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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노매드랜드> 줄거리, 결말, 후기, 홈리스 아니고 하우스리스

by 영화로운_ 2023.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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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31일 석고보드 수요의 감소로 'US 석고'는 네바다 엠파이어 공장을 88년 만에 폐쇄했고 7월엔 엠파이어 지역 우편번호 89405가 폐지됐다."

창고에서 물건을 꺼내던 여자는 낡은 윗옷 하나를 꺼내 깊숙이 냄새를 들이 맡는다. 익숙하고 그리운 남편의 냄새가 배어있는 옷과 함께 창고 가득 쌓여 있는 짐을 뒤로하고 그녀는 밴에 몸을 싣고 떠난다.

노매드랜드-노마드랜드-프란시스 맥도맨드

<노매드랜드> 기본정보

감독: 클로이 자오
출연:프란시스 맥도맨드, 데이빗 스트라탄, 린다 메이, 밥 웰스 , 살인 스왱키
개봉: 2021.4
러닝타임:108분
OTT: 티빙 / 웨이브 / 디즈니플러스

 

 

<노매드랜드> 줄거리, 결말, 후기

펀은 밴을 몰고 아마존 물류 창고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 데저트 로즈 캠핑장에 차를 댄 펀은 아마존 물류 창고에서 단기로 일하며 밴에서 생활한다. 아마존에서는 물류량이 많아지는 추수감사절 시즌부터 크리스마스 시즌까지 단기적으로 펀처럼 유랑하는 사람들을 뽑는다. 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건 허울 좋은 이야기일 뿐이고 실은 노인들을 뽑음으로써 세금을 감면 받기 위함이다. 게다가 그들은 자르기 쉽고 유랑족이니 노조를 꾸리지도 않는다. 아마존의 입장에서 보면 아주 중요한 노동력이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일은 늘 단기일 뿐이다. 복지를 담당하는 직원은 펀에게 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신청하라고 하지만 펀은 그럴 생각이 없다. 펀은 일하고 싶다. 펀에게 자립은 중요한 문제다. 펀은 우연히 한 가게에 들렀다가 예전에 자신이 보조교사로 일할 때 시를 가르쳤던 학생과 마주친다. 그녀는 펀에게 홈리스냐고 묻지만 펀은 자신은 하우스리스라고 말한다. 펀에게 하우스리스가 되어 노매드 생활을 시작한 건 스스로 내린 중요한 선택인 걸 알 수 있는 장면이다. 

노매드랜드-노마드랜드-프란시스 맥도맨드노매드랜드-노마드랜드-프란시스 맥도맨드

<노매드랜드>에서 펀이라는 인물은 가상의 인물이다. 원작인 논픽션 에세이 <노마드랜드>는 저자가 3년 동안 노매드(nomad:유랑민)들을 취재해서 쓴 글이다. 원작에는 없는 '펀'이라는 주인공을 감독인 클로이 자오가 극으로 각색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낸 것이다. 놀라운 것은 펀 역을 맡은 프란시스 맥도맨드와 데이브 역을 맡은 데이빗 스트라탄 외에는 전문 배우가 아닌 진짜 노매드들이란 점이다. 

펀은 한 캠핑장에서 만난 린다 메이의 소개로 노매드들의 공동체인 RTR에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유랑하는 사람들을 모아 교육을 하거나 도움을 주는 밥 웰스라는 인물도 몇 십만의 팔로워를 가지고 있는 실제 유튜버라고 한다. 그를 비롯해 린다 메이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실제 유랑 생활을 하는 노매드로 영화를 통해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자신들의 삶에 어떤 태도를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펀은 영화 안에서 각지를 돌아다니며 노매드들의 삶 이야기를 듣는 역할을 한다. 그러는 한편, 미국의 경제가 무너지면서 강제로 길로 내몰린 한 여성의 픽션을 부여해서 영화를 더욱 서정적이고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 펀은 남편인 보와 함께 네바다의 엠파이어에서 평생을 보냈다. 그곳에서 보조교사로도 일하고 그녀 역시 남편의 직장이던 'US 석고'의 인사과에서 일하기도 했다.

 

'US 석고'가 한순간에 무너지고 그들의 생활은 역시 곤두박질친다. 게다가 남편은 암 선고를 받고 곧이어 세상을 떠난다. 회사의 사택에서 살았던 그녀는 회사가 문을 닫으며 그곳을 떠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떠돌기 시작한 펀은 길 위에서 여러 삶과 마주하게 된다. <노매드랜드>를 보며 인상 깊었던 건 유랑하는 사람들의 자립심이었다.

 

대부분 60세를 넘긴 노년의 그들은 자신들의 힘으로 일자리를 구해서 번 돈으로 생활을 하고 어디에도 손을 벌리지 않는다. 그들은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으며 완벽하게 독립적인 삶을 꾸리고 있다. 그런 자신들의 삶에 각자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 집이 너무 가지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차에서 사는 사람들이 아닌 선택적으로 세상과 마주한 사람들로서 존재한다.

 

홈리스든 하우스리스든 보통의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우울할 것 같고 집이 너무 가지고 싶을 것 같고 위험할 것 같은 느낌을 주지만 그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자신들의 삶을 인정하고 즐길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즐기며 자연과 함께 하는 삶에 감사하기까지 한다. 펀 또한 집을 가질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아이를 출산하게 된 아들이 데이브를 데리러 온다. 데이브는 유랑 생활을 끝내고 아들의 집에서 생활하게 된다. 데이브를 찾아간 펀에게 그는 함께 살 것을 권유하지만 펀은 조용히 그의 집을 떠난다. 그녀가 밴을 수리하는 비용을 고치기 위해 언니의 집에 갔을 때도 언니는 자신의 집에서 함께 생활할 것을 제안하지만 펀은 거절한다.

노매드랜드-노마드랜드-프란시스 맥도맨드

펀은 어쩌면 기질상 떠돌이 생활이 맞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디에도 구속받지 않고 자유롭게 자연과 마주하는 그녀의 모습은 외롭다기보다는 자유로워 보인다. 그녀가 오랜 정착 생활을 할 수 있었던 단 하나의 이유는 남편인 보를 향한 사랑이었다. 이제 그가 떠나고 없으니 그녀는 더 이상 물리적인 한 공간에 머물 이유가 없는 것이다.

대신 그녀는 보를 잊지 못하고 그를 계속 그리워한다. 남편에 대한 그리움이 짐처럼 그녀를 따라다닌다.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이 그녀에게 조금씩 남편과의 이별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준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자신과 남편이 함께 살았던 엠파이어의 집으로 간다. 이제는 폐허와 다름없이 변한 텅 빈 집을 쓰다듬는 그녀의 손길은 애처로움보다는 작별 인사를 하는 듯하다.

 

그녀는 집은 흔하디흔한 규격 주택인 사택이지만 한 가지 특별한 점이 있다. 그건 마당 쪽으로 이어지는 문을 열면 끝없이 펼쳐지는 사막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녀는 마당 쪽 문을 열고 밖으로 성큼성큼 걸어 나간다. 그리고 다시 길 위에 선다. 

 

영화 <노매드랜드>는 남편을 상실한 후 노매드가 된 펀의 이야기와 실제 노매드의 이야기가 합쳐진 논픽션 더하기 픽션의 흥미로운 조합이다. 원작에는 없었던 펀의 드라마가 더해지면서 더욱 아름다운 이야기가 된다. 미국의 경제 위기 이후 사람들이 실제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그들을 동정의 눈이 아닌 사람 대 사람의 눈으로 삶 대 삶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어서 좋았던 영화였다. 펀이 유랑하면서 보여주는 미국 서부의 대자연을 감상하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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