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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큐어> 줄거리, 결말, 해석,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스릴러

by 영화로운_ 2023.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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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 사건이 일어난 호텔 방 안 한 여자가 침대 위에서 피범벅이 된 채 누워 있다. 여자의 몸에는 특이하게도 목에서 가슴까지 엑스 형태로 그은 자국이 있다. 벌써 세 건이나 같은 사건이 발생했다. 피가 흥건한 욕실 안쪽 구석에 범인의 옷이 가지런히 개어져 있다. 재킷의 주머니에는 지갑까지 그대로다. 지갑을 열어보니 신분증이 나온다. 범인의 이름은 쿠와노. 그렇다면 그는 알몸으로 도망갔다는 뜻이다. 복도를 지나던 경찰 타카베가 소화전을 열어보니 그 안에 공포에 질린 채 웅크리고 있는 쿠와노가 있다.

큐어- 구로사와 기요시

<큐어> 기본정보

감독: 구로사와 기요시
출연:야쿠쇼 코지, 하기와라 마사토, 우지키 츠요시, 나카가와 안나
개봉: 2022.7
러닝타임: 111분
ott: 웨이브 / 왓챠

 

 

<큐어> 줄거리, 결말, 해석

 

경찰은 이전에 일어난 세 건의 살인 사건을 외부에 알린 적이 없다. 그렇다면 연쇄 살인 사건이란 말인가? 하지만 사건의 범인들은 제각각이다. 접점은 목부터 가슴까지 엑스 형태를 그리는 살인의 수법뿐, 그 외에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럼 범인들은 어떻게 서로 살인 수법을 공유하게 된 걸까? 무엇에 홀리기라도 한 걸까? 타카베의 머리가 어지럽다. 

 

시라사토 해안, 초등학교 교사인 하나오카는 바다를 바라보며 홀로 앉아 있다. 그때 한 사내가 와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묻는다. 하나오카는 시라사토 해안이라고 답해 주지만 사내는 곧 그 기억을 잊고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사내는 자신이 어디서 왔는지 누구인지도 모른다. 하나오카는 그런 그를 홀로 내버려 둘 수 없어 집으로 데리고 온다. 

 

하나오카가 마미야의 옷을 살펴보니 그곳에 세탁소에서 붙여준 듯한 '마미야'라는 글자가 적힌 종이가 붙어 있다. 하나오카는 아마 당신은 마미야일 것이라고 말해준다. 하지만 마미야는 계속 기억의 혼란을 겪고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그러다 문득 하나오카에게 부인의 이야기를 해달라고 말한다. 

 

이번엔 초등학교 교사의 아내가 같은 수법으로 살해되었다. 범인은 마미야를 집으로 데리고 왔던 하나오카다. 정신과 의사인 사쿠마는 그는 정신 이상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하나오카는 자신이 왜 범행을 저질렀는지 알 수 없다. 괴로워하는 하나오카를 강하게 추궁하는 타카베에게 사쿠마는 타인의 마음을 너무 파고들지 말라고 경고한다.

어느 날, 마미야는 옥상에서 떨어지게 되고 이를 발견한 경찰이 파출소로 데리고 간다. 마미야는 다행히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누구인지 이곳이 뭐 하는 곳인지도 모르는 눈치다. 경찰이 아무리 파출소라고 말해줘도 금방 잊고 자신이 어디에 있느냐고 되묻는다. 마미야는 담배를 피워도 되느냐고 물어보고 경찰은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는 마미야에게 피워도 된다고 허락해 준다. 담배를 피우던 마미야는 책상 위에 엎드려 라이터의 불을 켜고 경찰에게 당신의 이야기가 듣고 싶다고 말한다.

 

타카베는 어떻게 서로 연관이 없는 범인들이 동일 수법으로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지 궁금하다. 그러던 중 최면술에 대해서 떠올리고 사쿠마에게 가능성에 대해 묻지만 사쿠마는 최면에 걸려도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윤리관은 바꿀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니까, 최면에 걸려 살인을 저지른다면 이미 그 사람 안에 폭력성이 내재되어 있다는 의미다.

 

마미야를 만나고 난 뒤, 파출소의 경찰인 오이다는 동료를 총으로 쏴서 죽이고 목에 엑스를 그린다. 오이다는 경찰에 잡혀 와 그저 미워서 죽였을 뿐이라고 진술한다. 타카베는 라이트를 이용해 최면술을 써서 오이다의 진술을 이끌어 내려고 하지만 오이다는 마미야를 만난 사실을 감쪽같이 기억하지 못한다. 오이다를 몰아붙이는 타카베를 동료가 말리고 오이다는 물을 마시겠다고 하더니 옆의 막대를 가져와 경찰의 몸에 엑스를 긋는 시늉을 한다. 오이다는 왜 자신이 그런 행동을 하는지 영문을 모르고 혼란스러워한다.

큐어- 구로사와 기요시큐어- 구로사와 기요시

한편 마미야는 옥상에서 떨어질 때 다친 발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을 찾고 그곳에서 한 여의사를 만난다. 치료를 받던 마미야는 담배를 피우고 싶다고 하지만 의사는 병원에서는 금연이라고 말한다. 그러자 마미야는 대신 물을 마시겠다고 하며 컵에 물을 가득 받는다. 마미야는 의사를 향해 "내 얘기 들어줄래?"라고 말하더니 컵의 물을 쏟고 그녀 쪽으로 흘러가는 물을 의사는 멍한 눈으로 바라본다.

 

마미야는 의사가 여자이기 때문에 당했을 부당함에 대해서 말해주면서 그녀 안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드러나게 한다. 의사는 곧 어느 공용 화장실에서 사람을 죽이고 만다. 사건들의 접점에 마미야가 있다는 걸 알게 된 타카베는 마미야를 쫓고 마미야는 경찰에 잡혀 오게 된다. 타카베는 그동안 사람들을 살해한 범인들의 사진을 보여주지만 마미야는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하나오카의 집에서 마미야의 지문이 발견되었다고 말해도 마미야는 동요하지 않는다.

 

타카베의 아내는 정신병을 앓고 있다. 그녀는 세탁물도 들어있지 않은 세탁기를 매일 돌리고 집을 나서면 길을 잃기 일쑤다. 밖에서는 범인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면서 집에서는 아픈 아내를 홀로 돌보는 타카베의 마음은 지칠 대로 지쳐있다. 타카베는 아내에게 시간을 내어 여행을 가자고 제안하지만 타카베도 아내도 여행을 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경찰에서는 강제적으로 마미야의 몸수색을 한다. 마미야에게는 커다란 화상 흉터가 있다. 타카베는 마미야의 집을 찾아내 그의 집을 조사한다. 그의 집 안은 온갖 정신 병리학 책이나 심리학 책이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최면술에 관한 책들이 타카베의 눈을 사로잡는다. 마미야는 무사시노 대학 재학 시절 최면술에 관한 논문을 쓰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마미야 쿠니히코 3년 전까지 무사시노 대학 의대 정신과의 학생이었다. 그는 반년 전, 행방의 묘연해졌다.

타카베가 집에 돌아와 보니, 아내가 거실 한가운데서 목을 매고 죽어 있다. 타카베는 너무 놀라 차마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괴로워하고 있는데 곧 그것이 환영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눈앞에 멀쩡히 살아있는 아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마미야는 정신 병동에 갇혀 있다. 그는 타카베를 만날 때마다 아내에 대한 그의 마음을 계속 건드린다. 하지만 타카베는 마미야가 최면술을 쓴다는 걸 알고 있고 쉽게 넘어가려 하지 않는다.

 

타카베는 결국 일이 해결될 때까지 아내를 병원에 입원시키기로 한다. 타카베는 사쿠마를 만나러 가서 비디오를 하나 보게 된다. 오래된 최면 치료 영상으로 그 안에는 최면을 거는 남자가 엑스를 그리는 모습이 담겨 있다. 그리고 최면을 받았던 그녀가 그 이후 자신의 아들을 살해했는데 목부터 가슴까지 엑스 형태로 그은 현재와 동일한 방법으로 살인을 했다는 걸 알게 된다.

 

사쿠마는 마미야를 어떤 의식을 퍼뜨리기 위한 전도사 같다고 말한다. 그런 그의 방에 크게 엑스 표시가 그려져 있다. 타카베가 마미야를 만났느냐고 묻지만 사쿠마는 부정한다. 하지만 이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사쿠마는 머지않아 자신의 몸에 엑스를 그리고 자살하게 된다. 그 사이 마미야는 정신 병동에서 탈출해 사라진다.

 

타카베는 마미야를 찾아 외딴곳에 있는 낡은 헛간 같은 곳을 찾아간다. 아주 옛날, 정신 병원으로 쓰였을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헛간에서 타카베가 앉아 있을 때 마미야가 모습을 드러낸다. 마미야는 타카베가 의식의 이끌림대로 이곳에 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타카베는 마미야를 총으로 쏜다. 총을 맞고 쓰러진 마미야에게 가서 모두 기억이 났느냐고 묻자 그는 그렇다고 말하고 타카베는 총으로 여러 번 그를 쏘아 죽인다.

 

병원의 안쪽 낡은 레코드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칼을 들고 치유하라" 타카베의 아내는 그에 의해 살해된다. 목에는 엑스가 그어져 있다. 아내를 살해하고 타카네는 후련한 표정으로 자주 가는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커피를 주문한다. 그의 얼굴이 즐거워 보인다. 그의 음식을 서빙하던 여직원이 곧 칼 하나를 집어 들고 주방 쪽을 향해 간다.

<큐어> 해석

영화 초반에 '최면에 걸려도 사람의 윤리관은 변하지 않는다.'라는 대사가 나온다. 최면을 걸어 살인을 유도하는 건 마미야지만 최면에 걸린 사람의 살인에 대한 윤리관을 변화 시킬 수 없다. 이미 사람들 안에 내재되어 있는 불안과 분노 누군가를 향한 폭력성을 끄집어낼 뿐이다. 타카베는 다른 사람과 달리 마미야의 최면에 걸리지 않으면서 그의 흥미의 대상이 되지만 결국에는 마미야의 대체품이 되고 만다. 그 의미는 이런 살인이 멈추지 않고 계속되리라는 공포의 암시다. 마미야는 계속해서 "당신은 누구인가?"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줘."라고 묻는다. 그 이유는 살인에 대한 충동은 마미야가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 저지르는 사람이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미야는 상대에게 계속 "네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 알려줄게"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아내의 간병에 지쳐가던 타카베가 아내가 자살하는 환영을 보고 끝내 아내를 살해하고 처음으로 행복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그 안에 이미 내재되어 있던 아내를 향한 괴로움의 발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미야가 나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누구나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분노를 안고 살아간다. 사회라는 울타리 안에 사는 인간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을 이성적으로 조절하고 판단하고 인내하는 일이다. 단순히 자신의 호기심을 위해 인간의 분노 버튼을 마구 누르고 다니는 마미야의 행동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영화 <큐어>는 보고 나면 계속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다. 하지만 정작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그저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했을 뿐 특별히 사회적인 의미를 담으려고 한 건 아니라고 밝힌 바가 있다고 한다. 하나의 훌륭한 스릴러 영화로 즐겨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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