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실이는 복도 많다면서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영화 시작부터 찬실이가 망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회식 자리에서 찬실과 오랫동안 함께 작업해 오던 감독님이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실업자가 되고 만 찬실은 짐을 넣은 대야를 머리에 이고 달동네로 이사를 가게 된다.
< 찬실이는 복도 많지> 기본정보
감독: 김초희
출연: 강말금 , 윤여정, 김영민, 윤승아, 배유람
개봉: 2020.3
러닝타임: 96분
OTT: 티빙 / 웨이브 / 넷플릭스
<찬실이는 복도 많지> 줄거리, 결말, 해석
그나마 다행인 건 찬실(강말금)은 혼자가 아니다. 후배들이 찬실의 뒤를 따라 짐을 이고 지고 달동네를 오르고 있다. 잠시 쉬기로 한 찬실의 입에서 탄식이 쏟아진다. "아, 망했다. 완전히 망했네." 동료들은 찬실을 위로해 보려고 하지만 나이 마흔에 남편도 애도 없고 실직자까지 된 찬실의 마음은 허무하기만 하다.
겨우 도착한 집은 주인 할머니(윤여정)가 홀로 살고 계시는 곳이다. 이삿짐을 옮기는 무리가 가운데 방을 열려고 하자 할머니가 급하게 제지하고 나선다. 절대로 가운데 방에는 들어가지 말라고 한다. 도대체 가운데 방에 뭐가 있길래 들어가지 말라는 걸까? 이 집 괜찮은 걸까? 주인 할머니가 살짝 무서워지기도 한다.
여배우인 소피의 집에 놀러 간 찬실은 어지러운 집안을 보고 놀란다. 알고 보니 소피의 가사도우미가 다리를 다쳐 그만두었다는 것이다. 돈이 필요하다는 찬실에게 소피는 선뜻 빌려주겠다고 하지만 찬실은 자신이 꼭 일해서 벌 거라고 한다. 결국 찬실은 소피의 집에 가사도우미로 취직한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서 소피는 찬실과 대비되는 인물이다. 항상 생각이 많고 자신의 꿈에 대해, 영화에 대해 확실한 철학을 가지고 고민하지만 늘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찬실과는 다르게 소피는 생각이라는 게 딱히 없고 자신이 무얼 하고 싶은지 모르고 이것저것 다 해보는 스타일인데다 발연기를 하는 연기자인 인물이다. 인생을 대하는 방식은 정반대이지만 현실에 부딪힌다는 점에서는 같다. 찬실은 실업으로 꿈꿔 오던 삶을 한순간에 잃었고 소피는 발연기라고 악플을 다는 네티즌의 등쌀에 배우를 포기할까 생각한다.
소피의 집에서 도우미로 일하던 찬실은 소피에게 불어를 가르치러 오는 김영(배유람)을 만난다. 영을 만나고 온 뒤 찬실은 꿈에서 영이 자신을 따라와 안아주는 꿈을 꾸게 된다. 찬실은 아무래도 자신이 이제 미쳤는가 보다 생각하지만 그녀의 마음에 영을 좋아하는 감정이 조금씩 싹트기 시작한다. 어느 날 찬실은 장을 보고 돌아오던 길에 대표님과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언젠가는 다시 영화로 돌아갈 생각을 하고 있는 찬실에게 대표는 찬실이 이제 설 곳이 없다고 말해준다.
영화를 못하게 된 영화 PD인 찬실은 이제 더는 자신이 누구인지 모르겠다. 소피의 집에 메이크업 팀이 왔을 때도 찬실은 자신이 가사도우미인 걸 숨기기 위해 방에 숨어 있는다. 찬실은 이제 가사도우미인 걸까. 찬실이 혼란을 겪고 있을 때 더 혼란스러운 사건이 발생한다. 자신의 눈앞에 자신을 장국영이라고 주장하는 장국영과는 전혀 안 닮은 장국영이라는 귀신이 등장한 것이다. 게다가 <해피투게더>의 오마주인지 귀신은 흰색 트렁크에 흰색 러닝셔츠 차림이다. 날도 추운데.
영에게 관심이 있는 찬실은 술자리를 제안한다. 일본식 선술집으로 향한 둘은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영도 단편 영화감독이다. 지금은 시나리오 작업 중이다. 즉, 영도 영화 일을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둘의 영화 취향은 너무 달라도 다르다. 이런 데서 다르면 다른 건 볼 필요도 없이 다르다는 건데 찬실이가 안타깝다. 찬실이는 오지 야스지로의 잔잔함을 좋아하고 영은 그걸 보고 지루했다고 표현한다. 영은 크리스토퍼 놀란을 좋아한다. 홍콩 영화도 좋아한다. 다행인지 찬실이는 장국영을 좋아하긴 하지만 놀란을 좋아한다는 이 남자 깨도 너무 깬다고 생각하는 찬실이다.
찬실이가 마당에서 빨래를 하고 있는데 장국영이 나타난다. 일단 장국영이라고 부르자. 오늘도 러닝셔츠 차림이다. 이제 곧 겨울이 오는데 추워서 오들오들 떠는 장국영에게 찬실은 제발 옷 좀 입고 다니라고 말한다. 장국영은 금방 볼일이 있다며 가버리고 그때 주인 할머니가 집에 들어온다. 혼자 구시렁 거리고 있는 찬실이가 불쌍했는지 할머니는 찬실이에게 닭을 삶아 준다.
할머니는 요즘 한글을 배우러 다닌다. 하나밖에 없는 딸이 먼저 세상을 떠나고 홀로 남겨진 할머니는 글을 읽지 못해 전기세를 내는 일도 힘겹다. 찬실이는 백숙이 고마웠는지 할머니의 한글 공부를 봐주겠다고 한다. 할머니는 찬실에게 가운데 방에 들어가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가져다 써도 된다고 허락한다. 자신의 딸도 영화를 좋아했다고 하며 가운데 방은 먼저 간 딸의 방이라고 한다.
가운데 방에 들어가 본 찬실은 그곳에서 다시 장국영과 마주친다. 장국영은 갑자기 찬실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영화 안 하고도 살 수 있을 것 같아요?"
장국영은 자기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모른다는 게 문제라고 찬실에게 말해준다.
찬실은 소피의 집에서 일을 마치고 장국영이 던진 질문에 대한 생각을 하기 위해 산책을 하기로 한다. 그런데 따라 나온 영이 함께 가자고 한다. 영과 찬실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작은 원두막에서 커피를 나누어 마시기도 한다. 어렴풋 자신이 원하는 게 뭔지 알 것 같은 찬실이 장국영을 찾지만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며칠 후, 찬실이 공원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데 장국영이 진짜 추웠는지 옷을 입고 나타난다.
찬실은 영이 좋다. 생각하지 않으려고 해도 생각이 난다. 찬실이 하고 싶은 건 바로 영과의 연애다. 찬실은 영에게 문자를 보내 영이 단편 영화 워크숍을 하는 곳으로 놀러 가기로 한다. 찬실이 싸 온 도시락을 함께 먹고 따뜻한 커피를 함께 마시며 찬실은 행복을 느낀다. 함께 돌아가는 길 저돌적인 찬실은 뒤에서 영을 확 끌어안으며 위로해달라고 하지만 영은 찬실을 그저 좋은 누나로 생각할 뿐이다.
기분이 엉망이 된 찬실은 소피에게 문자를 보내 이번 주는 쉬겠다고 말하고 방 안에 쌓아둔 DVD며 비디오, 잡지 등을 버리려고 내놓는다. 할머니는 시 쓰는 숙제가 있다며 찬실에게 도움을 청한다. 무엇을 써야 모르겠다고 말하는 할머니에게 찬실은 말한다. 아무거나 쓰면 된다고. 그 말에 한 줄만 써도 되냐고 하자 찬실이 말한다. "아무거나 써도 된다고 했지. 아무렇게나 써도 된다고는 안 했잖아요." 우리가 삶은 대하는 태도도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 찬실처럼 무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을 잃었을 때 그것이 아니더라도 아무거나 해도 괜찮고 대신 아무렇게나는 하지 않는 삶이 좋은 게 아니냐고 찬실의 입을 빌러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할머니는 찬실의 말에 서툰 글씨로 시를 쓴다.
'사람도 꽃처럼 다시 돌아온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딸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할머니의 시에 찬실은 눈물이 터지고 만다.
찬실의 앞에 다시 나타난 장국영에게 찬실은 말한다. 사랑은 뭔지 몰라서 못해도 영화만큼은 나를 꽉 잡아주리라고 생각했다. 채워도 갈증이 가시질 않는다. 목이 말라서 꾸는 꿈은 행복이 아니다. 사는 게 뭔지 궁금한데 그 안에 영화도 있다. 장국영은 찬실을 먼 우주에서 응원해 주겠다고 한다. 찬실은 도우미 일을 줄이고 자신만의 시나리오 작업에 돌입한다.
시나리오를 쓰다 잠든 찬실의 방에 소피가 찾아온다. 잠이 깬 찬실이 불을 켜려는데 방의 불이 나갔다. 밖에 나가보니 보름달이 크고 그 아래에서 할머니가 간절한 기도를 하고 있다. 곧 다른 후배들과 영까지 찬실의 집을 찾는다. 전구를 사러 가려는데 서로 찬실과 함께 가겠다고 난리다. 그리하여 모두 다 함께 전구를 사러 가는 길, 찬실은 보름달을 보며 기도한다.
"우리가 믿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보고 싶은 거"
극장 안, 영화는 눈이 쌓인 선로를 비춘다. 끊임없이 이어진 선로를 달리는 열차. 비록 선로를 눈에 쌓여 보이지 않지만 온통 새하얀 세상을 열차는 쉼 없이 뻗어 나간다.
전구가 나가서 깜깜해지면 어떤가. 소중한 사람들과 몰려가 다시 전구를 사 와서 끼면 그만인 것이다. 눈이 쌓여도 열차는 달리고 찬실이는 다시 영화를 만들고 장국영이 응원해 주는 찬실이는 참 복도 많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에서 장국영은 찬실이 자신의 내면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내면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생각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상징적으로 표현된 장면이라고 생각해 본다.
<찬실이가 힘들 때마다 부르던 노래 <희망가> / 원곡은 1920년대 채규업의 노래라고 합니다.>
<윤여정의 팬이라면>
영화 <산나물 처녀>, 줄거리,결말, 김초희 감독, 정유미 X 윤여정의 가장 귀여운 필모그래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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