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린은 빈 집에서 홀로 밤을 보낸다. 그녀는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 다음 날, 한 커플이 그녀에게 집안에서 무언가를 느꼈는지 묻는다. 모린은 무언가를 느꼈지만 멀게 느껴졌다고 말한다. 커플은 모린이 밤을 지새운 그 집을 사려고 한다. 사기 전에 그 집안에 자신들 외에 다른 존재는 없는지 확실히 하고 싶다. 정작 가장 확실히 하고 싶은 사람은 따로 있다. 모린은 벌써 3개월째 기다리고 있다. 혹시 그곳에 있을지도 모를 죽은 쌍둥이 오빠 루이스의 존재를.
<퍼스널 쇼퍼>기본정보
감독: 올리비아 아시야스
출연: 크리스틴 스튜어트, 라르스 아이딩어, 노라 본 발드스타텐, 앤더스 다니엘슨, 시그리드 부아지즈
개봉: 2017.2
러닝타임: 105분
OTT: 티빙 / 웨이브 / 넷플릭스
<퍼스널 쇼퍼> 줄거리, 결말, 해석
모린의 쌍둥이 오빠인 루이스는 얼마 전 심장마비로 죽었다. 두 사람은 똑같은 심장 기형을 가지고 있다. 모린과 루이스는 영매다. 둘은 루이스가 죽기 전, 먼저 죽은 사람이 사후세계에 가면 신호를 보내주기로 약속했다. 빈집은 루이스와 그의 연인 라라가 함께 살던 집이다. 라라는 루이스를 잊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그 집을 팔려고 한다. 모린이 루이스의 영혼과 교감하기 위해 밤을 보내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그러나 벽에 전에 없던 십자가 모양의 흔적을 찾는다.
커플의 요청으로 모린은 다시 한번 루이스의 옛집에서 하룻밤을 보낸다. 밤이 깊어지고 집 안 어딘가에서 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모린이 찾아가 보니 수돗물이 약하게 틀어져 있다. 모린은 사후세계와 영혼의 존재를 믿지만 루이스만큼은 아니었다. 모린은 더 확실한 신호가 필요하다. 모린이 루이스를 향해 사인을 더 보여 달라고 외치자 욕조의 물이 콸콸 흐르기 시작한다. 곧이어 그녀 앞에 루이스가 아닌 한 여인의 영혼이 모습을 드러낸다. 영혼은 모린의 앞에서 심령체를 뱉어내고 사라지고 모린은 자신이 그림을 그리던 테이블에 십자가 표시가 난 것을 발견한다.
모린은 지금 프랑스에서 살고 있다. 그녀의 직업은 퍼스널 쇼퍼다. 퍼스널 쇼퍼는 돈 많고 바쁜 사람들을 대신해 옷이나 액세서리를 대신 쇼핑해주는 일종의 코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뜻한다. 그녀의 고용주는 키라라는 프랑스의 유명인이다. 모린은 그녀를 위해 각종 고급 브랜드의 옷과 신발, 가방, 화려한 액세서리 등을 대신 쇼핑해 준다. 모린은 자신의 직업을 좋아하지 않는다. 비싸고 화려한 옷에 둘러싸여 있지만 인성은 '몬스터'라고 불리는 고용주가 속한 화려한 그들만의 세상도 경멸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그들과 자신을 비교하고 동경하는 마음도 가지고 있다. 키라의 불륜 상대인 잉고라는 남자가 보그에 자리를 내어주겠다고 말하지만 모린은 자유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한다.
키라의 옷을 픽업할 때면 한 번쯤 자신도 입어보고 싶은 욕망이 인다. 하지만 그런 행동을 키라는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숍의 직원인 빈센트가 구두를 신어볼 것을 제안하고 모린은 키라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한 뒤 금기를 깬다. 자신의 낡은 신발은 벗어둔 채 높은 구두를 신고 한번 걸어보는 모린의 마음에 욕망이 자라난다.
모린은 키라를 대신해서 런던으로 옷을 픽업하러 가게 된다. 런던으로 향하는 길 그녀는 "unknown"(발신자 표시 제한)으로 된 의문의 문자를 받게 된다. 모린은 문자를 보내다가 혹시 이 문자가 루이스에게서 온 문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모린은 상대에게 누구냐고 묻지만 상대는 알려주지 않는다. 마치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듯 다 알고 있는 상대는 모린과 게임을 하듯 문자를 주고받는다. 모린은 휴대폰을 비행기 모드로 전환하고 무시해 보려고도 하지만 루이스로부터의 메시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문자를 주고받는 걸 멈출 수 없다.
모린이 메시지 때문에 한참 혼란스러워하고 있을 때 "unknown"으로부터 전화가 오지만 받고 보니 싱겁게도 그건 그저 키라로부터의 전화였다. 여기서 영화를 보는 사람은 익명의 메시지가 유령의 존재는 아닐지도 모른다고 한 번 의심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모린도 보는 사람도 루이스일지도 모른다는 여지를 남겨둔 채 영화는 흘러간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메시지는 점점 모린에게 금기와 두려움을 깨도록 몰아간다. 모린에게 금기는 자신의 고용주의 옷을 입어보는 것이다. 키라가 금지해 놓은 그 세계로 발을 들여보는 것이 모린에게는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다. 런던에서 돌아온 모린은 키라의 빈집에서 영국에서 가지고 온 옷을 입어 본다. 키라의 속옷을 입고 키라의 옷과 구두를 신고 키라의 침대에서 잠이 든다. 그 사이 메시지는 계속 모린을 몰로 가며 영화를 보는 사람에게도 긴장감을 준다.
모린이 집으로 와서 우편함을 열어보니 호텔의 방 넘버를 적은 쪽지와 카드 키가 들어있다. 모린은 키라의 옷을 입고 호텔로 향한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고 호텔 프런트로 내려와 자신의 방인 724호을 누가 예약했는지 묻는데 예약자의 이름은 자신으로 되어있다. 결제는 현금으로 선결제 되어 있어 카드 정보도 알 수 없다. 그녀는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 채 호텔을 나선다.
모린은 키라에게 줄 까르티에 보석을 쇼핑한다. 화려한 보석들을 구매하는 그녀의 눈빛이 불안하다. 그녀는 이제 점점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쇼핑하듯 키라의 물건을 고른다. 보석을 가지고 키라의 집으로 간 모린은 키라가 보이지 않자 그녀의 방으로 가보고 그곳에서 피로 흥건하게 젖은 침대를 발견한다. 놀란 모린이 조심스레 화장실 문을 열어보자 그 안에 키라가 피를 흘리고 죽어있다. 모린은 거실로 나와 당황하고 있을 때 방 안쪽에서 무언가 소리가 들려온다. 모린은 놀라 서둘러 집 밖으로 나온다.
모린은 경찰에 신고하고 조사를 받게 된다. 그때 익명의 메시지가 다시 모린에게 문자를 보내기 시작하는데 자신과의 문자에 대해서 경찰에 얘기했느냐고 추궁을 한다. 만일 문자가 루이스가 사후세계로부터 보낸 문자라면 그런 질문은 필요 없을 것이다. 문자가 루이스가 아니라는 걸 깨달은 모린은 남자친구인 게리에게 전화해 그가 있는 오만으로 가겠다고 한다. 모린이 휴대폰의 와이파이를 다시 켜자 문자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문자는 모린이 사는 집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한다. 조심스럽게 문으로 다가간 모린은 메일함에서 또 다른 호텔로 오라는 쪽지와 카드 키를 받는다.
익명의 메시지가 더 이상 루이스가 아니라고 확신한 모린은 핸드폰의 유심칩을 바꾼다. 호텔로 그녀가 찾아갔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고 방 문쪽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영화는 블랙아웃되고 빈 엘리베이터가 닫혔다 로비에서 열리고 로비의 자동문이 열리는 장면을 보여준다. 마치 유령이 빠져나가는 장면인 듯하다. 모린이 호텔을 나가고 뒤이어 키라의 불륜남인 잉고가 호텔에 등장했다가 경찰에 체포된다. 이로써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잉고고 자신이 키라를 죽인 죄를 키라의 집을 드나드는 모린에게 덮어 씌우기 위해서 교묘하게 그녀를 심리적으로 몰아갔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라라의 집, 모린은 더 이상 사후세계니 루이스의 존재에 집착하지 않고 게리가 있는 오만으로 떠나려고 한다. 오빠의 전 연인인 라라에게도 어윈이라는 새로운 연인이 생겼다. 어윈은 루이스의 전 직장동료다. 모린은 그와 루이스에 대한 대화를 나누고 어윈이 먼저 자리를 뜬다. 마당에 홀로 남아 있는 모린의 뒤로 남자의 유령이 모습을 나타내고 이내 남자의 형체는 사라지고 남자가 들고 있던 유리컵만 허공을 떠다니다 바닥에 떨어져 깨지게 된다. 이때 모린은 유령을 등지고 있고 오직 영화를 보는 시점에서만 유령의 존재를 알 수 있다.
라라의 집에 있는 모린을 바라보는 남자 유령이라면 충분히 그가 죽은 루이스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유령은 모린이 목격한 것이 아닌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목격하게 되면서 객관성을 띠게 된다. 영화는 사후 세계와 루이스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루이스의 사인을 찾아 헤매던 모린은 더는 루이스나 사후세계의 존재를 믿으려 하지 않고 대수롭지 않은 일로 넘겨 버린다.
오만으로 간 모린은 게리가 남겨놓은 쪽지 하나를 보고 그가 오라고 한 장소로 간다. 이 영화 안에서 모린은 계속 수동적 자세를 취한다. 퍼스널 쇼퍼의 일이란 것도 고용주의 니즈에 맞춰 옷을 가져다주는 일이고 익명의 메시지에 의해 행동을 조정 당하는 것과 죽은 루이스의 영혼의 사인을 무작정 기다리는 일도 모두 수동적인 일이다. 게리의 쪽지를 보고 그가 오라는 대로 움직이는 모습 또한 그렇다. 모린은 게리가 말해준 장소에 도착해 짐을 내려놓는데 안쪽에서 소리를 듣는다. 문을 열어보니 허공에 유리컵 하나가 홀로 떠 있다.
모린은 처음엔 누구냐고 묻다가 루이스냐고 묻는다. 어떤 존재는 쿵 하는 소리를 내는 방식으로 모린과 소통한다. 하지만 모린이 "편안하니?"라고 물어도 쿵, "불안하니?"라고 물어도 쿵 소리를 낼 뿐이다. 모린은 잠시 생각에 잠긴 뒤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아니면 그저 내 상상인 거야?"라고 묻자 쿵 소리가 난다. 영화는 유령의 존재, 루이스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결국에는 모린이 보았던 사인 같은 것들은 그저 그녀의 망상이었다는 혼란스러운 결론으로 마무리가 된다. 하지만 결국 모든 게 모린의 망상이라면 모린은 영화의 마지막에서야 비로소 주체적인 존재가 되는 것이다.
영화<퍼스널 쇼퍼>는 손에 잘 잡히는 쉬운 이야기가 아니다. 모린이 사인을 찾아 헤매는 영화를 보는 관객도 사인을 잘 찾아 헤매어야 한다. 혼란스러운 결론만큼 보는 사람을 계속 혼란 속으로 집어넣는 영화다. 이 영화는 '혼란'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혼란스러운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영화에서는 퍼스널 쇼퍼로서의 모린의 삶과 잉고의 범죄, 루이스를 찾는 모린이 세 가지의 이야기가 긴밀하고도 기묘하게 엮여서 돌아간다. 여러 가지 해석을 붙여보는 것도 이 영화를 보는 재미일 것이다.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팬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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