지만 그녀의 분류 방식은 시가의 눈에는 엉망진창이다. 책이 미아가 되면 불쌍하다고 말하는 시가와 책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보물 찾기 쪽이 책도 기뻐할 것이라 말하는 사쿠라, 둘은 그렇게 정반대의 성향을 가졌지만 서서히 서로의 일상을 공유하게 된다.

 

사쿠라는 죽을 때 죽더라도 오늘 하루의 가치는 동일하다며 자신의 비밀을 알게 된 대가로 시가에게 자신에게 남은 짧은 시간을 잘 보낼 수 있게 도와 달라고 말한다. 둘은 디저트 카페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시가는 아직도 왜 사쿠라가 자신과 어울리려고 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사이좋게 지내자는 사쿠라의 말을 시가는 곱씹어 본다.

학교에서는 사쿠라의 제일 친한 친구인 쿄코가 둘 사이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 왜 시가와 어울리냐는 질문에 사쿠라는 당연하다는 듯 ‘친한 사이’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모두에게 사랑받는 밝디 밝은 사쿠라와 반에서 제일 암울한 아이인 시가가 친한 사이라니 쿄코는 믿을 수 없다. 사쿠라는 쿄코에게 자신이 죽어간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말한다면 쿄코는 분명 매일같이 사쿠라를 볼 때마다 울 것이다. 하지만 시가는 다르다. 시가는 사쿠라에게 일상을 주는 사람이다. 사쿠라는 시가에게 여행을 제안한다. 사쿠라의 버킷 리스트 중 하나다. 시가는 목적지도 모른 채 사쿠라에게 끌려 큐슈에 간다. 신사에 가서 기도를 올리는 시가를 보며 사쿠라는 시가가 자신을 위래 기도했다는 사실을 눈치챈다. 

 

큐슈에서 즐거운 하루를 보낸 둘은 그날 밤 고급 호텔에서 묵기로 한다. 사쿠라는 죽기 전 모아둔 돈을 다 쓰고 죽을 거라며 으리으리해 보이는 호텔로 향한다. 호텔에 가서 체크인을 하려는데 문제가 생기고 원래 예약했던 방을 쓰지 못하게 된다. 호텔 측은 사과의 의미로 스위트룸을 둘에게 내어주고 둘은 할 수 없이 한 방을 쓰게 된다. 긴장하는 시가와 달리 사쿠라는 즐거워 보이기만 한다. 사쿠라에 이어 시가가 씻고 나오자  사쿠라는 홀로 술을 마시고 있다. 어른이 될 수 없는 사쿠라에게는 술을 마셔보는 것도 버킷 리스트 중 하나이다. 사쿠라는 시가에게 진실과 도전 게임을 제안한다. 사쿠라는 실은 죽는 게 두렵다는 진실을 시가에게 내비친다.
 
“나는 살고 싶어”
 
사쿠라는 고백한다.

어느 날부터 시가의 사물함에서 실내화가 사라진다. 사쿠라가 빌려준 <어린 왕자>책도 사라졌다. 시가는 내심 자신을 마음에 들지 않아 하는 쿄코의 짓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지만 일을 벌인 건 다름 아닌 반장이었다. 반장은 사쿠라의 전 남자친구였다. 사쿠라는 빗속에서 싸우고 있는 두 사람에게 달려와 시가에게 우산을 받쳐주며 반장에게 자신의 주위 사람에게 가까이 오지 말라고 경고한다. 시가는 어느 사이에 이렇게까지 사쿠라와 자신이 연관이 깊어진 것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사쿠라는 말한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의지로 만난 거라고  우연히 흘러온 것도 아니며 우리가 각자 선택한 길이 모여서 만나게 된 것이라고 말이다.

그 일이 있고 얼마 안 가 사쿠라는 다시 입원을 하게 된다. 단순히 검사를 위한 입원이었다고는 하지만 입원이 계속 길어진다. 병원으로 찾아온 시가에게 사쿠라는 다시 진실과 도전 게임을 제안하지만 사쿠라는 게임에서 지고 질문할 기회를 놓치고 만다. 사쿠라는 자신이 죽은 후 쿄코가 걱정이라며 시가에게 쿄코와 친하게 지내줄 것을 당부한다. 하지만 쿄코는 끝까지 시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리고 곧이어 시가에게 사쿠라의 퇴원 소식이 전해져 온다. 만나서 여행을 가기로 한 두 사람, 사쿠라에게 벚꽃을 보여주기 위해 여행 계획을 짜는 시가의 마음이 들떠 있다. 
 

현재의 시가는 오랜 시간을 건너 장서 정리를 하던 도중 사쿠라가 쿄코와 자신에게 보낸 편지 겸 유서를 발견하게 된다.
 
그 안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그날 둘은 함께 벚꽃을 보았을까? 그날 밤 사쿠라가 진실과 도전 게임에서 묻고 싶었던 건 대체 무엇이었을까.

반전이 숨어 있는 영화

 
단순한 불치병에 걸린 소녀의 로맨스 영화로 끝날 것 같았지만 약간의 반전이 숨어 있다. 내일을 모르는 오늘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지 말해주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