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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아무르> 줄거리, 결말, 해석

by 영화로운_ 2023.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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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하다 갑자기 인형이 된 듯 멈춘 아내, 안느의 모습을 보고 남편 조르주는 당황한다. 조르주는 얼른 리넨에 차가운 물을 묻혀 와서 안느의 얼굴이며 목을 닦아 주지만 그녀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급한 마음에 수도꼭지도 채 잠그지 않은 채로 조르주가 이웃에게 도움을 청하기 위해 옷을 갈아입고 있는데 주방에서 수도를 잠그는 소리가 들린다. 조르주가 주방으로 가보니 안느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그를 바라본다.

아무르

<아무르> 기본정보

감독: 미카엘 하네케
출연: 장 루이 트린티냥, 엠마누엘 리바. 이자벨 위페르, 알렉상드르 타로
개봉: 2012
러닝타임:127분
ott: 티빙 웨이브/ 왓챠 / 넷플릭스

 

<아무르> 줄거리, 결말, 해석

 

조르주가 방금 전의 상황을 설명해 보지만 안느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대수롭지 않게 차를 따르는데 차는 컵을 지나 컵 받침으로 모두 흘러내리고 만다. 안느는 경동맥이 막혀 오른쪽에 마비가 왔고 수술을 받았지만 성공적이지 못했다. 오랜만에 집으로 돌아온 안느는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되었고 그녀의 침실에는 환자용 침대가 놓이게 된다.

아무르

안느는 집으로 돌아오는 날, 남편인 조르주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한다. 그녀는 남편에게 절대로 다시는 병원에 입원하고 싶지 않다는 뜻을 전하고 그날부터 조르주의 본격적인 간병이 시작된다. 처음 안느가 집에 왔을 때는 오른쪽을 쓸 수 없다는 것 외에는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그녀는 조르주에게도 한사코 혼자 있을 수 있다고 하기도 하고 서로에게 죄책감 가지지 말자고 말하기도 한다. 

 

조르주가 외출해서 돌아와 보니 비가 들이치는 창가에 안느가 휠체어 밖으로 나와 바닥에 앉아 있다. 그가 없는 동안 혼자의 힘으로 열려 있던 창문을 닫으려던 안느가 휠체어에서 떨어진 것이다. 조르주는 안느를 얼른 안아 일으켜 보지만 안느의 표정은 전과 같지 않다. 안느는 비로소 자신이 혼자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깨닫고 자괴감을 느낀다.

안느는 점점 자신의 존재 가치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고 서로에게 죄책감을 갖지 말자던 애초의 당당한 태도에서 벗어나 미안하다는 말을 반복해서 하게 된다. 그녀는 자신이 살아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해 괴로워한다. 병은 너무도 쉽게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다. 그녀는 피아니스트인 알렉상드르가 집을 방문했을 때 그가 그녀의 상태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려 하자 말을 돌리고 만다. 안느는 타인에게 환자가 아닌 예전의 자신의 모습 그대로 비치고 싶지만 쉽지 않다.

 

조르주는 몸이 불편한 안느를 정성껏 돌본다. 음식을 썰어주고 머리를 감겨주는 작은 일부터 욕창이 생기지 않게 돌보는 일처럼 힘이 드는 일까지 온종일 옆에 붙어 아내를 돌본다. 온전한 사랑으로 아내를 돌보는 조르주의 마음도 점점 지쳐가고 밤에 악몽을 꾸기도 한다. 안느는 식사를 하다 말고 남편에게 사진 앨범을 찾아다 달라고 부탁한다. 그녀는 과거 그녀가 젊고 건강했던 시절의 사진들을 보면서 인생이 참 길다고 회상한다. 

점점 상태가 악화되던 안느는 어느 날 침대에 소변을 보고 만다. 그녀는 점점 말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정신마저 온전치 못한 상태가 지속되기도 한다. 조르주는 그런 아내에게 점점 식사를 챙겨주는 일도 매일 기저귀를 갈아주는 일도 버겁다. 노부부인 안느와 조르주, 노인이 노인을 간병하는 상황은 결단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정신이 오락 가락 하는 날이면 헛소리를 하기도 하며 아프다는 말을 반복하는 아내에게 조르주가 해줄 수 있는 건 손을 쓰다듬어 주는 일이 거의 전부다. 

 

함께 살지 않는 자녀들은, 특히 딸인 에바는 그들을 자주 방문해서 아버지가 어머니를 어떻게 간병하고 있는지 감시 아닌 감시를 한다. 딸인 에바는 자신은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면서 아버지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고 그럴 때마다 조르주의 마음은 지쳐간다. 아내를 제대로 돌보기 위해 고용한 간호사 중 한 명은 안느에게 불편을 줘서 해고하고 만다. 안느는 죽고 싶은 마음이 든다. 물조차 마시려 들지 않아서 조르주는 매번 그녀와 힘겨루기를 해야 한다. 

아무르

영화 <아무르>에서 집 안으로 비둘기가 들어오는 장면이 등장한다. 비둘기는 예로부터 소식을 전해주는 동물이다. 안느와 조르주가 낮 시간을 함께 보내는 서재에도 새의 그림이 걸려 있다. 비둘기는 영화 속에서 "죽음"을 상징한다. 그들의 서재에 이미 새의 그림이 있는 건 그들의 집에 이미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는 걸 의미한다. 새는 이미 나쁜 소식을 들고 집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첫 번째 비둘기가 집 안으로 들어왔을 때 조르주는 새를 창밖으로 내쫓는다. 아직은 조르주에게 안느를 간병할 힘과 의지가 남아있고 죽음을 받아들일 때가 아니라는 상징적 행동이다.

 

안느와 조르주의 감정은 날이 갈수록 바스러져 간다. 조르주는 안느에게 억지로라도 물을 마시게 해보려고 노력하지만 안느가 이를 뱉어 버리자 조르주는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는 안느의 뺨을 때리고 만다. 뺨을 맞고도 그저 눈을 깜빡이며 놀라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안느와 몸은 멀쩡해도 마음이 망가져가는 자신을 바라봐야 하는 조르주 두 사람 모두에게 비참한 순간이다.

 

에바가 집에 찾아오자 조르주는 문을 열기 전 침실의 문을 먼저 잠근다. 딸이 자신에게 안느의 간병에 대한 훈계를 늘어놓으러 달려온다고 느낀 조르주는 에바의 방문이 반갑지만은 않다. 에바는 침실이 잠겨 있는 것을 확인하고 아버지에게 따지고 조르주는 딸에게 문을 열어준다. 안느의 정신은 혼미한 상태고 아프다는 말만을 반복한다. 그런 어머니의 얼굴을 에바가 쓰다듬자 안느는 어쩐 일인지 괴로워한다. 

에바가 돌아가고 나서도 계속 고통을 호소하는 아내에게 조르주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손을 쓰다듬으며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일뿐이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안느는 점점 안정을 찾아가고 잠이 오는지 스르륵 눈을 감는다. 그때 조르주는 베개로 안느의 얼굴을 누른다. 숨이 막혀오는 안느가 거의 움직이지 못하는 몸을 부르르 떨다 이내 잠잠 해진다.

 

조르주는 밖으로 나가 꽃을 사와 안느의 시신 옆에 장식을 한다. 그리고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조르주가 아마도 유서일 편지를 쓰고 있을 때 다시 한번 비둘기가 집 안으로 들어온다. 조르주는 이번에는 내쫓지 않고 방에서 담요를 가져와 비둘기를 잡는다. 담요에 싸인 비둘기를 조르주는 마치 아기인 양 소중히 품에 안는다. 그는 이제 죽음을 받아들이고 있다.

 

마저 편지를 쓰던 조르주의 귀에 주방에서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그가 주방으로 가보니 안느가 건강한 모습으로 그릇을 삶고 있다. 그녀는 다 되었다며 조르주에게 먼저 나가 신발을 신으라고 말하고 곧 따라나선다. 조르주는 현관으로 나가 신발을 갈아 신고 안느가 나와 외투를 입는다. 둘은 함께 밖으로 나간다. 조르주가 나가고 얼마쯤 시간이 지나 에바가 집을 찾아온다. 비어 있는 집에 에바가 홀로 앉아 있다. 조르주는 사랑하는 안느와 함께 떠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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