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EF는 소고기라는 뜻도 있지만 slang 일명 속된 말로 불만을 얘기하는 사람, 다투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있다.
대니(스티븐 연)는 마트에서 잔뜩 산 화로를 환불하려고 하는데 영수증이 없자 거부 당하고 만다. 그가 주차장에서 차를 빼려는데 고급 SUV 한 대가 경적을 요란하게 울리며 그의 차를 막아선다. 상대 운전자는 가뜩이나 심기가 불편한 대니에게 손가락 욕까지 하면서 지나가게 되고 폭발한 대니는 SUV를 쫓기 시작한다.
고급 SUV에 탄 운전자는 에이미(앨리 웡)로 오랫동안 준비해 온 일이 잘 풀리지 않자 잔뜩 화가 나 있는 상태인데 대니의 차가 마침 그녀가 가는 길을 방해한다. 둘은 도로 위에서 로드 레이지를 시작하고 도망가는 에이미를 대니가 빠르게 쫓지만 에이미는 그의 차를 향해 쓰레기를 던지는 등 대니를 더욱 도발한다. 둘의 로드 레이지는 소셜 미디어에 올라와 화제가 되지만 사람들은 운전자가 누군지 모른다. 이때부터 두 사람만의 비밀스러운 쫓고 쫓기는 다툼이 시작되는데 일은 점점 컨트롤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고 만다.
에이미와 대니의 분노 경쟁이 시작되고 둘은 서로의 일을 박살 내고, 욕을 하고, 협박하고, 가정을 파국으로 몰고 가고, 감옥에 보내는 등 사소한 계기로 시작된 작은 분노는 인생을 송두리째 흔드는 거대한 싸움이 되고 만다.
워킹 데드, 미나리, 버닝 등으로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스티븐 연이 주연인 대니를 맡아서 연기한다. 그가 연기하는 대니는 한인 2세 도급업자로 일은 늘 잘 풀리지 않고 동생은 백수고 부모님은 한국에 계시지만 돈이 없어 모셔오지 못하는 신세다. 반면 에이미는 식물 사업으로 성공해 좋은 집에 살며 좋은 집안의 남편에 어마어마한 부자인 친구들까지 거느리고 있다. 아시아인이라는 것 말고는 공통점을 찾아볼 수 없는 둘의 인생이 만나게 되면서 엄청난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대니의 집은 원래 모텔 사업을 했는데 지금은 쫄딱 망해서 부모님은 쫓기듯 한국으로 넘어가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다. 대니의 꿈은 좋은 집을 장만해 다시 부모님을 모셔오는 것이지만 사업은 갈수록 쉽지 않고 일은 점점 꼬인다. 게다가 코인 투자와 게임에만 관심을 보이는 동생은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시리즈 첫 장면의 대니가 환불하려던 화로는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위해 산 것이다. 에이미는 내면에 우울과 분노를 내장하고 있지만 자신의 식물 사업인 '고요 하우스'를 위해서 남들 앞에서 고요한 성품인 척해야 하는 게 괴롭다. 게다가 자칭 "예술가"라고 하는 남편은 흉측한 화분을 만들기만 하고 땡전 한 푼 못 버는 남자다. 에이미는 가족을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감에 늘 시달리며 늘 폭발 직전의 상태다.
시리즈를 제작한 이성진 작가는 실제로 로드 레이지를 경험한 적이 있고 그게 이번 작품의 영감이 되었다고 한다. 그는 드라마 "beef : 성난 사람들"은 살아 있다는 것의 어려움에 관한 이야기라고 밝힌 바가 있다.
이렇듯 삶의 어려움을 안고 각자의 분노와 함께 살아가던 그들이 아주 잠깐 스치는 순간에 분노 버튼이 켜지고 서로의 인생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다. 대니와 에이미가 각자 서로에게 복수하기 위해 하는 작은 선택들은 이야기가 뒤로 갈수록 점점 일이 커지고 수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beef : 성난 사람들>은 미국 사회에서의 아시아인의 삶을 잘 보여주기도 한다. 이민자 2세로 자란 두 사람이 백인 사회에서 겪은 어려움이나 각자의 커뮤니티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 실감 나게 표현했다. 코리안 아메리칸 리얼리티 쇼가 아닌가 싶게 현실적인 부분이 많다. 그리고 에이미를 통해 백인들이 아시아인에게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드라마는 특별히 아시아인을 보여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분노가 어디로부터 와서 어디로 가는가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것은 아시아인이라는 캐릭터를 빼고도 보편적인 이야기이기 때문에 드라마가 더 좋은 이야기로 완성되었다고 생각된다.
서로를 파탄으로 몰고 가던 둘은 마지막 회에 가서야 서로 어쩔 수 없이 제대로 얼굴을 맞댈 수밖에 된다.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던 둘은 외딴곳에 고립되고 먹을 게 없자 식물 전문가인 에이미가 대니에게 자신이 말한 것을 따오라고 시킨다. 하지만 그것들을 먹고 둘은 밤새도록 토하고 환각에 시달리며 자신들이 이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속마음을 서로에게 털어놓는다.
겨우 목숨을 건지고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가던 두 사람 앞에 에이미를 찾아 나선 그녀의 남편이 나타나고 흥분한 그는 에이미를 구하려고 그가 대니를 총으로 쏘게 된다. 의식을 잃은 대니는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에이미가 그의 곁을 지키며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서로의 분노가 "나는 너고 너는 나"였음을 알게 되면서 이해로 마무리되는 이야기다.
시리즈는 1개의 시즌에 10화로 구성되어 있다. 몰입감이 좋고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하다. 지루하지 않고 10화를 정주행하기 좋은 시리즈다.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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