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소카와 페인트의 직원인 사오리에게 끈질기게 전화를 거는 한 남자가 있다. 그녀는 그의 연락을 피하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그는 회사 앞까지 그녀를 찾아온다. 사오리를 찾아온 남자는 오랜 전 자신을 버린 아버지의 젊은 애인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1985년 마흔 살의 나이로 도쿄 긴자의 히미코라는 게이바의 2대 마담이 되었다. 이름도 요시다 테루오에서 히미코로 바꾸고 전설의 마담이 된다. 그러던 그가 2000년 돌연 은퇴를 하면서 가나가와현의 오우라 해안 근처에 게이만을 위한 양로원 '메종 드 히미코'를 열게 된다. 지금 그녀의 아버지는 간암으로 투병 중이다. 애인인 키시모토 하루히코는 그녀에게 일주일에 단 하루 일요일만 일하고 일당 3만 엔을 받는 뿌리치기 어려운 아르바이트를 제안한다. 그에 더해 아버지의 유산 이야기를 꺼내자 사오리의 마음이 흔들린다.
<메종 드 히미코> 기본정보
감독: 이누도 잇신
출연: 오다기리 죠, 시바사키 코우, 타나카 민
개봉: 206.1
러닝타임: 130분
OTT: 티빙 / 왓챠 / 웨이브 / 넷플릭스
<메종 드 히미코> 줄거리, 결말, 후기
사오리는 어느 날 갑자기 자신과 어머니를 버리고 게이의 삶을 선택해 버린 아버지가 꼴도 보기 싫다. 아버지 없이 자신을 홀로 어렵게 키우다 암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생각하면 절대로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지만 지금 사오리는 어머니의 수술비와 병원비 등으로 빚에 시달리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메종 드 히미코에 발을 들인 사오리지만 길고 화려한 드레스에 빨갛고 긴 손톱을 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더 화가 난다. 그곳에서 살고 있는 게이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한다. 게다가 어린 학생들이 매일 같이 찾아와 그들을 괴롭히기까지 한다. 사오리는 그들과 친하게 지낼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다. 단지 유산을 받기 위해서 있을 뿐이다.
사오리는 처음 마주하는 자신과는 다른 모습을 한 사람들의 생활을 보면서 당황하게 된다. 아버지는 그들 사이에서 여전히 카리스마 넘치는 주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자신의 삶에서는 부재했던 아버지가 그곳에서는 확실한 모습으로 존재하는 걸 보며 사오리의 마음에는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더욱 싹튼다.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커갈수록 그곳에 머무는 사람들에 대해 마음을 열 수 없는 사오리는 늘 뚱한 모습으로 있지만 사오리에게 먼저 다가와 주는 그들에게 점점 마음을 열게 된다. 그들은 사회로부터 그들의 욕구를 인정받지 못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하고 싶은 사랑의 형태나 단순하게는 입고 싶은 옷마저 부정 당하는 사람들이다.
하루히코는 죽어가는 히미코를 바라보며 자신이 가장 원하는 것은 욕망이라고 말한다. 메종 드 히미코에 모여 사는 사람들은 사회로부터 자신들의 '욕망 가지기'를 거부 당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모여서 작게 커뮤니티를 이룬 것이 '메종 드 히미코'이다. 하지만 그 커뮤니티라는 것은 어린 학생들이 벽에 호모라는 낙서를 하고 가거나 후원자 없어 존립에 위협을 받는 연약한 존재다.그들은 함께 모여 있어도 여전히 사회로부터 약자이며 이해받지 못한 존재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 안에 나름의 행복을 찾고 그들끼리 도우며 살아간다. 사오리도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점점 그들을 이해하게 되고 그들을 위해 소리를 높여 싸워주는 존재가 된다. 그중 아버지의 젊은 애인인 하루히코와 서로에 대한 감정이 싹트지만 육체적으로 넘을 수 없는 선을 느끼게 된다. 사오리는 하루히코와의 관계를 잊기 위해 회사의 사장과 마음도 없이 관계를 가지지만 기분은 엉망이다.
그럼으로써, 사오리는 알게 되었을 것이다. 아버지의 선택이 불가피한 것이었음을. 어머니와 자신을 사랑하는 것과는 별개로 어머니와 부부라면 꼭 필요한 육체적 관계에서 넘을 수 없는 선이 있었을 것임을 사오리는 하루히코와 관계를 가지게 되면서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오리는 아버지 없이 고생한 어머니를 위해서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사오리는 벽에서 어머니의 사진을 발견한다. 자신이 어머니의 마흔 살 생일에 사준 모자를 쓰고 히미코의 사람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벽에 걸려 있다. 사오리는 아버지에게 어머니의 사진에 대해 물어본다. 어머니는 어느 날 갑자기 히미코로 아버지를 만나러 왔다. 그 이후로 가끔씩 아버지를 만나러 왔다.
그때마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자신처럼 어머니도 아버지를 끝까지 용서하지 못했을 거라 생각했지만 어머니는 아버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준 사실을 알게 된 사오리는 혼란스러워진다. 사오리는 아버지에게 그동안 하지 못했던 많은 질문들을 쏟아내지만 히미코로서는 딱히 해줄 말이 없다. 자신이 사오리의 인생에서 부재했던 것,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했던 것은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영화를 보는 사람들을 아버지가 눈물을 흘리며 사랑을 고백하는 것을 기대할지도 모르겠지만 히미코는 그저 "지금 네가 좋아" 한마디만을 남길 뿐이다. 그 와중에 사오리는 메종 드 히미코의 사람들이 뇌졸중으로 거동을 못 하게 된 루비를 아들에게 돌려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루비의 아들은 그녀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을 모른다. 오래전 연락이 끊긴 아버지가 어느 양로원에 있다가 연락이 온 걸로만 알고 있다. 성전환 수술을 받은 루비를 간호하다 보면 금방 아들도 아버지가 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사오리는 그들의 상황에 자신을 투영한다. 지금까지 가족을 버리고 자신들 맘대로 살았으면서 왜 이제 와 자식에게 책임을 넘기느냐며 화를 낸다. 히미코가 숨을 거두고 장례가 치러진다. 유산은 없지만 사오리는 아버지의 물건을 모두 가지고 가며 마지막으로 메종 드 히미코를 떠난다. 얼마 후 사오리가 일하는 회사에 벽에 페인트를 칠해 달라는 의뢰가 들어온다. 의뢰가 들어온 곳은 메종 드 히미코, 벽에는 '사오리가 보고싶어' 라고 적혀 있다.
<메종 드 히미코>를 보면서 처음에 기대했던 건 역시 아버지와의 화해다. 단순한 생각으로 죽음을 앞둔 아버지의 삶을 딸이 이해하게 되고 아버지는 딸을 단 한 번도 잊어 본 적 없었다는 뻔한 스토리 전개 말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용서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막 사랑하지도 않고 완전히 이해하지도 않는다. 강요하지 않는 감정의 빈 공간이 있어서 더 좋았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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