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타키타니>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영화 <토니 타키타니> 한편의 산문시와도 같다. 영화 전반에 깔리는 내레이션과 문득 배우의 입을 통해서 나오는 독백과도 같은 내레이션은 이 영화의 시적인 부분을 더욱 극대화해준다. 얼마 전, 작고한 류이치 사카모토의 '고독 (solitude)'라는 곡이 영화의 배경음악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를 받쳐주는 역할을 하며 토니의 상실과 외로움을 보는 이에게 전해준다. 세상적인 음악의 거장 류이치 사카모토의 부고로 많은 사람들이 마음 아팠을 것이다. 그중 나도 한 사람이다. 이제 이런 음악은 누가 만드나 상실감이 크다. 부디 좋은 곳에서 평화롭게 지내시고 계시길 빈다.
<토니 타키타키> 기본정보
감독: 이차카와 준
출연: 미야자와 리에 (1인 2역), 오가타 이세이, 니시지마 히데토시 (내레이터)
개봉: 2005.9
러닝타임:76분
OTT: 티빙 / 왓챠 / 웨이브
<토니 타키타니> 줄거리 결말 그리고 후기
친구들과 어울려 뛰어놀기보다는 혼자 모래를 가지고 노는 소년 토니 타키타니에게 외로움이란 가장 어울리는 옷처럼 보인다. 토니는 어떤 소년일까. 그는 그림 수업에서 꽃이 한가득 꽂혀 있는 화병을 그리라 했더니 잎사귀 하나만을 색도 쓰지 않고 연필로만 세밀하게 관찰하여 그리는 그런 류의 소년이다. 토니의 아버지는 재즈 뮤지션이다. 그는 전쟁이 끝난 후, 오랫동안 중국의 형무소에 있었다. 타키타니 쇼자부로는 쇼와 21년(1941)이 되던 해에 일본에 돌아왔다. 돌아와보니, 공습으로 가족이 모두 죽고 천애 고아가 되어 있었다.
토니의 엄마는 토니를 낳고 3일 후 죽었다. 그가 소심한 유년 시절을 보낸 건 특이한 이름 때문이기도 하다. 아버지가 미국식 이름으로 지은 것이다. 토니는 커서 일러스트레이터가 됐다. 혼자 하는 일, 세밀하게 관찰하는 일에 재능이 있는 토니에게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어느 날 토니가 일하고 있는 사무실로 에이코가 그림을 가지러 오면서 둘은 만났다. 토니는 그녀가 마치 한 마리의 새 같다고 여겼다.
에이코는 옷을 많이 사는 여자다. 옷을 잘 입는다. 그녀는 말한다. 그녀는 옷이 그녀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 같다고 말한다. 이때까지 결혼 생각이 없던 토니는 에이코를 만나면서 결혼을 꿈꾸게 된다. 토니는 생각한다. 그녀는 마치 옷을 입기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고 그녀처럼 옷을 입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고 말이다. 옷은 사람의 성향을 잘 드러내주는 하나의 장치다. 옷으로 나를 표현한다기보다는 내가 자연스럽게 찾게 되는 옷이 나를 표현해 주는 것이다.
토니는 아버지와는 2,3년에 한 번 정도 만나지만 만나도 별 할말은 없다. 어색한 대화만 오고가다 그냥 헤어진다. 에이코와 다섯 번의 만남을 가진 후 토니는 그녀에게 청혼한다. 하지만 에이코에게는 이미 오래된 연인이 있고 토니와는 나이 차이도 많이 난다. 고독이란 감옥 같다고 생각한 토니, 그녀가 결혼을 거절 한다면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에이코는 연인과 헤어지고 토니와 결혼을 한다.
토니는 결혼 후, 3개월까지도 두려움을 느낀다. 늘 외롭던 자신의 모습에 에이코라는 그림이 덧붙여진 것이 기묘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곧 그는 그녀가 있는 생활에 익숙해진다. 여전히 쇼핑중독인 에이코는 끊임없이 물건을 산다. 돈은 토니가 냈다. 아내는 참지 못하고 매일 같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옷과 신발과 가방을 산다. 옷을 사는 걸 참을 수 없다. 그녀는 무엇을 채우기 위해 그런 걸까. 그런 그녀를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던 토니가 이제 그만 옷 사는 걸 줄이면 어떻겠냐고 말하고 아내도 수긍한다.
아내는 옷을 사지 않기 위해 일주일 동안 집밖에 나가지 않는다. 옷방을 둘러보던 아내는 샀던 옷을 반품하게 된다. 에이코는 옷을 반품하고 나자 조금 가벼워진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운전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자꾸만 머릿속에는 아까 반품한 옷이 떠오른다. 에이코는 참을 수 없는 충동을 느끼고 차를 급하게 유턴한다. 그때, 사고가 난다.
<토니 타키타니>에서 유난히 배우들의 뒷모습이 많이 나온다. 특히 토니의 구부정한 뒷모습, 아내를 잃고 소파에 웅크리고 누워 우는 장면에서 우리는 토니를 먼발치에서 조용히 바라보는 듯한 포지션을 하게 된다. 그의 외로움을 영화를 보는 사람이 몰래 가만히 훔쳐보는 기분이 든다.
토니는 아내와 비슷한 체형의 여성을 고용하기 위해 면접을 본다. 그곳에 아내와 똑닮은 모습을 한 히사코가 온다. 토니가 그녀에게 시키는 일은 단순한 조수 일이지만 한 가지 특이한 조건이 있다. 바로 일하고 있을 때 즉, 토니의 집에 있을 때 아내의 옷을 입고 있어 달라는 것이다. 자신에게는 아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조건이 이상하다고 생각한 히사코지만 당장 일자리가 급한 그녀는 일단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녀는 먼저 아내의 옷을 보여 달라고 하고 홀로 아내의 옷방에 있게 된다.
방 하나를 가득 채운 온갖 명품 옷들과 장신구들을 걸쳐 보던 히사코는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쏟는다. 밖에서 울음소리를 들은 토니가 와서 무슨 일이냐고 묻자 이렇게 좋은 옷은 처음 입어 본다고 말하는 히사코다. 히사코는 일단 일주일 분의 옷을 받아서 집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내 토니는 히사코에게 전화해 이번 일은 잊어 달라며 옷은 가져도 되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한다.
토니는 히사코에게 아내 대리를 시키는 대신 헌 옷 장수를 불러 옷방의 옷을 모두 처분한다. 텅 비어 있는 옷방을 토니는 오래도록 그대로 둔다. 아내가 죽고 2년 후, 아버지마저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다. 토니는 아버지의 유품을 가져와 아내의 옷방에 쌓아 놓는다. 유품이라고 해봤자 오래되고 낡은 악기와 레코트드 판들이 전부다. 토니는 그것들도 오래도록 보관 했지만 결국 중고 레코드 상을 불러 팔아 치운다. 꽤 값이 나갔지만 토니에게는 다 의미 없는 일이다. 옷방은 이제 텅텅 비었다. 토니는 진짜 외톨이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한 파티에 간 토니는 예전 아내와 오래도록 사귀었다던 남성과 만난다. 남자는 토니의 아내를 '그 녀석'이라고 부르며 감당하기 힘들지 않았냐며 비아냥 거린다. 토니는 전혀 힘들지 않았다고 이젠 다 잊었다고 말하고 남자에게 자신의 아내를 '그 녀석'이라 부르지 말라고 말하고 자리를 뜬다.
텅 빈 옷방에 홀로 있는 토니의 뒷모습이 안타깝다. 토니는 이상하게도 자꾸만 그때 울고 있던 히사코가 떠오른다. 떠올리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도 자꾸만 그녀의 생각이 난다. 토니는 결국 그녀에게 전화를 해보지만 연결이 되지 않고 전화를 끊게 된다.
영화 속에서 흐르는 음악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류이치 사카모토의 '고독(solitude)'라는 작품이다. <토니 타키타니>에서 음악이 하나의 배역을 맡았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이 음악은 <토니 타키타니> 안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인이 사랑했던 류이치 사카모토를 기리며 영화 <토니 타키타니>를 보는 건 어떨까.
<류이치 사카모토, 토니 타키타니 주제곡, 고독(solitude) 듣기>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 원작의 다른 영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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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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