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희는 일 년 전 사랑하는 연인을 잃었다. 아직도 연준의 죽음을 믿을 수 없는 준희는 여전히 슬픔에 잠겨 있다. 그러던 중 준희에게 의문의 카세트 플레이어와 사진 한 장이 도착한다. 사진 속에는 자신의 모습을 꼭 닮은 여자가 웃고 있지만 자신은 그런 사진을 찍은 기억이 없다. 자신과 닮은 여자의 뒤에는 연준이 함께 밝게 웃는 모습으로 찍혀 있고 준희는 사진의 실체를 따라가기 시작한다. 연준은 늘 살뜰히 준희의 생일을 챙겨주곤 했다. 그런 연준이 없는 생일을 보낸 준희는 버스 안에서 그의 카톡에 메시지를 남긴다. 그리곤 카세트 플레이어를 누르자 서지원의 <내 눈물 모아>란 노래가 흐르고 준희는 눈을 감는다.
<너의 시간 속으로> 기본 정보
연출: 김지원
각본: 최효비
스트리밍: 넷플릭스 오리지널 12부작
출연: 안효섭, 전여빈, 강훈, 박혁권
오픈:2023
<너의 시간 속으로> 후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너의 시간 속으로>는 총 12부작으로 이루어진 로맨스 드라마이다. 대만 인기 드라마 <상견니>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작품의 호불호는 <상견니>를 보았느냐, 안 보았느냐에 달렸다는 평이 있다. 그만큼 <상견니>와 다른 점 또한 있다는 이야기로 원작을 본 이들은 <너의 시간 속으로>를 보면서 이질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상견니>를 보지 않고 <너의 시간 속으로>를 먼저 보았기 때문에 청춘 로맨스 드라마로 잘 만든 작품으로 느꼈다.
<상견니>를 본 시청자들은 원작과의 <너의 시간 속으로>의 주인공들의 싱크로율이 맞지 않는다는 평이 지배적이라고 한다. 하지만 꼭 원작과 비슷한 분위기를 지닌 배우를 캐스팅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원작과 너무 다르다는 평을 받기도 한 주인공 안효섭은 <상견니>의 배우와는 느낌이 다를지 몰라도 극 안에서 자연스럽고 매력적이다. 다만, 구연준과 남시헌 1인 2역을 연기하기 위해 분장을 한 모습이 나오는데 지나치게 어색하고 필요 이상으로 추레한 모습으로 나오는 것은 드라마를 보는 데 방해요소였다. 실제로도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을 지적 하기도 했다.
<너의 시간 속으로>는 타임슬립물이지만 일반적으로 자신이 미래나 과거로 간다는 설정과는 달리 자신과 닮은 다른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간다는 설정이 특이하다. 그런 이유로 <너의 시간 속으로>를 볼 때는 눈을 크게 뜨고 지금 누가 누구인지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잘 보아야 하는 드라마다. 시작은 연준을 그리워하는 준희가 버스 안에서 서지원의 <내 눈물 모아>를 들으며 잠이 들고 1998년의 권민주라는 인물의 몸에서 깨어나면서 시작된다. 1998년에 깨어난 준희 앞에 그토록 그리워하던 연준이 서 있지만 그는 연준이 아닌 1998년을 살고 있는 남시헌이다.
몸의 주인인 권민주는 누군가에게 공격을 당해 머리에 부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권민주가 깨어난 곳은 자신의 머릿속 어딘가이다. 그녀의 몸을 차지하고 있는 건 2023년에서 온 한준희다. 민주는 조용하고 존재감 없는 성격으로 친구도 없지만 준희는 활발하고 사교적인 성격이다. 사고 후,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민주/준희는 서로의 기억이 뒤섞이게 되고 준희는 자신의 연인과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 시헌이 사는 1998년의 민주의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준희를 깨우고 다시 2023년으로 되돌아온다.
연준과 같은 얼굴을 한 시헌의 모습을 본 준희는 둘 사이의 비밀을 파헤치게 되고 다시 1998년으로 돌아가지만 다시 2023년으로 돌아올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얼마간 그곳에서 살면서 시헌, 인규와 둘도 없이 친한 사이가 된다. 인규는 민주를 계속 좋아하고 있었지만 점점 가까워지는 민주와 시헌의 모습을 보고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갈등한다. 반면, 준희인 민주를 시헌은 점점 좋아하게 되지만 자신은 곧 미국으로 이민을 가야 하기 때문에 주저한다.
준희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사이 권민주가 1998년 10월 13일에 죽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죽음을 막기 위해 민주를 공격한 범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지만 범인을 밝히지 못한 채 현재로 돌아온다. 시헌과 인규의 시간이 흐르고 시헌은 어느 날 버스가 전복되는 사고가 나서 의식을 잃게 되고 심장이 멎는 순간 구연준의 몸에서 깨어나게 된다. 연준이 된 시헌은 준희가 자신의 2023년에서 왔다는 말이 진짜임을 알게 되고 그녀를 찾아 나선다.
준희와 재회한 연준이 된 시헌은 준희와 가까워지려 노력하지만 아직 2023년이 되지 않은 시간 속 준희는 시헌의 모습을 알아보지 못한다. 연준의 끊임없는 애정 공세에 둘은 결국 연인이 된다. 그러니까 준희가 연준이라고 알고 사랑하고 있던 사람은 줄곧 남시헌이었던 것이다. 극의 중반부까지는 계속 누가 남시헌이고 누가 구연준인지 헷갈리게 되는데 이 부분이 생각보다 길다는 생각이 든다. 준희가 사랑한 구연준은 시간을 뛰어넘어서 준희를 찾아온 남시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 길고 긴 인내의 시간을 보내야 하는 점이 다소 아쉽다. <너의 시간 속으로>는 총 12부작인데 10부까지 천천히 끌다가 갑자기 10부 끝에서부터 12부까지 모든 비밀이 밝혀지면서 휘몰아치는 느낌이다.
10부까지 궁금증을 잘 견딘다면 10부터 마지막까지는 꽤 몰입도가 높다. 하지만 총 12부 중 10부까지 늘어지는 점은 역시 아쉬움으로 남았다. 10부까지도 꽤 괜찮은 청춘 드라마지만 "타임슬립"을 해서 운명의 관계를 파헤치기까지 이야기는 더디게 진행되는 편이다. 극의 중간 힌트가 될만한 요소들이 있지만 궁금증을 해소 시키며 긴장감을 유발할 정도는 아니다. <너의 시간 속으로>를 본다면 끊어서 보는 것보다 날 잡고 정주행하면서 보는 속도감을 내는 것을 추천한다.
준희의 노력에도 민주의 죽음을 막지 못하고 게다가 민주를 죽인 범인으로 인규는 감옥에 가게 되지만 출소 후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시헌은 인규의 죽음을 막아보려 애쓰지만 운명을 거스르지 못하고 그를 떠나보내게 된다. 시헌은 구연준의 시간을 살고 있는 자신을 찾아가 죽음을 막아보려 하지만 시헌은 자신이 죽지 않는다면 준희가 1998년으로 와서 자신을 만나게 되는 일도 없어지리란 것을 깨닫고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 시헌이 비행기 사고로 죽게 되면 연준의 몸은 죽게 되고 시헌은 과거 사고가 난 시간에 다시 깨어나게 된다.
그렇게 시헌은 다시 또 한 번 시간을 거슬러 준희와 재회하지만 진범이 나타나 시헌을 죽이게 된다. 진범을 알게 된 후 준희는 시헌과 민주를 살리기 위해 다시 한번 과거로 여행을 한다. 그 과정에서 왜 인규가 자신이 죽인 것도 아니면서 범인 행세를 했는지 밝혀지게 된다. 준희가 몸에서 빠져나간 민주는 다시 과거의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오게 되고 미지의 공간 안에서 준희의 삶을 보면서 수천 번 연습했던 준희의 모습을 따라갈 수 없어서 좌절하게 된다.
'준희'를 좋아하게 된 시헌의 앞에서 여전히 준희인 척 연기를 해보지만 시헌은 금방 그녀가 자신의 좋아하는 준희가 아닌 예전의 권민주임을 눈치챈다. 준희는 자신이 지어낸 가상의 인물이라고 둘러대보지만 시헌은 민주를 멀리하기 시작하고 마음의 상처를 입은 민주는 자신은 어떻게 해도 준희처럼 될 수 없다는 사실에 눈물을 흘린다. 존재감 없는 과거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자신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민주는 절망 끝에 죽음을 선택하지만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 아닌 진범에게 살해당하려고 한다. 그래야 세상이 자신을 기억해 줄 거란 생각 때문이다. 인규와 민주의 머릿속으로 들어간 준희가 그녀의 죽음을 막으려 하지만 결국 민주는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세상이 자신을 기억해 주길 바란 뜻을 이뤄주기 위해 인규는 민주가 자신에 의해 살해당한 척 하고 감옥에 가게 된다.
민주의 죽음을 막지 못한 준희는 다시 한번 1998년으로 돌아가고 그곳에서 모두의 운명을 바꾸기 위해 노력한다. 1998년으로 돌아간 준희는 건물에서 떨어지기 직전 인규가 내민 손을 잡아 민주의 목숨을 살린다. 건물 밖을 빠져나오는 두 사람을 본 시헌은 단번에 그녀가 민주가 아니라 다시 돌아온 준희임을 알아본다. 민주를 살리게 되면서 모두의 운명이 바뀌기 시작하고 준희는 마지막으로 시헌과 데이트를 한다. 그리고 둘이 함께 했던 시간은 감쪽같이 사라져 버리고 만다.
다시 시간이 흐르고 성인이 된 시헌과 준희는 버스에서 우연히 마주치게 되고 시헌은 처음엔 준희를 민주라고 착각하지만 곧 그녀에게 강한 이끌림을 느끼고 그녀를 따라서 버스에서 내리고 둘은 재회하게 된다. 아무리 돌고 돌아도 시헌은 언제나 준희를 찾아내고 똑같이 그녀를 사랑하게 된다.
1인 2역을 맡은 전여빈은 완전히 상반된 두 사람을 연기한다. 권민주라는 인물은 학교에서 존재감이 제로인 자신감 없는 1998년에 살고 있는 여학생이고 한준희는 2023년을 살고 있는 활기차고 당당한 성격의 여성이다. 보는 내내 전혀 어색함 없이 전여빈은 권민주이기도 했고 한준희이기도 했다. 안효섭 또한 1인 2역을 맡았지만 구연준과 남시헌의 차이는 크게 보이지 않는다. 애당초 알고 보면 '모두 남시헌'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여빈과 안효섭의 로맨스 연기도 돋보인다. <상견니>와 차이점을 두고 말이 많지만 굳이 원작과 비교하지 않아도 <너의 시간 속으로>는 꽤 재미있는 드라마다. 다소 답답한 초반부를 지나야 하는 단점이 있지만 후반부에서 마음을 설레게 하는 포인트들이 많은 점이 전체적인 평가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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