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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혜옥이> 후기, 정보, 줄거리, 결말, 이태경 주연, 매몰비용의 오류

by 영화로운_ 2023.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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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혜옥이>는 지금 우리 사회의 청춘들이 겪고 있는 문제를 그대로 드러낸다. 어릴 때부터 ‘노력하면 된다. 포기하지 않으면 할 수 있다.’라는 명제 아래 늘 경쟁 상태에 놓여 있게 되는 사람들은 어느새 삶을 한 방향으로만 바라보게 된다. 보상 없는 노력도 있을 수 있음을 영화 <혜옥이>는 보여준다. 인생은 한 방향만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다. 여러 방향이 있다는 걸 안다면 삶은 더 가벼워질 것이다.

웨이브 / 왓챠 / 혜옥이

기본정보

감독: 박정환
출연: 이태경, 전국향
개봉: 2022.12
러닝타임: 97분
OTT: 웨이브 / 왓챠

 

 

영화 줄거리와 후기 (결말 있음)

 

라엘은 5급 행시 준비생이다. 고대 경영학과에 장학생으로 다닐 정도로 수재다. 엄마는 라엘을 두고 “넌 일류잖아! 뭐든 다 해낼 수 있어!”라고 한다. 엄마도 라엘도 이 말을 철석같이 믿는다. 내 딸 라엘은 일류라고, 나는 일류라고.

웨이브 / 왓챠 / 혜옥이웨이브 / 왓챠 / 혜옥이

 

라엘과 엄마는 새로 이사할 집을 알아보러 다니는 중이다. 수험생들로 북적이는 동네에 빠삭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돼지우리 같은 집을 소개해 주며 이 집에 살았던 학생들은 모두 합격해서 나갔다는 달콤한 말로 라엘과 그녀의 엄마를 유혹한다.

결국 그 집으로 이사한 라엘은 포스트잇에 적는다. ‘나는 최고다. 나는 일류다. 나는 뭐든 할 수 있다.’

 

독서실까지 완벽하게 세팅하고 라엘은 본격적으로 공부에 돌입하기 시작한다. 스터디 그룹에서도 라엘은 금방 합격할 것이라며 추켜 세운다. 라엘은 밝은 미래를 꿈꿔보지만 1차 시험에서 떨어지고 만다. 엄마는 흔들림 없이 라엘을 응원한다.

 

매몰비용: 이미 지출해서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을 말한다. 

매몰비용의 오류: 매몰비용으로 이미 실패한 또는 실패할 것으로 예상되는 돈, 노력, 시간 등을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라엘이 1차에 합격한다. 독서실에서는 독서실 비용의 5%를 합격의 대가로 돌려주었다. 라엘은 그걸로 엄마에게 무언가 해주고 싶지만 엄마는 라엘을 위해서 쓰라고 한다. 1차에는 합격했지만 끝이 아니다. 2차, 3차가 남았다.

웨이브 / 왓챠 / 혜옥이

 

편의점에 간 라엘은 사탕을 고르는 척하면서 계속 담배를 힐끔 거린다. 라엘은 2차에 떨어졌다. 담배라도 한 대 피우면 나을 것 같다. 의기소침해 있는 라엘에게 엄마는 말한다. “노력은 배신하지 않아.” 엄마의 명언을 라엘은 또 포스트잇에 적어 놓는다. 그러나 노력은 또 한 번 라엘을 배신한다. 그때 영화는 자꾸 눈길에 미끄러지는 차 한 대를 비춘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계속 헛바퀴를 도는 차는 라엘을 의미하는 메타포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장수생이 되고 만 라엘은 점점 지쳐간다. 학원에서 수업을 듣던 중 선생은 라엘을 콕 집어 매몰비용을 설명해 보라고 한다. 라엘은 설명해 보려 노력하지만 제대로 설명할 수 없고 이때 갑자기 멈출 수 없이 재채기가 나온다. 라엘은 그대로 짐을 챙겨 강의실을 나와 버린다. 매몰비용의 오류를 계속 범하고 있지만 그 상태를 설명할 수 없는 라엘의 상황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계속 재채기를 하는 라엘은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비염도 알레르기도 아니다. 라엘은 수업 시간이랑 독서실에서만 그렇다고 설명한다. 의사는 귀신이 붙어서 그런 것 같다는 생뚱맞은 설명을 하며 처방전 대신 부적을 추천한다. 창밖에서는 사법시험 폐지로 시위하는 학생들의 고함소리가 들린다. 의사는 카지노에서 올인하는 사람들의 광기 어린 눈빛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무언가에 올인 하는 것, 인생에 있어서도 앞도 뒤도 없이 하나만 바라보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들려 주려는 것이다.

 

독서실에 돌아오자 병원에서는 나지 않던 재채기가 다시 나기 시작한다. 책상 위에는 다른 학생들이 붙여 놓고 간 포스트잇이 여러 장 붙어 있다. 독서실 전세 냈냐는 둥, 그럴 거면 집에 가라는 둥, 그들은 모두 날이 설대로 서 있다. 라엘은 서둘러 짐을 챙겨 나온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길에는 망가진 우산이 나뒹군다. 라엘은 망가진 우산을 집어쓰고서 집으로 돌아온다.

웨이브 / 왓챠 / 혜옥이

 

두 발이 모두 축축하게 젖어 버렸다. 라엘의 기분도 눅눅하다. 엄마는 최후의 수단을 쓴다. 라엘의 이름을 개명하기로 한 것이다. 라엘은 본래 기독교 이름인데 엄마는 딸의 합격이라면 물불 안 가린다. 새로 받아 온 이름은 ‘이혜옥'으로 스님이 지어준 이름이다. 그렇게 라엘은 헤옥이가 된다.

 

인강을 듣던 혜옥은 과거 자신에게 매몰비용에 대해서 묻던 선생이 다시 매몰비용에 대해서 설명하는 부분을 듣게 된다. 그런데 갑자기 선생이 매몰비용의 예시로 혜옥을 들먹인다. 너희들도 아니다 싶으면 그 학생처럼 짐 싸서 나가라고 당장 나가라고 한다. 그의 말에 발끈 한 혜옥은 포기하고 싶지 않은 생각이 든다. 다시 한번 힘을 내본다.

웨이브 / 왓챠 / 혜옥이

 

머리도 단발로 싹둑 자르고 최선을 다해 공부한다. 헤옥은 드디어 이름이 개명돼서 주민등록증도 바꾼다. 혜옥은 라엘 시절의 주민등록증을 간직한다. 혜옥의 주민등록증은 서랍 안에 넣어둔다. 혜옥이 드디어 2차 시험을 다시 보러 가는 날 아침, 혜옥은 의지를 다진다. 시험이 시작되고 쭉쭉 문제를 풀어나가는 혜옥의 상태는 좋아 보인다. 감독관이 한 명씩 신분증 검사를 하기 시작했다. 라엘의 차례가 되자 감독관이 라엘에게 갑자기 이름을 묻는다. ‘라엘'이라고 답한 혜옥을 보며 어리둥절해 하며 ‘이혜옥'이 아니냐고 묻는 감독관에 라엘은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든다. 자신이 들고 온 신분증은 ‘라엘'의 것이고 ‘혜옥’의 신분증은 아직 서랍 안에 있다. 감독관은 다른 감독관과 상의를 하러 가고 혜옥은 다시 문제를 풀어 보려고 하지만 머릿속이 깜깜하다.

웨이브 / 왓챠 / 혜옥이

 

혜옥은 엄마에게 2차 시험에 붙었다는 거짓말을 한다. 혜옥의 눈에서 눈물이 멈추지 않고 흐른다. 선풍기 바람에 창문에 붙인 수많은 포스트잇이 나부낀다. 수많은 다짐들이 흔들린다. 혜옥은 문 앞에 엄마가 붙여 둔 커다랗게 쓰인 이헤옥이란 글자를 떼어내 거칠게 찢는다. 포스트잇도 손에 잡히는 대로 잡아 뜯는다. 포스트잇이 색색이 공중에서 떨어진다.

 

혜옥은 공부를 포기했다. 이제 다 그만두고 취업을 준비하고 싶다. 엄마에게는 아직 말하지 못했다. 일단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지내고 있다. 헤옥이 일하는 가게는 ‘프리미엄 한돈'을 무한리필 해주는 가게다. 한 손님이 고기가 프리미엄 한돈이 아닌 것 같다며 재차 다시 내올 것을 요구한다. 손님은 내오는 족족 쓰레기통에 고기를 버린다. 손님이 쓰레기통에 버린 고기를 가져다 주방의 쓰레기통에 버리자 사장이 다시 주우라고 명령한다. 고기를 다시 줍는 혜옥은 그 안에서 포장지를 발견하고 고기가 한돈이 아닌 칠레산 돼지고기임을 발견한다. 

혜옥은 사장 몰래 냉장고의 자물쇠를 풀어 그 안을 들여다보고 놀란다. 혜옥은 화가 나 손님이 버린 고기를 모아 음식 쓰레기통에 던져 넣는다. 이에 또 화를 내며 음식 쓰레기통의 고기를 주워 물에 씻은 뒤 음식을 만드는 사장을 보며 혜옥은 참을 수 없는 화를 느낀다. 사장이 만들고 있는 음식은 실은 혜옥의 엄마가 혜옥에게 주려고 포장해 가려던 것이다. 혜옥의 엄마는 자신의 딸이 지금 그 주방에서 설거지 중이란 사실을 까맣게 모른다. 

웨이브 / 왓챠 / 혜옥이웨이브 / 왓챠 / 혜옥이

 

계속해서 혜옥을 다그치며 네가 그러니까 행시에서 떨어진 거라는 막말까지 퍼붓는 사장에게 혜옥은 드디어 폭발한다. 최고도 아닌데 왜 최고라고 속이냐며 적당히 욕심내라며 소리친다. 그 말은 자신과 자신의 엄마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주방 안에서 익숙한 목소리를 들은 혜옥의 엄마는 주방 안을 들여다보고 그 안에서 혜옥과 마주친다. 

 

<혜옥이>의 박정환 감독은 라엘과 같은 경험이 있는 관객이 이 영화를 보고 다시 한 번 아파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어느 누군가에게 이 영화는 너무 아파서 보기조차 싫은 영화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한때는 인생을 하나의 성공 모델로만 바라본 적이 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좀 더 나이가 드니 인생은 그저 한 번 살아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에는 매몰비용이란 건 없는 것이다. 살아온 날들 모두가 제대로 내 인생인 것이다. <혜옥이>를 본 사람들이 부디 아픔이 아니라 위로를 얻었으면 좋겠다.

 

사진 출처_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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