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면대에서 속옷을 빨고 있는 이정 옆에서 소변을 보며 통화를 하던 엄마 수경은 입고 있던 속옷을 벗어 세면대 위에 아무렇게나 던져 놓고 방금 빤 젖어있는 속옷을 그대로 입고 집을 나선다. 쑥 좌훈방에서 일하는 수경은 출근하자마자 난롯불에 치마를 들어 올리고 속옷을 말리기 시작한다. 이정은 생리가 시작되고 배가 아프자 엄마에게 카톡을 보내 타이레놀을 사다 줄 것을 부탁한다.
<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기본정보
감독: 김세인
출연: 임지호, 양말복, 정보람, 양홍주
개봉: 2022
러닝타임: 140분
ott: 티빙 / 웨이브 / 왓챠
<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줄거리, 결말, 리뷰
이정이 보낸 카톡은 제대로 보지도 않고 친구들과 술자리를 하고 집에 들어온 엄마는 아파서 누워있는 이정보다 집 안에 온통 켜져 있는 불이 먼저 눈에 띈다. 이정은 타이레놀을 사 왔느냐고 묻지만 수경은 이정이 카톡을 보냈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마트에 함께 간 이정과 수경은 무슨 일 때문인지 싸우게 되고 수경은 이정을 두고 먼저 나와 차에 탄다.
수경을 따라 나와 함께 차에 탄 이정이 분을 삭이지 못하고 씩씩거리자 수경은 화가 나 이정을 인정사정없이 때리게 되고 참다못한 이정이 차 밖으로 나간다. 그때 수경은 차의 시동을 걸고 출발을 하려고 하는데 갑자기 차 앞에 있던 자신의 딸을 덮쳐 버리는 사고를 일으키고 만다. 보험사에서 사람이 나오고 급발진이라고 주장하는 수경을 두고 보험사 직원은 이정에게 대인사고 합의서를 내민다.
이정은 엄마가 자신을 일부러 차로 치었다고 생각하고 합의서에 서명을 하지 않고 병원에 입원한다. 병원에 있는 이정에게 다시 보험사 직원이 찾아와 합의서를 내밀지만 이정은 거부하고 밖으로 나가 버린다. 수경은 이정이 돌아오지 않자 자기 마음대로 합의서에 이정의 이름을 적는다. 이정은 엄마에게 잘못했다고 인정하라는 문자를 보내지만 수경은 딸의 카톡에 대답조차 하지 않고 퇴원을 하는데도 와보지도 않는다.
집으로 돌아온 이정이 손톱 밑의 거스러미를 자르기 위해 손톱깎이를 찾다 엄마의 화장대 위에서 자신의 오랜 전에 보낸 편지가 뜯지도 않은 채 방치되어 있을 것을 발견한다. 자동차 정비소에서는 차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진단이 나오고 엄마가 일부러 자신을 죽이려 했다고 생각하는 이정은 그 사실에 전혀 놀라지 않는다. 이정은 정비소에서 차를 가져와 주차장에 세워둔다. 이를 발견한 수경은 이정에게 화를 내고 수경과 급발진 문제로 법정 다툼에 들어간 자동차 회사는 이정에게 증인이 되어 달라는 문자를 보낸다.
엄마는 이정에게 이야기 좀 하자며 가게로 부르고 수경은 애인과 함께 이정에게 차를 타고 다니지 말라며 그런 일들이 엄마에게 불리하게 적용된다고 말한다. 이정은 수경의 애인인 종열에게 자신의 이마의 상처를 보여주며 엄마가 자신을 상처 입힌 일이 이번뿐만이 아님을 이야기한다. 다음날 아침 출근을 하기 위해 이정이 주차장으로 내려와 보니 엄마가 차에 온통 "흉기 차"라고 적힌 종이를 덕지덕지 붙여 두었다.
이정은 자동차 회사를 위해 증인을 서기로 하고 변호사가 엄마에게 위협을 받았던 내용이 있으면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에 자신이 과거에 보냈던 편지를 떠올린다. 편지에는 엄마의 체벌 방식과 그에 대한 괴로움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기 때문이다. 재판이 시작되고 이정은 증인석에 선다. 블랙박스 영상 안에는 차를 출발 시키기 전 엄마가 작은 소리로"죽어버려"라고 읊조리는 소리가 녹음되어 있다.
이정이 자신의 반대편에 서자 화가 난 수경은 집의 문을 잠가 버리고 열어 주지 않는다. 하는 수없이 이정은 회사 동료인 소희의 집을 찾아간다. 전에 이정이 그녀의 책상에서 훔쳤던 USB를 박스 안에서 우연히 찾은 척하며 돌려주려 간 것이다. 이정의 손에 맥주가 한가득 들려 있는 걸 본 소희는 이정을 집 안으로 초대하고 이정은 소희의 집에서 신세를 지게 된다. 이정은 소희와 맥주를 나눠 마시며 자신의 아픈 마음을 들려준다. 다음 날, 함께 출근하는 길에 소희는 이정에게 상대방이 마음대로 하게 두지 말라며 이정에게 용기를 준다.
정작 자신의 딸의 졸업식에는 가본 적도 없는 수경은 종열의 딸인 소라의 졸업식에는 참석해 잘 보이려고 노력한다. 이정이 집에 돌아와 보니 수경이 혼자서 머리를 염색하고 있다. 수경은 자신은 결혼을 할 것이라며 남은 시간 동안 잘 지내보자고 말하지만 이정이 사과를 먼저 요구하자 염색약을 던져 버리면서 화를 내고 이정도 참지 못하고 그동안 자신이 참았기 때문에 잘 지낼 수 있었던 것이라며 캐리어에 짐을 챙겨 나와 버린다.
갈 곳이 없는 이정은 다시 소희의 집을 찾게 된다. 이정은 소희가 함께 있는 것이 좋고 집처럼 따스하지만 소희는 자꾸만 이정에게 선을 긋는다. 수경은 종열의 집에 와서 소라가 좋아하는 찜닭을 만들어주려다가 비웃음만 사고 마음이 상하게 된다. 그러다 우연히 소라의 방에 들어가는 일이 생기고 그 일로 소라와의 사이는 더 틀어지게 된다. 좋은 모녀 사이를 만들 줄 모르는 수경은 소라와도 잘 지내는 법을 모른다.
이정은 점점 소희에게 선의를 베풀기도 하고 친해져 보려고 노력하지만 소희는 그런 이정을 받아주지 않는다. 소희는 혼자 있고 싶다. 소희는 아마도 이정과 같은 상처가 있어서 집을 나온 사람일 것이다. 그런 소희에게 이정의 끝도 없는 푸념은 자신이 잊어버리고 싶어 하는 가족을 떠올리게 한다. 이정이 자신에게 점점 다가오자 소희는 그녀의 전화도 피하고 카톡에도 답을 하지 않는다.
수경은 며칠 만에 이정을 만나 딸에게 먹여주고 재워 준 은혜도 모른다며 의리가 없다고 말한다. 부모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마치 자신의 커다란 선의를 베푼 것처럼 말하는 수경은 자신이 힘들게 번 돈으로 이정을 키웠다는 것만으로 이정에게 향한 언어적 신체적 정서적 폭력을 무마하려 하지만 이정은 그런 엄마의 변명을 받아들일 수 없다.
종열은 소라와 함께 사는 일로 수경이 화를 내자 수경에게 사과의 의미로 코트를 보낸다. 소라는 할머니와 함께 살게 되었다. 종열이 보낸 코트는 이정이 받게 되고 이정은 그 안에 들어 있던 소라와 함께 세 사람이 찍은 사진과 카드를 모조리 찢어 버리고 코트를 입고 나가 버린다. 소희가 아파서 연락이 안 된다고 생각한 이정은 죽을 사들고 소희의 집을 찾는다. 이정을 본 소희는 돌아서서 가버리려고 하고 소희는 섭섭한 마음을 털어놓지만 소희의 반응은 냉담할 뿐이다.
이정이 집으로 돌아오자 수경이 격하게 코트를 빼앗고 이정을 정신병자라며 다그치자 이정도 참지 않고 이렇게 된 건 엄마 탓이라고 제발 한 번만 사과하라고 하지만 수경은 끝까지 사과를 하지 않는다. 종열에게 받은 코트를 입은 수경은 서랍 속 숨겨 두었던 야한 슬립을 꺼내 입고 종열을 만나러 나가는데 소라도 그 자리에 참석해 있다. 알고 보니 종열은 두 사람에게 같은 코트를 선물했던 것이다. 억지로 모녀로 엮으려는 종열에게 화가 난 수경은 코트를 벗어던지고 슬립 차림으로 집으로 돌아온다.
소희는 말도 없이 무단 퇴사를 해버린다. 이정은 소희의 집 앞에 차를 세워놓고 기다리다 그녀가 나오자 차로 천천히 그녀의 뒤를 쫓는다. 곧 소희가 차를 자신을 따라오는 이정을 발견하고 골목 저편으로 빠르게 사라진다. 울며 차를 달려 돌아오는데 차가 급발진을 한다. 가까스로 큰 사고는 면했지만 차는 폐차되고 만다. 이정은 엄마가 자신을 일부러 차로 덮친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한밤중 집이 정전이 되고 냉동실에서 아이스크림을 꺼내 나눠 먹으며 대화를 하던 두 사람, 이정은 엄마에게 왜 자신을 죽이려고 했냐고 묻는다. 수경은 아니라고 하며 내가 죽여 버리겠다고 말한 게 한두 번이냐고 말한다. 수경은 딸에게 너는 왜 그렇게 담담했냐고 묻자 이정은 같은 답을 들려준다. 엄마가 죽여 버리겠다고 말한 게 한두 번이냐고. 이정은 어렵게 엄마에게 자신을 사랑하는지 묻지만 수경은 웃기만 할 뿐 끝까지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지 않는다.
결국 이정은 다시 짐을 싸서 집을 나간다. 이정이 나가고 수경은 침대에서 나와 비어있는 딸의 방을 바라본다. 그러고는 냉동실에서 녹아가는 만두를 꺼내 물에 삶고 연습하던 리코더를 부는 등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한다. 이정은 속옷 가게를 찾아서 자신만의 속옷을 산다. 가게 직원이 사이즈를 묻자 이정은 모른다고 답한다. 이제껏 엄마와 같은 속옷을 입어왔던 이정은 자신의 속옷 사이즈도 몰랐던 것이다. 이정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의 속옷 사이즈를 잰다. 이정은 이제 엄마에게서 분리되어 나올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것 중 하나가 모녀관계가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서툰 모녀 관계를 보여준다. 폭력적이고 거친 엄마인 수경과 엄마의 좋은 점은 보지 않고 잘못만 보고 있는 딸 이정의 관계는 다가갈수록 어그러진다. 두 사람 중 누구의 잘못이 더 크냐고 묻는다면 개인적으로는 폭력을 행사한 엄마에게 있다고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언제나 모녀 사이는 그런 표면적인 이유보다 더 깊고 알 수 없고 설명할 수 없는 감정들로 가득하다. 김세인 감독 또한 잘잘못보다는 있는 그대로의 관계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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